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제1주간 수요일 /강론/이제 사십 일이 지나면 니네베는 무너진다 - 김윤복 신부님

2007. 2. 28. 오전 9:25:28

글자

사순 제1주간 수요일 강론

 

복음 : 루카 11, 29-32

 

찬미예수님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군중들에게 당신께서 보여주실 수 있는 표징은 요나 예언자의 표징밖에는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렇다면 요한 예언자의 표징은 과연 무엇이기에 그 표징밖에 없는 것일까요?

 

요나 예언자의 표징은 오늘 독서에서 전해주고 있습니다. 요나 예언자는 하느님의 명령을 받고 타락한 대도시인 니네베로 갔습니다. 그 도시는 가로지르는 데에만 걸어서 사흘이나 걸리는 큰 도시였습니다. 보통 사람이 여행하면서 하루에 10시간 정도 걸을 때, 걸을 수 있는 거리는 보통 100리, 약 40Km입니다.

 

그렇다면 니네베는 도시의 직경이 120Km정도나 되는 거대한 도시라는 말입니다. 서울시의 가로 길이가 40Km가 넘지 않으니 니네베의 크기가 얼마나 큰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았을지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큰 도시에 들어간 요나는 하루를 걸어 들어가서 이렇게 외칩니다. “이제 사십 일이 지나면 니네베는 무너진다.” 어떻게 보면 어이없고 황당하기까지 한 외침입니다. 니네베의 죄가 커서 하느님께서 심판하시려고 하니 회개하고 용서를 청하라고 말해도 부족할 상황에서 단지 멸망할 것이라는 말 한마디만 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니네베 사람들은 왕부터 가장 낮은 사람까지 모두 하느님을 믿고 40일 동안 단식을 하며 하느님께 용서를 청하였습니다. 하느님의 심판을 받을 정도로 죄로 가득 차 있던 그 니네베가 성의없어 보이는 예언자의 말 한마디에 그렇게 바뀔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바로 기적일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그런 이유로 군중들에게 요나의 표징 외에는 보여줄 것이 없다고 하신 것이었습니다. 사실 기적이라는 것은 사람들에게 믿음을 갖게 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일 뿐입니다. 기적은 어린 아이에게 사탕을 주어가며 공부를 가르치는 것과 같습니다.

 

어린 아이에게는 좋은 것을 주기 위해 어린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무언가를 주어야 하지만 어른에게는 사탕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원래 하느님을 믿는 데에는 기적이 필요하지 않은 것입니다.

 

또 우리는 요나의 표징에서 다른 모습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요나는 하느님께서 그를 예언자로 부르셨을 때, 하느님을 피해 도망갔던 사람이었습니다. 요나는 하느님을 피해 세상의 끝이라고 불리는 타르시스 지방으로 배를 타고 도망가려 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폭풍을 보내셔서 배가 가지 못하도록 막으셨습니다. 그리고 배가 침몰할 지경에 이르자 요나는 이 모든 것이 자신 때문에 일어난 일인 것을 알고 바다에 자기를 던져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렇게 폭풍우가 치는 바다에 빠진 요나를 하느님께서는 큰 물고기가 삼켜서 사흘 낮, 밤을 그 물고기 배에서 지내게 하셨습니다. 사흘 낮과 밤을 마치 죽은 사람처럼 물고기 뱃속에서 기도하며 회개한 요나는 새 사람이 되어 물 밖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물고기 뱃속에 들어가 죽은 사람처럼 지낸 사흘, 이 모습은 우리가 아는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 이야기와 거의 비슷한 모습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요나의 표징에서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 또한 미리 살펴 볼 수 있습니다.

 

요나의 표징을 통해 우리는 그동안 너무 기적만을 바라고 살아오지 않았는지 반성해보아야 하겠습니다. 우리들은 평소에는 우리 마음대로만 살다가 힘들 때, 기적이 필요할 때, 하느님께 매달립니다. 그리고 그런 어려움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기적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단지 순간의 불편을 피해가기 위한 방법으로만 기억될 뿐입니다.

 

그러나 기적 없이도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사람에게 기적은 하느님 현존의 증명이며 확인입니다. 사실 이런 사람에게는 믿음을 위해 기적이 따로 필요 없습니다. 그 사람은 아무리 어려운 일이 닥쳐도 하느님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린 아이를 달래기 위해 사탕이 필요하듯이 기적은 믿음이 약한 사람을 위한 영혼의 사탕입니다.

과연 우리 영혼은 어떨까요? 우리 영혼에게 기적이라는 사탕이 필요한가요? 아니면 그런 사탕을 먹을 나이는 이미 지나갔나요? 오늘 우리의 마음의 나이는, 우리 마음의 성장은 어디까지 왔는지 살펴보시는 하루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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