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5주간 금요일 /[강론] 들음과 말함[박기흠신부님]

2007. 2. 9. 오전 9:36:30

글자
연중 제5주간 금요일

- 박기흠 신부 -

가끔 우리는 예고 없는 정전으로 어둠의 답답함을 체험할 때가 있고,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외국여행을 하는 동안 갑갑할 때를 느낀 체험들을 많이 가져 보았을 것이다. 이런 일시적 사건뿐 아니라 실제 우리들 주변에는 육신의 장애로 평생 불구로 사시는 분들도 계신다. 그들에게 “에파타!”(7,34), 감겼던 눈과 닫혔던 귀가 열리고 말려들었던 혀가 풀려 장애우(友) 그 자신뿐 아니라 주변의 가족과 친지들에게도 기쁨이 되었으면 한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귀먹은 반벙어리를 고치시고 그 기쁨을 주신다는 기적 이야기이다. 그런데 반벙어리뿐 아니라 건강한 사람 역시 조금은 귀머거리요 벙어리가 아닌가 생각된다. 예컨대 우리는 아주 적고 아주 높은 소리는 듣지 못한다. 그뿐 아니라 우리는 자기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만 골라서 듣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어떤 자세로 듣느냐에 따라서 똑같은 소리도 다르게 듣는다. 가량, 사랑한다는 말도, 내가 말하는 사람을 좋아할 때에는 그 말에서 기쁨을 느끼지만 반대로 그 사람을 미워할 때에는 고통을 느낀다. 이처럼 육신의 장애가 아니라 영적인 귀머거리요 반벙어리가 된 체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주님의 세례로 귀가 뚫리고 혀가 풀린 사람들이다. 하느님의 선물인 믿음을 통해서 예전에는 듣지 못하던 바를 듣게 되고, 말할 수 없었던 바를 우리는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하느님에 대해서, 예수님에 대해서, 그리고 예수님을 통해서 보여주신 우리들에 대한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듣고 믿는다. 이것 역시 믿음을 통해서 우리에게 베풀어진 ‘에파타’, 하나의 기적이 아닐까 한다.


  문제는 이렇게 뚫린 귀와 풀린 혀로 우리가 참되게 되었지만 나만 좋아하는 것, 나에게 필요치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듣지 않음으로 자기 본성만 만족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나아가 주님의 말씀과 가족과 이웃에 귀를 막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하느님의 말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지만 가정과 이웃에게서 건성으로 듣거나 반귀머거리로 살 때 불행한 일들이 반드시 벌어지게 된다.


  듣는 사람의 자세에 따라서 그 어떤 소리나 대화도 다르다는 사실을 우리는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과 가족과 이웃들의 말을 어떤 자세로 듣고 있는지? 혹시 가족들의 대화를 때로는 소음 정도로나 생각하고 있지 않는지? 또는 가족들의 말을 듣기는 하지만 나와는 관계없는 소리로 여겨버리지 않는지? 듣는다고 하면서도 듣지 않을 때, 이는 단순히 듣지 않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무시하는 것입니다.


  들음과 말함은 본질적인 관계를 이룬다. 여기에서 듣기가 먼저인데, 사도 바오로도 '믿음은 들음에서 온다'(로마 10,17)고 말씀 하셨다. 신앙인의 자세는 상대의 말을 먼저 듣는 이의 자세이어야 한다. 인간관계에서도 듣는 자세가 우선일 때 더 아름답고 더욱 밝아진다. 잘 듣게 되면 잘 말할 수 있음으로 우리는 자발적이며 능동적으로 전례와 기도에 참여하여 주님의 말씀을 듣고 살아야 한다. 그리하여 아무것도 받아들이지 않고 이해하지 않으려는 자신의 그릇된 저항심과 한계를 이겨내어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세상을 향해서도 하느님의 기쁜 소식을 전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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