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2.27 /믿음이 꺼지지 않도록 너를 위해 기도한다 - 조성호 신부님

2007. 2. 27. 오전 11:5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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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학생들과 월,화 MT를 가는 관계로 화요일 강론까지 올립니다. 

 

다해 사순 제 1 주간 화요일

2007. 2. 27.

토평동.

이사 55, 10-11.

마태 6, 7-15.

내가 죽음의 상황에 있다면, 그리고 살고 싶다면 우리는 어떻게 기도할까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위험에 처해 있을 때, 나는 어떻게 기도할까요? 내가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다면, 나는 어떻게 기도할까요? 이런 저런 말이 뭐가 필요하겠습니까? 살려주십시오. 구해 주십시오. 바라는 것을 얻게 해주십시오. 내 간절함, 내가 바라는 것이 분명한데 사족 같은 뇌까림이 필요하겠습니까?

우리는 주님께 기도할 때 너무 많은 말을 합니다. 그러니 기도 좀 한다는 이들은 많은 말을 수도 없이 내뱉어대고, 할 줄 모른다는 이들은 침묵하거나 짜여진 기도만을 외워댑니다. 우리는 주님께 좀 솔직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다른 이들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주님과 대면하며 바라는 것을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내가 말하기 전에 나를 아시는 그분께 전적으로 신뢰하며 의탁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기도 할 줄 모른다구요? 혹시 평소에 기도를 안 한 거 아닙니까? 아니면 기도한다고 하면서도, 그저 책 놓고 다른 이의 영성이 담긴 그 안에 있는 기도만 줄줄 바친 거 아닙니까?(그 기도를 바치는 것이 잘못인 게 아니라 나의 삶, 마음이 담긴 기도가 없다는 데서 오는 공허감이다) 하루에 기도하면서 내 삶을 돌아보고, 가족들을 바라보고, 내 기도가 필요한 이를 살피고, 내 마음을 기도해봅시다. 기도서 펴놓고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내 가슴의 기도를 해봅시다. 줄줄 외우지 말고 어눌하더라도 주님께 나를 바치면, 나는 기도의 인간이 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내가 기도해야 하는 순간, 나에게 기도를 부탁하는 순간, 나는 어색하지 않은, 가식적이지 않은 진솔한 기도를 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주 하느님의 은총을 체험한 이들의 기도는 간결합니다. 그리고 솔직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말을 많이 해야 주님께서 들어주시는 것이 아니고, 늘 나와 함께 계신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의 초점은 내가 살아가는 세상에서의 문제가 아니라 먼저 하느님의 원대한 구원 계획입니다. 내가 믿는 이에게 감사를 드리고, 그분의 뜻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기도. 그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기도라는 것을 가르쳐 주신 것입니다. 그분의 뜻이 드러나지 않고 내 뜻을 먼저 말하는 것은 믿는 이의 기도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이렇게 해봅시다. “아빠!”라든지, “내 님”이라든지, 그분께서는 교회의 배필, 나의 배필이라 하셨으니 내게 친숙한 말이 “여보”라면 “여보!”하고 시작해봅시다. 우리의 성 김대건 신부님은 주님을 “임자”라고 부르시지 않았습니까?

“아빠! 늘 내 곁에 있어주어서 고마워요. 당신이 곁에 있으니 나 잘할 수 있을 거에요. 늘 힘이 되어 주셔서 고맙고, 당신의 뜻을 살필 수 있게 이끌어 주셔서 고맙고…. 그런 제가 바라는 것이 있어요. 오늘 제게 필요한 일용할 양식, 그건 ○○○○에요. 당신이 아시겠지만, 그리고 당신의 뜻을 이루시겠지만, 제 바람 이 기도 어여삐 받아주셔요.”

이런 식의 기도는 주님을 더 포근하게 하고, 하느님 아버지를 “아빠”라고 부르신 예수님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기도를 가르쳐 주시면서 아버지 하느님께 전적으로 신뢰하며 그분의 이름을 드러내는 삶을 살라 하셨습니다. 그러면서도 우리 삶에 있어서 빠지게 될 유혹을 바라보시면서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시련이 다가오고 유혹이 나를 건드려도 결코 내 삶이 악까지 가지는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라고 하십니다. 내 삶의 선택이요, 결단이지만, 그 모든 것까지도 주 하느님께 의탁하라는 것이죠.

하느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 즉 이방 민족들은 되풀이되는 말의 수고가 효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기도하는 자신도 모르는 말을 쏟아내며 외치고 외치고! 그 백 마디 말보다 진솔한 우리 가슴의 기도, 삶의 기도 한 마디가 주님께 다가갑니다. 예수께서는 끊임없이 청하고 찾고 두드리라고 하셨습니다.(루카 11, 5-13) 그러나 이것은 진정 간절함에서 나온 나의 필요의 간결한 바람입니다. 한밤중에 먼 길 찾아온 친구에게 빵을 주기 위해 하는 말, “이러저러하니 빵 세 개만 주게”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기도합시다. 내 삶을 담아 기도합시다. 원하는 것이 없습니까? 바라는 거 없이 그냥 내맡기며 산다구요? 그것이 진짜 신앙 아니냐구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바라는 것이 없다면, 정말 충실하게 살아가려고 하는 사람일까요? 매일 기도하는 예수님의 모습을 그려보십시오. 그분이 바라셨던 것이 무엇인지….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배반할 베드로를 보시며, “믿음이 꺼지지 않도록 너를 위해 기도한다”(루카 22, 32)고 하셨습니다. 예수님도 바라는 것이 있었고, 그것을 위해 기도하셨습니다. 오로지 하느님을 믿으면서 말이죠.

간절하게! 온 마음으로, 온 정신을 다해, 온 힘을 다해, 온 목숨을 다해, 간절하게 기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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