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로 신부(예수회)-
◆오늘 복음은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고쳐주시는 예수님에 관한 내용이다. 물론 예수님의 치유 방식은 조금 색다르기는 하다. 손가락을 그의 두 귀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손을 대시고, ‘열려라’ 하고 말씀하신 것으로 봐서는. 하지만 ‘모든 것들은 구세주이신 그분의 손길이 닿아야만 참으로 구원에 이를 수 있다’는 교부들의 말씀을 빌린다면 귀먹고 말 더듬는 이는 참으로 제대로 치유되었음을 감지할 수 있다.
만일 그분이 우리 모두의 귀와 혀에 손을 대주시어 우리가 듣고 말하는 모든 것들이 하느님 안에서 나와 너, 우리 모두를 자유와 평화로 이끄는 구원의 들음과 구원의 말이 되게 하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그것은 그분이 우리 모두의 귀와 혀에 손을 대주시지 않아서, 치유해 주시지 않아서 우리가 사랑으로 듣지 못하고 사랑으로 말하지 못하는 것이고…. 그래서 이 모든 책임이 그분에게 있다는 생각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그분은 언제나 우리의 귀와 혀에 손을 대시어 치유해 주시고자 하시지만 우리가 그것을 원치 않는 것은 아닐까? 머리로는 그래야 된다고 알고 있지만 막상 자신을 주님께 내놓지 못하는 겁 많은 우리. 자신의 것은 무엇이든 누구도 건드리기를 허용치 않는 우리. 그런 우리에게 오늘 복음의 귀먹고 말 더듬는 이는 분명하게 전하고 있는 것 같다. 주님께 내놓으라고. 그러면 치유될 것이라는 사실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