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집에서-베트남 교회 /이회진 신부님

2006. 12. 2. 오전 1:31:12

글자
오늘은 안드레아 둥락 사제와 동료 순교자 기념입니다.
베트남 교회의 순교자들을 기념하는 축제의 날이기에
그에 관련해서 지난 추억을 하나 떠올려 봅니다.

베트남에서 선교사로 지내던 어느 날 성모승천봉헌자 수녀회(Assumptionist)에서
베트남 출신 첫 종신 서원자 수녀님의 서원식이 있어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공동체 미사를 집전하며 미사 끝에 학생들에게
“오늘 봉수아이 성당에서 종신서원식이 있으니 참석하고 싶은 사람은 가도 됩니다.
가서 함께 기도했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공지를 했는데,
옆에 있던 필리핀 신부가 아니라며 신호를 보내더니
작은 소리로 공개적인 서원식 미사가 아니라 성당 문을 닫고 하는 비공개된 미사,
즉 초대된 사람만 참석하는 서원미사라는 것이었습니다.

학생들에게는 하느님께 종신토록 자신을 봉헌하는 수녀님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하고는 동료 필리핀 신부와 종신서원 미사에 참석했습니다.
미사에는 호치민 교구 보좌 주교님과 초대된 여러 베트남 신부님들이 와 있었습니다.

미사에 참석하는 동안 몇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는 놀랐습니다.
그 동안 내가 만나왔던 몇 명 수녀님들이 같은 수녀회 출신이었다는 것이었죠.

베트남에서는 수녀님들이 수녀복을 입기는 하지만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큰 전례 때나 주일에 활동할 때 정도 착용하는데다
이 수녀회는 베트남 정부에 의해 공식적으로 허가된 수녀회가 아니어서
외국 수녀님들이 몇 개 공동체에서 분산되어 공동체를 꾸미고 각기 양성하고 있는 데,
그 동안 저는 그 각 공동체의 수녀님들을 따로 만나왔던 것입니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문을 닫고 종신서원식 미사를 봉헌하던 성당을
오늘 복음 말씀과 함께 떠올려봅니다.

성모승천봉헌자 수녀회의 첫 베트남 지원자의 첫 종신서원식에 함께 하는
약 20 여분의 예비 수녀들이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환경에서 믿음을 살아가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안스러웠고, 한편으로는 단단한 반석처럼 느껴지기도 했죠.

그때 첫 종신서원 수녀님이 선택하신 성서 구절은 요한 15,9이었습니다.
“여러분은 내 사랑 안에 머무십시오.”

1533년 그리스도교가 전래된 이래 오랜 세월 동안 박해를 받았고,
현대에 들어와서도 먼저 북베트남이(1954년),
1975년 남베트남의 패망 이후에는 전 교회가 다시 힘든 고난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
베트남 교회의 현실입니다.

그 어려움 가운데서도 베트남 교회는 2001년 교황청에 보낸 자료에 의하면
신자 약 530만명(전체 인구의 약 7%)이 총 25개 교구에서
2200여명의 사제와 11500여명의 수도자와 함께 하느님의 나라를 꿈꾸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집은 기도하는 집이라고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그곳은 우리의 안식이 있고, 위로가 있고, 평화가 있는 자리일 것입니다.
그래서 그날, 종신서원 하시는 수녀님의 성경 구절이 오래 남습니다.
“여러분은 내 안에 머무십시오.”

베트남의 많은 교우들이 아버지 안에 자유롭게 머물며 기도할 수 있고,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은총이 빨리 이루어지길 기도합니다.

“주님, 당신 곁에 베트남 교회를 세워 주시고, 당신 품 안에 그들의 아픔을 받아 안아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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