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 음 : 루가 11, 29-32 평화방송 애청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얼마 전 목욕탕에 갔다가 친구 사이인 듯 한 두 중년 남자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보통 목욕탕 안에서는 알몸 탓인지 거의 정숙을 유지하는 것이 남탕의 분위기인데도 제법 큰 목소리로 약간 흥분하면서 세상살이의 고달픔에 대해 서로 토로하였습니다. 소규모 건축업을 하는 듯한 남자는 하루하루 밤새 안녕하는 거래업체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가슴이 터질 듯 두근거려 미치겠다고 말했고 다른 남자는 요즘은 하루 세끼 밥먹는 것만으로도 복이 많다고 생각해야한다고 맞장구를 쳤습니다. 그러면서 썩은 냄새 풀풀 나는 세상에 대해 분노와 원망을 퍼부었습니다. 당연히 세상을 이 모양으로 만든 정치인, 경제인들이 공격 대상으로 우선 떠올랐고 이런 사회에 대해 정나미가 뚝 떨어진다고도 했습니다.
"이 세대가 왜 이렇게도 악할까?"라는 예수님의 탄식을 듣는 듯했습니다. 로마 식민지 통치라는 악의 구조 아래 온갖 비리와 악행이 난무하는 암울한 세태 앞에서 예수님도 극심한 분노와 환멸을 느꼈을 것입니다. 목수 집안에서 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내며 내세울만한 배경이 없었던 예수님에게 그 시대의 대다수 민중들이 겪었던 고통과 눈물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다가왔습니다. 가난하고 억압받던 민중 중의 한 사람이었던 예수님은 당시의 민중들이 갈망했던 자유와 해방, 구원을 당신의 갈망으로 받아들였고, 아마도 이런 절절한 마음이 삼년간의 공생활 전체를 꿰뚫는 열정으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이런 예수님의 마음은 당연히 사회의 어둠을 적당히 만들고 이용하고 조장하면서 자신의 탐욕을 채워나가려는 세력들과 충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리가 방금 들은 오늘의 복음은 예수님 주변으로 계속해서 모여드는 군중들의 모습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더 이상 미래에 대한 희망을 기존의 사회 제도에서 찾을 수 없었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처지를 깊이 이해하고 상처를 치유해주고 주린 배를 채워주는 인물에 대해 매달리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지금 이 나라가 겪고 있는 불안한 경제적 위기를 타개할만한 능력과 정책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 있다면, 그 사람이 대중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지 않겠습니까? 사람들은 요구합니다. 몇 푼의 돈이 없어 허덕이는 거지같은 내 처지를 신나게 마음껏 돈을 팍팍 쓸 수 있는 부자로 만들어 주시오! 암에 걸려 사형선고를 받은 불쌍한 나를 건강한 몸으로 만들어주시오! 남의 밑에 일하는 내가 남을 부리는 주인이 되도록 해주시오! 현재의 열악한 상황을 내가 원하는 대로 일거에 반전시킬 수 있는 인물과 능력을 요구하는 마음이 군중들로 하여금 예수님께 다가가게 만들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이들이 바라는 것은 기적입니다.
기적! 이 말은 우리를 설레게 합니다.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은 주가가 폭등하여 상상치도 못했을 이익이 주어지기를 원할 때 이 말을 떠올릴 것입니다. 매일매일 끝없는 인파로 북적거린다는 사북 카지노 도박장의 고객들은 자신이 고액당첨이라는 기적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꿈을 버리지 못할 것입니다. 내가 원하는 기적이 나에게 일어난다면 그런 기적을 선사한 대상에 대한 믿음을 굳건히 가질 것이라는 것이 보통 사람의 마음입니다. 이렇게 기적에 바탕을 둔 믿음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향해 예수님은 그들이 원하는 기적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악하고 절개없는 이 세대가 기적을 요구하지만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기적은 요나의 기적밖에 없다는 것이 예수님의 말씀입니다. 요나의 기적이 무엇입니까? 악이 창궐하는 타락한 도시였던 니느웨의 사람들이 요나의 말을 듣고 회개하였다는 것이 바로 요나가 이룬 기적이 아닙니까? 사태의 악화를 남의 탓으로 돌리고 자신은 문제가 없는데, 남과 사회가 어둠의 제공자라는 생각을 바꾸지 못하고 전쟁에 참여하지는 않으면서 전리품을 챙기는데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마음을 바꾸지 않는 한,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이 나라가 겪고 있는 암담한 위기가 몇몇 똑똑한 지도자의 능력에 의해서 극복되는 기적은 일어나지도 않을 것이고 일어나서도 안될 것입니다. 하느님은 인간이 겪고 있는 고통과 슬픔을 아무 것도 가리지 않고 밀어붙이는 불도저 기사가 아니라 조심스럽게 유물을 발굴하는 고고학자처럼 인간의 문제를 대하십니다. 그리고 말씀하십니다. 기적이 믿음을 낳는 것이 아니라, 믿음이 기적을 낳는다고. 믿음은 남쪽 나라의 여왕이 솔론몬의 지혜를 배우려고 먼길을 찾아 떠나는 겸손과 인내에서 생겨납니다. 사실 일확천금을 꿈꾸며 일상 속에 묻혀 있는 보물을 망각하는 자세에서 마음을 고쳐먹고, 뜻깊고 가치있는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구하는 태도로 자신의 삶을 전향시키는 것보다 더 놀라운 기적은 없습니다. 평화방송 애청자 여러분! 우리의 삶에 언제나 함께 하시는 하느님의 자비를 신뢰하고 새기면서 살아가는 사람은 아침에 뜨는 해를 바라다 보면서도, 저녁에 밀려오는 어둠 속에서도 기적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깊이 생각해 보면 우리에게 삶이 주어졌다는 것보다 더 큰 기적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놀라운 사랑의 기적으로 체험하는가는 우리 각자가 매일매일 발견해야할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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