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변할 수 있습니다. - 조성호 신부님

2006. 12. 2. 오전 1:32:18

글자

나해 연중 제 33 주간 금요일.

2006. 11. 24.

토평동.


묵시 10, 8-11.

루카 19, 45-48.


무엇인가가 내 안에서 마구 휘젓습니다. 너무나 불편합니다. 왜 그런지 자꾸 피하려고 해도 더 없이 거세지는 힘이 있습니다. 도무지 혼란스럽습니다. 내가 잘 쌓아온 것이 있는데, 그것은 나름대로 질서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무엇이 때려 엎으며 질서를 어지럽힙니다. 그런데 그 어지럽혀져 있는 것을 모아 치우고 나면 평안해집니다. 지금까지는 그것 없이 살 수 없을 것 같았는데, 도리어 그것을 치우고 나니 평안합니다.


예수. 그분은 계속해서 내 삶에 들어와 들어 엎습니다. 내 삶인데, 당신의 집이라고 때려 엎습니다. 내 집이라고 바락바락 대들어도 그분은 막무가내로 내 집을 들어 엎습니다.


그렇습니다. 난 내 집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었습니다. 너무 많은 것들을 사고 팔며 도무지 그분의 것이 들여놓을 틈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더렵혀진 내 집을 보며 죄송하기 그지없는 마음이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은 것은 당신께서 나를 포기하지 않으셨다는 것입니다. 주님의 그 몸짓을 보며, ‘사랑하기에 저리도 열정적으로 들어 엎고 계시는구나’, 너무나 감사한 마음입니다.


여전히 세상 것에 마음을 사고 파는 나이지만, 그래도 주님의 말씀이 매일 들어와 엎습니다. 그러면 좀 정신 차리라고 마음을 잡으라고 내가 나를 향해 소리치지만, 그리고 그렇게 살고 싶지만, 다시 세상 쪽에 몸을 틀고 있는 나. 그래도 감사합니다. 매일 주님의 말씀을 접하니, 주님께서 “날마다 내 안에서(성전에서) 가르치십니다.”(루카 19, 47)


성전이 성전인 삶을 살고 싶은 나. 하지만 너무나 부족한 나. 그래도 당신을 매일 모시니 그분께서 나를 매일 정화시켜주십니다. 너무도 감사한 일입니다. 이렇게 가다보면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의 나라에 가 있는 나를 발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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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러기: 〈게으름도 착각이다〉


“게으른 것이 고민”인 사람이 있었다. 어떻게 지내냐고 안부를 물으면 늘 “천성이 게을러서…” 하고 대답했다. 게으른 습관만 고치면 인생이 확 달라질 것 같다고 하면서도, 그는 "천성이 게을러서"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고민을 털어놓는 그에게 나는 암벽타기를 권했다.


“근육을 단련하고 담력을 키우는 데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암벽타기가 게으름을 고치는 데 무슨 도움이 될까요?” 의아해 하면서도 그는 내 말대로 암벽타기를 시도했다.


밧줄 하나에 몸을 의지하고 절벽을 기어오르자면 다리는 후들후들 떨리고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는다. 힘주어 밧줄을 잡고 있으면 손이 타는 것 같은 통증을 느낀다. 평소에는 그 고통의 십분의 일만 되어도 포기해버리고 “게을러서…” 하며 머리를 긁적이던 그는 죽을 힘을 다해 절벽 끝까지 올라왔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들었지만, 절대 밧줄을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기를 쓰고 밧줄을 잡고 있는 저 자신을 보며 게으름도 착각이란 것을 알았습니다.”


----- 난 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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