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묻는 자매님... - 이찬홍 신부님 2007.02.09

2007. 2. 10. 오전 11:35:39

글자
다해 연중 5주간 금 마르코 7, 31-37- 나이를 묻는 자매님...

복음에 사람들이 귀먹고 말더듬는 이를 예수님께로 데리고 와서 그에게 손을 얹어 주십사고 청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사람을 따로 데리고 나가서 치유해 주십니다.

오늘, 복음 말씀을 묵상하다 문득, 며칠 전 우연하게 받은 한통의 전화가 생각났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짐을 정리 하는데, 전화벨이 울리자 전화를 받고 ‘네 성당입니다.’ 라는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러자, 전화기에서 ‘성당입니까? 신부님이세요?’ 라고 물었습니다.
‘네 신부입니다. 그런데, 무슨 일인데요?’
‘무슨 일은 아니고, 신부님이 새로 오셨다고 해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신부님의 목소리가 참 젊은 것 같습니다. 몇 살이세요?’
그러자 저는, ‘왜요? 제 나이가 궁금하세요? 신부 나이를 묻는 것은 아닙니다.’ 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자매님께서는 ‘그래요? 물어보면 안 되나요? 왜 안 되는데요? 목소리도 젊고 씩씩해서 한 40대 초반쯤인 것 같은데요. 맞습니까?’ 라고 묻자, 솔직히 대답하기가 좀 짜증도 나고 해서, ‘네’ 라고 대답해 버렸습니다.

저는 좀 어이없는 듯이, ‘자매님, 제 나아가 궁금해서 성당에 전화하셨습니까?’ 라고 묻자, 자매님께서는 ‘그건 아니에요. 신부님께서 새로 오셨다고 해서 궁금하기도 하고.. 그래서 전화를 했습니다.’
‘그렇게 궁금하면 주일에 성당에 오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이 번 주일에 오십시오.’ 라고 말하자, 자매님께서는 ‘저는 한 두 번 정도 성당에 가보았지, 정식 신자가 아니에요. 그리고 여기는 성읍이에요.’ 라고 대답했습니다.
저는 ‘그래요. 그럼 앞으로 성당에 나오시면 되겠네요. 성읍이 그리 멀지 않잖아요.’ 라고 되묻자, 자매님께서는 ‘저는 눈과 귀가 멀었습니다. 그래서 나다니기가 쉽지 않습니다. 혹, 나간다 하더라도 주위 사람들에게 불편만 주게 되고요...’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네.. 맹인이시군요.. 그래도 한번 나와 보십시오. 괜찮을 겁니다.’ 라고 말씀드리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성당에 새로운 신부가 왔다는 말을 듣고 궁금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해서 전화를 했었을 텐데... 친절하게 전화를 받지 못했구나... ’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오늘 말더듬고 귀 먹은 이를 치유해 주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며, 그 자매님과의 전화가 새롭게 떠올랐습니다.
저에게 전화를 하신 자매님께서 정말 저의 나이가 궁금해서 전화를 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저와 대화를 하고 싶은데, 마땅한 이야기꺼리가 생각나지 않아, 자연스럽게 나온 말이 나이에 과한 물음일 것입니다.
정작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나도 성당에 나가고 싶은데... 장애가 있어 나갈 수가 없습니다. 좀 도와주십시오.’ 라는.. 그러한 자신의 참된 마음을 전하고 싶어 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저는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끊게 되었던 것입니다.
자매님의 성함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저와 통화한 자매님과 복음의 병자를 함께 생각해 봅니다.
장애의 크고 작음의 자이는 있겠지만, 장애 자체 보다는 장애로 인한 아픔, 눈물, 시련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사람들의 예수님께 치유해 주십사고 청할 때, 사람들의 마음은 제가 자매님께 느끼는 미안함을 넘어 장애인의 마음과 고통을 진정 함께 하면 청했을 것입니다.
예수님 역시, 사람들이 느끼는 똑같은 감정과 마음, 아니 그 이상의 심정으로 병자를 대하셨기에, “에파타” 라며 치유해 주신 것입니다.

