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해 연중 5주간 화 - 과연 부정한 것이 무엇인가? /- 이찬홍 신부님

2007. 2. 7. 오전 8: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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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해 연중 5주간 화 마르코 7, 1-13- 과연 부정한 것이 무엇인가?


오늘 신성여고 졸업식에 다녀왔습니다.
졸업식에 참여했는데, 놀라운 광경을 보았습니다.
우리 성당에 다니는 ‘송경은 스텔라’ 학생이 당당히 단상에 올라가서 상을 받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알기로 단상에서 상을 받는 학생들은 전교 5등 이내만 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경은이 학생은 적어도 전교 5등인 것입니다.

상을 받는 스텔라를 보며 옆에 계신 수녀님께 ‘지금 상을 받는 경은 스텔라가 어느 성당에 다니는 줄 아세요?’ 라고 여쭈었습니다.
수녀님께서도 빙그레 웃으시며 ‘알아요. 표선성당인거...’ 라는 대답을 하셨습니다.
저 정말 오랜만에 목에 힘주며 우쭐거렸습니다.
너무 힘을 줬는지, 지금도 목이 뻑뻑합니다.
제주 교대에 입학했으니, 초등부 교리교사와 무엇보다도 방학 때마다, 본당에 중고등부 학생들의 공부를 도와주라는 부탁을 할까 합니다.
여러분들께서도 기쁘시죠?
정말 표선성당과 표선의 기쁨이요, 자랑입니다.

지금은 잘 볼 수 없지만, 20여 년 전만해도 쉽게 굿을 하는 광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집안에 좋지 않은 일이나, 큰 병에 걸려 병이 낫지 않을 때, 용하다는 무당을 데려다가 굿을 합니다.

하루는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중학생 때쯤에 교리 교사와 함께 분식집에 가다가 집 마당에서 굿을 하기에 잠시 굿하는 장면을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한 5분쯤 지났을까?... 신이 들린 듯, 굿에 집중해 있던 무당이 갑자기 뒤를 돌아서서 우리를 보고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십자가 붙은 귀신이 있어서 잘 안 된다.. 부정 타니 빨리 가라..’

‘안되면 안 된다고 사실대로 말하지...우리가 있다고 뭔 부정이 타나... ’ 싶기도 하였지만, 분위기가 그대로 있으면 맞아 죽을 것 같아서 그냥 분식집에 갔습니다.

그리고, 어렸을 때, 부모님께서는 참외와 수박, 오이 농사를 지었는데, 하우스에서 어느 정도 키우다가 노지 터널에 옮겨 심는 시설재배를 했습니다.
하루는 짝밭(장지)에 다녀온 아버지께 할아버지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너무 그런디만 다니 난, 부정타 그네 농사가 안됨시네게(자주 장지에 다니니, 부정 타서 묘종이 잘 크지 않는다.)’

저의 기억에 ‘부정 탄다.’는 말과 의미는 이것이 전부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께서는 언제 ‘부정 탄다. 저리가라..’는 말을 사용하십니까?
아무래도 큰 제사를 드릴 때나,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갈 때, 주로 사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신성여고 졸업식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웬, ‘부정 탄다.’는 말을 할까? 생각하는 분이 계실 것 같습니다.
오늘 복음이 정결과 부정한 것에 대한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민족은 정결한 것과 부정한 것을 구분 지었습니다.
정결한 것은 아무 문제가 없고 좋은 것이지만, 부정한 것은 다릅니다.
복음에서 알려주듯이, 시장에 갔다가 돌아왔을 때나, 부정한 것을 만진 사람은 손을 씻어야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나는 부정한 사람이요!’ 라고 크게 외치며 다른 사람들이 부정한 사람과의 접촉을 막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원래 성경의 정결한 것과 부정한 것의 구분은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의 친밀한 관계... 곧 사랑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모세에 의해 만들어진 법규였는데, 시간이 흐름에 따라 관습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관습 안에 하느님이 빠져 버리고, 지도자들 멋대로 관습을 이용하며 사람을 힘들게 하자, 예수님께서 꾸짖는 것입니다.

저의 짧은 체험과 예수님의 말씀을 묵상하다 보면 ‘부정하다.’는 의미는 어쩌면, 실제 부정하고 나쁜 것이기 보다는, 자기와는 다른 부류의 사람이나, 또는 자기들과 다른 사람을 멀리하기 위해 사용되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렸을 때, 만났던 무당도 자신이 모시는 잡신(?)과는 다른 사람이 있기 때문에... 곧, 하느님의 모시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멀리 하려고 ‘부정 탄다.’는 말을 한 것입니다.
할아버지께 역시, 삶과 죽음을 구분지어 놓고 죽음을 삶과는 반대, 다른 것으로 여겨 아버지께 ‘부정 탄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복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이 예수님의 제자들이 손을 씻지 않은 채, 더러운 손으로 음식을 먹는다고 비난을 합니다.
그러나, 좀 더러운 손으로 음식을 먹으면 또 어떻습니까?
그 모습이 상대방에게는 좀 불쾌하고 더럽게 보이더라도, 직접적으로 피해는 보는 것은 당사자들입니다.
그 모습이 자신들과는 다르다고.. 틀리다고 해서 관습을 들어 부정한 행동, 부정한 사람으로 판단해 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독서는 분명하게 알려줍니다.
세상 안의 모든 것은 하느님의 의해 선하게 창조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도 만드신 모든 것을 보시고, ‘참 좋았다.’ 라고 했음을 알려줍니다.

때문에, 세상 안에는 부정한 것이.. 부정 타게 하는 것이 없습니다.
그저 자신과는 맞지 않는다고 해서... 자기와는 다르다는 이유로 부정한 것으로... 부정 타는 것으로 여기며 멀리하는 것입니다.

여러분들께서는 살아가시며 그 어떤 제사나, 전통적, 종교적 의례에 참여함에 있어, ‘부정 타니, 저리가라.’는 생각과 말을 하지 마십시오.
이런 생각과 말보다는, ‘넌 우리와는 좀 다르니, 여기에 오지 마라.’는 말씀이면 충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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