연중 제33주간 금요일 2006.11.24(묵시 10,8-11/ 루카 19,45-48)
중년의 아저씨 아줌마들이 몇 명이 모여 큰 소리로 농담을 주고받고 있었습니다. 한 아줌마가 아저씨들을 보고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회관에 놀러가요? 회관에 가면 얼마나 재미있는데...” 그 소리를 듣고서 혼자 잠시 분심을 하였습니다. “회관에 가면 술과 춤이 있으니까 재미있다고 하는 것이겠지. 저 아줌마들은 아직 재비한데 홀려 가질 않았나 보다.....” 성당에 가면 어떻겠냐고 그 아줌마들한테 물었더라면 무엇이라 응답했겠습니까? 예수쟁이들은 끼어들지 않는 곳이 없다면서 욕을 했을 겁니다. 분명 성당에는 예수쟁이들이 들락거리는 곳이라는 것은 사람들이 다 압니다.
그렇다면 성당에는 예수님이 현존하고 계셔야 합니다. 하지만 가만히 우리들의 모습을 성찰해보면 성당에 주님 만나러 오긴 왔지만 예수님을 만나지 못하고, 온갖 세속적인 일거리들로 분심만 하고 성당 문을 나설 때도 많습니다. 기도한답시고 앉아서 이런저런 세상 걱정만 잔뜩 널어놓고, 주님의 말씀은 듣지도 않고 성당 문을 나설 때가 어디 한 두 번이었겠습니까! 주님이 말씀을 하시고 싶어도 우리가 워낙에 할 말이 많아 주님께는 잠시의 기회도 드리지 못하고, “이만큼 말씀드리면 주님도 알아들으실 겁니다.”하고선 자리를 떠는 경우가 많을 것 같습니다. 우리 뒤 꼭대기를 향해 주님께서는 “다음엔 나도 이야기할 짬을 좀 다오.”하시지 싶습니다.
성당에는 주님의 음성이 있어야 합니다. 주님이 말씀하실 기회를 드려야 합니다. 기도는 주님과의 대화라 하고선 우리의 소리만 해서는 안 됩니다. 오늘 복음의 장면을 상상해 보십시오. 예수님께서 기도하시러 성전에 들리셨습니다. 그런데 눈앞에 펼쳐지는 장면은 가관이었습니다. 온갖 잡상인들이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댑니다. 환전하라고 소리치고, 비둘기 사라고 소리치고, 양새끼들이나 염소새끼들이 꽥꽥 울어대고, 이건 완전히 난장판입니다. 그곳에서 어찌 주님을 만날 수가 있겠습니까?
우리가 기도하기 위해 성당을 찾았다 해도 온갖 잡생각으로 마음이 복잡하면 우리도 성전을 어지럽게 만드는 것이 됩니다. 그래서 성당에 들어서기 전에 마음을 가다듬어야 합니다. 나의 상념을 널어놓기 보다는 주님의 말씀, 주님이 나에게 들려주는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주님, 말씀하십시오. 당신 종이 듣고 있습니다.”(1사무 3,10). 어린 사무엘이 주님의 부르심을 받고 무릎을 꿇고 응답한 기도입니다. 성모님께서도 마찬가지로 기도하셨습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성당에는 주님의 음성이 있어야 합니다. - 하성호 신부님
2006. 12. 2. 오전 1:3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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