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 음 : 마태 6, 7-15 평화방송 애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가 드리는 이 인사말에 대해 '네, 그렇습니다. 충분히 안녕합니다'라고 곧 바로 응답해 주실 분이 많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날 이 땅에서는 게으름 피지 않고 성실히 일하면 소박한 행복은 누릴 수 있다는 약속마저도 실천되기가 쉽지 않을 만큼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 다방면에서 우리네 삶의 조건들이 각박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마당에 우리가 건네는 인사말이 아무런 의미의 전달도 없이 그저 들리는 소리에 불과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인사말 안에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이든 비록 현재의 세상살이가 고달프고 힘겹다하더라도 내일은 좀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지 않겠습니까? 이런 소망을 품는다는 것은 우리가 사는 세상살이가 창문이 꽁꽁 닫힌 어두운 방처럼 여겨지더라도 그 창문은 반드시 열릴 것이며 빛이 들어올 것임을 염원하고 기대하는 마음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마음이 없이는 살 수 없는 것이 사람됨의 본질입니다. 또한 바로 이 마음이라는 바탕 위에 오늘 우리가 성찰해 볼 기도라는 믿음의 표현양식이 자리잡는 것입니다. 이처럼 보통 사람들이 기도를 떠올릴 때 생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극복하기 쉽지 않은 곤경과 고통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세상살이가 전개되도록 바라는 것, 그런 바램의 연장선에서 나타나는 사람의 행동입니다. 그런 행동을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정성을 다하면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신념으로 구일 기도, 사십일 기도, 백일 기도, 심지어 사찰에 가보면 천일기도까지 흔히 바치게 됩니다. 이렇게 기도의 시작과 마침을 날짜까지 정해서 성심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은 기도의 대상이 누구든간에 그 자체로 무척 진지하게 여겨지고 참으로 인간다움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런 기도가 모두 그리스도인이 바쳐야할 기도는 아닌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들은 복음은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은 어떤 기도를 바쳐야 하는 것에 대한 가르침을 전해줍니다. 예수님은 기도드리는 자세에 대해서 먼저 말씀하신 후에 우리가 바쳐야 할 기도를 모범적으로 제시해주십니다. 기도의 자세에 대한 예수님의 입장은 한마디로 기도란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 이루어지는 매우 내밀한 만남과 대화라는 것입니다. 남에게 보이려고 사람들의 눈길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바치는 기도나 기도하는 사람의 일방적인 독백으로 장황한 기도는 남에게 나는 열심한 사람이라는 것을 자랑하고 과시하는 태도이고 하느님으로 하여금 자신이 청원하는 바를 반드시 들어주어야 한다고 떼를 쓰는 억지라는 점을 일깨워주십니다.
사실 기도는 인간의 행위 중에서 가장 고상한 행위입니다. 인간이 자신의 허약함과 불안전함을 깊이 인식하고 자신의 힘과 능력에 대한 한계를 절절히 느끼면서 마음과 생각의 틀을 절대적이고 초월적인 존재를 향해 깨어 나갈 때 취하는 행위입니다. 일반적으로 기도를 할 때 무릎을 꿇거나 합장하는 것은 인간의 한없는 미약함과 하느님의 끝없는 위대함의 대비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동작입니다. 그러기에 참다운 기도는 남에게 과시할 수도 없고 말을 많이 할 수도 없기 마련입니다. 자신의 나약함과 어리석음을 깨닫고 스스로 자비가 필요한 존재임을 아는 사람이 어떻게 기도를 자랑의 수단으로, 큰소리치는 방편으로 삼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제대로 기도한다면 결코 그렇게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우리는 제대로 기도하고 그 기도를 통해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주신 생명의 기운을 펼쳐 열매를 맺을 수 있겠습니까?
오늘 우리는 예수님으로부터 직접 그 가르침을 받습니다. 우리가 혼자서나 집단적으로 가장 흔히 습관적이고 기계적으로 바치는 주님의 기도에 우리가 참으로 지향해야 할 기도의 내용, 우리에게 구원을 가져다줄 바램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기에 이 기도문의 내용을 잘 새겨 생각으로 깨닫고 가슴에 품어 행동으로 실천해나가면 우리는 하느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생생하게 체험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이 기도는 먼저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계시는 하느님께 대한 신뢰를 표명합니다. 내 뜻을 들어달라고 청하는 것이 기도의 첫 머리가 아니라 하느님의 뜻이 내 삶 속에 이루어지는 것을 제대로 헤아릴 수 있는 지혜를 구하는 것이 인간의 태도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지혜를 구하기 위해 신뢰와 의탁 속에 겸손되이 말씀드리는 것이 기도의 본질입니다. 그리고 이런 지향은 타인의 잘못을 앙갚음하지 않고 용서해주는 사랑의 행위를 통해 입증됩니다. 하느님의 뜻이 우리 안에 구현되기를 가난한 마음으로 지향하고 이웃의 상처를 치유해주기 위해 열심히 행동으로 투신할 때, 우리는 주님이 가르쳐주시는 기도를 생활 속에 해나가고 있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평화방송 애청자 여러분! 오늘 우리 각자가 바치는 기도의 지향이 예수님의 가르침과 잘 부합하는지를 헤아려 보면서 주님의 기도를 한 마디 한마디 새기며 바쳐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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