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론] 주님의 기도,주님만의 기도?[정호신부님] 2007.02.27

2007. 2. 27. 오후 12:10:51

글자
주님의 기도, 주님만의 기도?
-정호신부-

오늘 복음의 내용은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외울 정도로 너무 잘 알고 있는 ‘주님의 기도’입니다. 주님께서 가르쳐주신 기도이기에 기도 중의 기도로 불리고 있고, 주님의 기도라고 이름이 붙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런데 기도의 내용을 살펴보고 묵상해보면, 우리가 주님의 기도라고 부르는 또 하나의 이유를 발견하게 됩니다. 물론 이것은 주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주셨다는 소중한 의미와는 전혀 관계없는 의미로 말입니다. 그것은 주님의 기도 어느 구석에서도 이 기도를 기도드리는 자신을 위한 것으로 여길만한 내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님의 기도는 우리의 기도와는 너무 다른 그야말로 ‘주님의 기도’, ‘주님만이 드릴 수 있는 기도’처럼 느껴집니다. 주님의 기도를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그 의미를 풀어내는 해설서는 많지만, 그 모든 해설에서도 하느님께 우리가 바라는 것을 말씀드릴 공간이나 부분을 찾아내지 못하는 것도 이 이유가 아닌가 합니다.

우리의 기도는 대개 우리가 처한 상황을 하느님께서 아시고 그 문제들을 해결해 달라고 청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또 그렇게 하는 기도가 아무리 하느님께 드리는 감사의 기도보다 덜 중요하다고 가르치지만 실상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주님의 기도의 내용은 우리가 이런 하느님께 올리는 여러 가지 청원기도와는 전혀 맞지 않지만 우리는 우리의 청원을 좀 더 잘 들어달라는 의미로 이 주님의 기도를 항상 그 기도 속에 넣곤 합니다. 아무튼 ‘중요한 기도’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우리의 청원기도에 주님의 기도는 별로 필요하지 않은 기도처럼 느껴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아니, 어쩌면 우리의 기도 속에 들어오면 간절한 기도의 내용을 반감시키는 작용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나는 하느님께 이것 달라, 저것 달라 하는데, 주님의 기도의 내용은 정작 하느님께서는 이미 우리에게 양식을 베풀고 계신다는 정도의 고백이 전부이니 이 기도를 빼는 것이 오히려 하느님께 더 간절한 심정을 전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주님의 기도는 정말 우리의 기도와는 다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의 시작은 왜 주님의 기도가 이런지 우리에게 정확하게 설명해줍니다. 왜 주님의 기도에는 내가 나를 위해 하느님께 드릴 부분이 들어 있지 않은지 말입니다. 주님은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기도할 때에 이방인들처럼 빈말을 되풀이하지 마라. 그들은 말을 많이 해야만 하느님께서 들어주시는 줄 안다. 그러니 그들을 본받지 마라. 너희의 아버지께서는 구하기도 전에 벌써 너희에게 필요한 것을 알고 계신다. 그러므로 이렇게 기도하여라.”

하느님께서 우리가 구하기도 전에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 아시기에 그런 기도는 되풀이 되는 빈말일 뿐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이십니다. 그래서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주실 때 주님은 ‘그러므로 이렇게 기도하여라’하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의 기도는 우리와 너무 다른 기도이지만 우리가 바치는 기도들은 주님의 이 말씀 때문에 그 가치를 오히려 잃어버리게 됩니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많은 빈말들을 해 왔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내시고, 사람을 만드셨고, 그런 우리를 사랑하시기에 그분이 우리에게 모르는 것이 없으시다는 점을 듣고도 쉽게 잊고 삽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잘 모르지만, 그래서 불안을 느끼지만 하느님께서는 우리에 대해 모르시는 것이 전혀 없으시다는 것을 잘 기억하지도 믿지도 못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우리에게 주님이 이 기도를 가르쳐주신 것은 기도의 내용을 묵상하기도 전에, ‘하느님은 우리를 사랑하시니 불안해하지 말라’는 주님의 위로에서 나온 것임을 알 수 있게 합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주님 말씀처럼 주님의 기도 속 내용처럼 하느님 앞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참 신앙생활이라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주님의 기도, 우리가 하느님께 굳은 믿음을 둔다면 우리는 이 기도가 하느님께서 우리를 이미 아시고 사랑하시기에 우리가 바랄 바는 오직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대로 이 세상이 사랑을 이루며 사는 것이며 그 속에 어울릴만한 사람으로 우리가 살아가도록 노력하고 하느님께 그럴 수 있게 도와달라고 청하는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또 그것이 기도 속이 아닌 곧 우리 삶이 어떠해야 할지 가르쳐주고 있음도 또한 깨닫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을 닦달하는 우리의 기도가 주님의 기도와 너무 다름에 부끄럽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이천년 전에 걱정하지 말라 하셨는데도 우리는 지금도 불안해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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