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연중 제5주간 수요일 - 이 가난 이 더러움 어찌하오리까- 부영호 신부님

2007. 2. 7. 오전 8: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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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해 연중 제5주간 수요일 - 이 가난 이 더러움 어찌하오리까

찬미예수님!
오늘은 연중 제 5주간 수요일입니다. 지난 주 수요일에 제가 중앙성당으로 왔으니까 벌써 중앙 성당에 부임한 지도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정신 없이 일을 배우느라 집무실이 엉망이었는데... 어제 저는 점심 식사를 하고 나서 오후 내내 집무실을 청소했습니다. 구석구석 쌓인 먼지를 닦고 아직 풀러 놓지도 않았던 박스를 열어서 책장에 가지런히 정리하면서 저는 속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조금 지저분하게 살면 어때서... 사제 서품을 받고 처음으로 사용하는 집무실이라 깨끗하게 청소한답시고 수선을 피고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한번 시작한 것을 마무리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오후 내내 청소를 하면서 저는 오늘의 복음의 말씀이 생각이 났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사람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가 그를 더럽힐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그를 더럽힌다”고 말씀하시면서 우리 깨끗함과 더러움의 기준에 대해서 말씀하고 계십니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 그것이 사람을 더럽힌다. 안에서 곧 사람의 마음에서
나쁜 생각들, 불륜,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의, 사기, 방탕, 시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이 나온다. 이런 악한 것들이 모두 안에서 나와 사람을 더럽힌다.“

오늘 예수님의 말씀은 그 당시의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인 것이었습니다. 유대교의 전통에 의하면 어제 복음에서 바리사이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식사를 하기 전에 손을 씻고 먹어야 하며, 장터에 다녀오고 나서는 반드시 몸을 씻어야만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제 복음에서 바리사이들은 “어째서 선생님의 제자들은 조상들의 전통을 따르지 않고, 더러운 손으로 음식을 먹습니까?”라고 항의를 합니다.

오늘날에는 부모님들께서 자녀들이 식사를 하기 전에, 손을 씻는 것은 청결을 위해서 당연히 해야하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꼭 자녀들에게 손을 씻고 밥을 먹으라고 하지만, 그 당시의 유대 사람들은 청결의 문제보다는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 하나의 예식으로서 손을 씻는 예식을 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어제와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전통만을 고집하며 하느님을 배척하는 사람들, 전통만을 고집하며 자신의 부모까지 버리는 사람들을 나무라시면서 “아무것도 사람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가 그를 더럽힐 수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의 이러한 말씀은 물건! 혹은 음식은 그 어떤 것도 하느님께 대한 믿음의 입장에서 볼 때, “이것은 부정한 것이다! 이것은 깨끗한 것이다!”라고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부정한 음식을 안 먹는 데 믿음의 본질이 있는 것이 아니고, 하느님의 뜻을 따라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데 믿음의 본질이 있다는 것입니다. 즉, 우리가 더러운 손으로 음식을 먹더라도 그 음식을 먹은 힘으로 이웃을 위해 봉사를 한다면, 결코 그 음식은 부정한 것이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정작 사람을 더럽히는 것은 물건이나 음식이 아니라 사람 자신에게서 나오는 생각과 행위라는 점에 마음을 기울이라는 말씀입니다.

사제서품을 받기 전에 서울에서 피정을 하면서, 저는 저의 인간적인 나약함과 지난 날의 실수들, 잘못들을 떠올리면서 총고해를 하였습니다. 너무도 부족한 저를 온전히 주님께 내어드림에 있어서 피정 중에 제가 힘을 얻었던 기도시를 여러분과 함께 나누면서 오늘의 강론을 마무리 할까 합니다. 더러움과 깨끗함의 기준은 물질이나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성령의 이끄심과 주님께 있음을 고백하며 돌아가신 최민순 신부님의 글을 함께 나눕니다.


받으시옵소서
황금과 유향과 몰약은 아니라도
여기 육신이 있습니다. 영혼이 있습니다.

본시 없었던 나, 손수 지어 있게 하시고
죽었던 나 몸소 살려 주셨으니
받으시옵소서

님으로 말미암은 이 목숨 이 사랑
오직 당신 것이오니 도로 받으시옵소서

갈마드는 세월에 삶이 고달팠고
어리석던 탐욕에 마음은 흐렸을망정
님이 주신 목숨이야 금갈 줄이 있으리까
심어주신 사랑이야 금갈 줄이 있으리까

받으시옵소서
받으시옵소서

당신의 것을 모두 받으시옵소서
가멸고 거룩해야 바쳐질 수 있다면
영혼이 둘이라도 할 수 없는 이 몸

이 가난 이 더러움을 어찌 어찌하오리까
이 가난 이 더러움을 어찌 어찌하오리까

님께 바칠 것이라곤
이 밖에 또 없아오니

받으시옵소서
받으시옵소서

가난한 채 더러운 채
이대로 나를 바쳐드리옴은

오로지 님을 굳이 믿음이오랴
전능하신 자비 안에 이 몸이 안겨질 때
주홍같은 나의 죄 눈같이 희어지리이다
진흙같은 이 마음이
수정같이 빛나리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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