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 7.24-30
예수께서는
"자녀들을 먼저 배불리 먹여야 한다.
자녀들이 먹는 빵을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좋지 않다" 하고 말씀하셨다.
엄마가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생선도 굽고, 김치전도 붙이고,
보글 보글 된장국을 끓여 상을 차리고 계신다.
이젠 지겨울 법도 한 부엌일이 엄마는 머가 그리 좋으신지
소리내어 웃지는 않으셨지만 어찌나 행복해 보이시던지...
그러나 아들은 진즉 외출했다가 아직 집에서 멀리 있다.
한편 같은 시각, 같은 공간, 창문 바깥쪽의 길 위에는
행색이 남루한 청년, 제대로 먹지도,
씻지도 못한 것 같은...에고 냄새까지 난다.
머 얻어 먹을데라도 있을까 하고 마을을 통과하기로 한
그의 지친 발은 창문 너머에서 멈춘다.
어렴풋이 보이는 창문 너머에 아낙이 보인다.
난생 처음 보는 여자,
하지만 그녀에게서 엄마를 본다....
주님을 만나기 위해 집을 떠나야만 하는 사람이 있고,
주님을 만나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어디에 속하는가.
어느 낯선 곳이든, 낯선 사람, 낯선 일이든
얼마 간의 낯선 시각이 지나면 이내 정들어 버리는 나~
그렇다면 매순간 떠나는 수밖에 없다, 유목민처럼.
그는 어디에든 정을 못붙이고, 바닥을 내고
어쩔 수 없이 다음 지역으로 이동하는 유목민이 아니라
어디를 가든 고향이 되는 사람, 길이 집이 되는 사람일게다.
사람들로부터 천시받는, 이교도 여인의 '빈 곳', '아픔', 집없음'이
예수님이 들어가시는 문이 되었다.
'주님, 당신을 믿나이다.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기도하는 나는 너무 꽉차 있다. 아프지만 않으려한다.
내 빈 곳을 빈 곳으로 가득 채울 때 내 믿음이 굳세어지리니...
주님은 가난한 이의 영혼을 보신다.
자, 내어 놓자.
자, 떠나 보자.
자, 돌아 가자.
결국 우리는 저녁밥 짓는 연기가
모락 모락 피어오르는 고향에서
얼싸 안고 춤을 추리니...
-성바오로 수도회 수사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