복음에 예수님께서 병자를 치유해 주시듯이, 저 또한 맹인 자매님을 위로해 주고, 치유해 줄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생각해 봅니다.
위로해 준답시고, 단순히 ‘맹인이 된 것은 당신 팔자입니다. 힘내서 살아보십시오.’ 라고 말하는 것은, 바로 그 자매님을 두 번 눈멀게 하는 것이요, 두 번 죽이는 행위일 뿐입니다.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제가 맹인 자매님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그 자매님의 장애를 치유해 줄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복음에 병자 스스로가 예수님을 찾아간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예수님께로 데리고 가서 치유해 주십사고 청했듯이, 저 또한 자매님의 장애를 치유하기 위해 자매님을 예수님께로 데리고 가는 행동은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여러분들의 도움을 받으며 그 자매님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한, 40대 여성의 목소리였고, 사는 곳이 성읍리라 했습니다. 찾을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가서, ‘내가 새로운 신부라고..30대 초반처럼 보이는 40대 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아니, 그때는 거짓말을 했다고...저 나이 36이라고..’ 말씀드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자매님을 위해 기도하는 것입니다.
비록, 장애가 있어 쉽게 나돌아 다니지 못하고, 또한 성당에 오지 못하지만, 주님께서 함께 해 주시어 그 자매에게 힘과 위로와 용기를 주소서.. 라고 청하는 것입니다.
그 옛날 “에파타” 라고 말씀하시며...“탈리타쿰” 이라 말씀하시며.. 수많은 병자, 장애우들을 치유해 주셨듯이, 그 자매의 영적, 육적인 병을 고쳐 주십시오... 자신의 장애가 살아가는데 장애물이 되지 않기를... 볼수 없고 들을 수 없지만, 당신을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고, 만날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는 우리가 무능하기 때문에 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저것 다 해보다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런 절망의 순간에 한숨처럼 ‘하느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기도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힘 있는 도움이요, 실제 우리의 기도로 인해 하느님의 은총이... 도움의 성령이 기도드리는 그 사람에게 직접 내리기 때문입니다. 충만하게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아멘.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강론 묵상 모음집

목록 전체보기 →
연중 제5주간 토요일 2007-2-10/빵이 몇 개나 있느냐?” - 이수언07.02.10조회 32성녀 스콜라스티카 동정 기념일 2007/2/10 /끝 - 윤인규 신부님07.02.10조회 30나이를 묻는 자매님... - 이찬홍 신부님 2007.02.0907.02.10조회 312007.02.09 /가브리엘 성서대학 제1회 졸업식 미사 - 하성호 신부님07.02.10조회 30배필, 천생연분, 하늘이 맺어준 짝 - 하성호 신부님 2007.02.0907.02.10조회 31연중 제5주간 수요일/봄이 오면 - 하성호 신부님07.02.10조회 302월 9일 금요일 .. 말씀지기 묵상07.02.10조회 302007.02.09 /이웃에 눈 먼 이기주의 - 이기정 신부님07.02.10조회 31그를 따로 데리고 나가셔서 - 이회진 신부님 /2007.02.0907.02.10조회 31[강론] 당신의 죄는 용서를 받았다[김용배신부님] 2007.02.0907.02.10조회 312007.02.09 /[강론] 에바타 제발 열려라 열려[박상대신부님]07.02.09조회 31[강론] 보고 듣게 하시는 분[강영구신부님] 2007.02.0907.02.09조회 31[강론] 곧바로 그의 귀가 열리고 묶인 혀가 풀려서 말을 제대로 하게 되었다[김병로신부님] 2007.02.0907.02.09조회 30연중 제5주간 금요일 /[강론] 들음과 말함[박기흠신부님]07.02.09조회 302007.2.8 연중 제5주간목요일/[강론] 사랑의 관계 믿음의 관계[이수철신부님]07.02.09조회 31[묵상] 귀먹은 벙어리를 고치는 예수[유광수신부님] 2007.02.0907.02.09조회 31[강론] 와서 보시오[강길웅신부님] 2007.02.0907.02.09조회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