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0일 성녀 스콜라스티카 동정 기념일>
그리스도를 마중 나간 지혜로운 동정녀
“저 분은 참으로 천사지만 우리에게 신앙생활의 모범을 주시기 위해 임시 인간의 모습을 취하고 계시는 분이 아닐까?”
동료 수녀들은 스콜라스티카 성녀를 이렇게 칭찬했다고 합니다. 사랑의 온순함과 기도의 열심함과 모든 덕의 우월함으로 성녀는 언제나 주위 사람들을 감동시켰지요.
오늘 축일을 맞은 스콜라스티카 성녀는 베네딕토 성인의 쌍둥이 누이동생으로 480년 경 로마에서 태어났습니다. 출생한 후 일년도 못되어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으므로 아버지의 슬하에서 양육된 성녀는 하느님을 공경하는 마음을 간직하며 자랐으며 오빠와 같이 아주 어려서부터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하였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에 관한 자료는 거의 전해지지 않고 있으나 오빠 베네딕토 성인이 교육을 받기 위해 로마로 떠났을 때 아버지와 함께 집에 머물러 있었을 것이라 추정됩니다.
그 후 공부를 중단한 베네딕토는 수비아코에서 3년 은수자 생활을 한 후 529년 몬테 카시노의 대 수도원을 설립한 뒤 이 곳에서 8km정도 떨어진 파우마롤라에 여성들을 위한 수도 공동체로 베네딕토 수녀원을 설립하여 스콜라스티카에게 그곳을 맡겼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성녀는 베네딕토 수녀회의 첫 번째 수녀이자 원장이 되었지요.
이들 남매는 매년 한 차례씩 만나 영적대화를 나누곤 하였는데, 주로 성녀가 베네딕토 성인을 방문하였다고 합니다. 이들 남매는 수도 생활에 있어서 친밀한 협력자였습니다. 교황 그레고리오 1세(590-604)가 쓴 『이탈리아 교부들의 생활과 기적에 관한 대화집』에는 이들 남매의 생애에 관한 유명한 일화 한 가지가 전해 내려옵니다.
성녀가 마지막으로 베네딕도 성인을 방문하였을 때의 일입니다. 그들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기도하고 영적대화를 나누었는데 이별의 시간이 다가오자 성녀는 오빠에게 다음 날 아침까지 함께 있기를 간청했습니다. 성령의 묵시를 통해 오래지 않아 자기가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될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지요. 그러나 베네딕토 성인은 수도회 규칙에 따라 거절합니다. 이에 성녀가 눈물을 흘리며 잠시 기도를 하자 곧 세찬 비바람이 몰아쳤습니다. 베네딕토 성인과 수사들은 심하게 퍼붓는 뇌우 때문에 한 발짝도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습니다. 할 수 없이 그대로 머물게 된 베네딕토 성인은 “누이야,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너의 뜻을 허락하셨구나. 대체 네가 무엇을 했느냐?”고 물었고 성녀는 “당신은 저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으나, 주님은 제 말을 귀담아 들으셨습니다. 자, 이제 나가서 수도원으로 돌아가 보시지요.”라고 대답하였다고 합니다. 이렇게 해서 남매는 밤새도록 영적인 생활과 천상 생활의 기쁨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전해집니다.
마지막 만남이 있은 후 3일째 되는 날, 기도에 몰두하고 있던 베네딕토 성인은 성녀의 영혼이 육신을 떠나 비둘기 모양으로 승천하는 환시를 보고 누이동생의 죽음을 알았다고 합니다. 베네딕토 성인은 마음 깊이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하고 찬미를 드리면서, 지체 없이 몇몇 수사들을 보내 성녀의 시신을 거두어 오라고 명합니다. 실제로 스콜라스티카는 특별한 아무 병도 없이 잠들듯이 세상을 떠났다고 전해집니다. 베네딕토 성인은 곧 수도원으로 옮겨진 누이동생의 시신을 전부터 자신을 위해 마련해 두었던 몬테 카시노 수도원 내의 무덤에 안장하였습니다. 그 후 40일도 못 되어 성 베네딕토 또한 동생의 뒤를 따라 하느님께로 돌아가게 되지요. 그리고 5년 후인 547년 베네딕토 성인의 시신은 같은 곳에 안장되었습니다.
베네딕토 성인과 스콜라스티카 성녀의 하느님 사랑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남부러울 것 없이 자라난 이들 남매였으나 어렸을 때부터 마음의 중심에는 항상 하느님이 모셔져 있었지요. 특히 미모였던 스콜라스티카는 나이가 들면서 로마의 많은 귀족 청년들로부터 청혼을 받았지만 그 혼담을 처음부터 거절하면서 일생을 하느님께 봉헌하며 살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그녀는 자기 몫의 재산을 빈민들에게 나누어주고 오빠의 수도원이 있는 산 속에 작은 초막을 세우고 희생, 극기, 기도 생활을 시작합니다. 그러자 점차 다른 열심한 여성들이 스콜라스티카의 덕을 사모하며 모여와서 같은 수도생활을 하게 되었으므로 이를 본 베네딕토 성인이 자기 수도원에서 실행해온 규칙을 여동생의 수도원에 정해주기에 이른 것이지요. 성녀 스콜라스티카는 베네딕토 수녀회의 주보 성녀로 존경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대부분 세상에서의 출세를 경주하지만 이들 남매는 하느님 사랑의 실천을 위해 경주했고, 모든 수도회의 초석이 되었습니다. 오로지 주님의 뜻만을 충실히 따른 스콜라스티카 성녀 축일을 지내면서 세상일만이 아니라 머리를 들어 하느님의 일을 생각하는 여러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