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곁에... 이찬홍 신부님

2006. 12. 2. 오전 1:34:54

글자
나해 연중 33주간 금 루카 19, 15-19- 주님 곁에...
인터넷에서 이름 대신 사용하는 것을 닉네임이라 합니다.
닉네임에는 개인마다 어떠한 의미를 두고 만들어 사용합니다.
가령, 자신의 시원시원한 성격을 알리기 위해 ‘터프가이’ 라고 하던가, 공주가 되고픈 마음에 ‘평강공주’ 라고 합니다.
또는,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주 바라기’ 라는 닉네임을 사용합니다.
이렇게 닉네임에는 자신이 닮고 싶거나, 사랑하는 것을 표현합니다.

저의 닉네임은 ‘님과 함께’입니다.
그렇다고 가수 남진씨의 ‘님과 함께’ 라는 노랫말 가사처럼 세상을 초월하고 시골 산골에서 사랑하는 님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살고 싶다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이랬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마는, 욕심이 많은지라 세상은커녕, 저 자신 하나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를 다스리고 올바른 사람으로 살아보려고... 기본에 충실한 신앙인으로서 ‘주님과 함께 살아가자’는 마음에 ‘님과 함께’로 정했습니다.

사실, 님과 함께는 마르타의 동생 마리아가 ‘주님의 발치에 앉아 주님의 음성을 듣고 있었다.’는 말씀이 퍽 마음에 들어 ‘님의 발치에’ 라는 닉네임을 하고 싶었는데, 누군가가 이미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누군지, 참 영성이 깊고 뛰어나신 분 같았습니다.
하는 수 없이 아쉬운 마음을 담아 ‘님과 함께’로 정해 5년 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복음에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백성이 소개됩니다.
저 나름대로 그 백성의 닉네임을 정해 본다면, ‘주님 곁에...’ 라고 부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예수님의 공생활 동안 많은 군중들이 예수님을 따라다닙니다.
예수님 곁에 함께 하며 말씀을 듣고, 치유를 목격하고, 빵의 기적을 체험합니다. 백성들은 예수님 곁에 머물며 많은 이로움과 감동을 받습니다.

뿐만 아니라, 예수님 곁에 백성들이 머무는 것이 예수님께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 성전을 정화하시자, 수석사제들과 율법학자, 백성의 지도자들은 예수님을 없앨 방법을 찾습니다.
그러나, 백성들이 예수님 곁에 머물며 가까이 하기 때문에 없애지 못했다고 복음을 알려줍니다.

복음을 묵상하다보니, 주님 곁에 머무는 것은 심오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주님 곁에 머문다는 의미가 무엇이겠습니까?
주님의 말씀을 듣기 위함입니다. 주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주님을 만나 그분의 말씀을 듣는 것은 또 무슨 의미입니까?
기도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주님 곁에 머무는 것은 바로 기도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주님을 마나는 시간이 기도하는 시간입니다.
주님을 만나는 장소가... 주님과 함께하는 곳이 기도하는 장소입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성전 정화를 통해 중요한 사실을 알려줍니다.
주님 곁에 머물며 그분과 함께 살아가는 것, 그것이 자신을 하느님의 성전처럼 소중히 여기는 모습이라는 것입니다.
주님을 제일 순위에 두고 살아가야 하는 것, 그 모습이 우리 신앙인이 지녀야할 모습임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포도나무 가지가 포도나무에서 잘려지면 아무것도 아닌 무가치한 존재가 되어 버리듯이, 우리가 예수님 곁을 떠나는 그 순간우리는 거룩한 성전이 아니라, 기도하는 곳이 아니라, 강도들이 소굴이 되어버리는 것을 알려주십니다.
바로, 우리가 하느님이 머무시는... 예수님께서 정화해야할 성전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예수님께서는 잔잔하고 평온하게 보이는 우리에게 뜬금없이 찾아와 우리 마음을 뒤집어 놓으십니다.
성전을 정화하듯이, 우리 마음의 가득한 죄악과 욕망들을 파헤치시며 혼란과 괴로움, 후회 등을 통해 우리를 정화해 주십니다.

늘, 주님 곁에 머물며 그분과 함께 하려는 지향을 두고 오늘 하루도 힘차게 시작합시다.

그리고 여러분께도 마음에 드는 닉네임을 정해볼 것을 권합니다.
고상하거나, 어려운 것을 생각하지 마십시오.
머리만 아픕니다.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의 표현해도 좋습니다.
자신이 바라는 지향을 담으셔도 좋습니다.
여러분이 정한 닉네임이 여러분들과 주님, 모두에게 이로움과 도움이 되는 것이면 더 좋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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