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7일 연중 제 5 주간 수요일
복 음 : 창세 2, 4ㄴ-9. 15-17 마르 7, 14-23
부산평화방송 청취자 여러분,
방금 들으신 창세기 2장의 말씀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사람의 본질이 무엇이며 하느님과 사람 사이의 이상적인 관계가 어떠한 것인지를 생동감있게 묘사해줍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진흙의 먼지'로 빚어 만드시고 코에 입김을 불어넣으시어 생명체가 되게 하셨다고 합니다. 공동번역에는 먼지라는 말이 빠져 있는데 사람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에는 중요한 말입니다. 흙은 생명과 죽음이라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흙은 사람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의 생존을 위한 기원인 동시에 죽음을 거두어들이는 종착지이기도 합니다. 사람이 흙으로 만들어졌다는 말은 창조주이신 하느님과의 관계에 따라 생명 또는 죽음에 이를 수 있음을 말해줍니다. 먼지는 보잘 것 없는 것이지요. 사람은 이처럼 보잘 것 없는, 연약한 존재입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사람에게 입김을 불어넣으시어 비로소 생명체가 되었습니다. 곧 하느님께서 사람 생명의 원천이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사람이 살도록 마련하신 동산은 하느님의 영역, 하느님께서 사람을 위하여 정하신 규범을 가리킵니다. 사람이 늘 하느님, 곧 생명 안에 머물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제시하신 당신의 뜻입니다. 공동번역에는 '야훼 하느님께서 아담을 데려다가 에덴에 있는 이 동산을 돌보게 하셨다'라고 되어 있는데 중요한 단어가 하나 빠져 있습니다. 번역이 정확한 새번역성서를 보면 '주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데려다 에덴 동산에 두시어, 그곳을 일구고 돌보게 하셨다'로 되어 있습니다. '일구다'로 번역된 히브리말은 신하, 또는 종이 임금이나 주인을 '섬기는 것'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그리고 '돌보다'로 번역된 히브리말은 계명 같은 것을 '지키다'를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하느님께서 사람을 동산으로 데려오시어 그곳을 일구고 돌보게 하셨다라는 말은 결국 하느님께서 사람에게 당신의 영역 안에 머물며 당신을 충실히 섬기고 계명을 잘 지키도록 명하셨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렇게 할 때에 하느님과 사람과의 관계가 이상적인 것이 되고 사람은 하느님, 곧 생명 안에 머물 수 있는 것입니다. 성서에서 '선과 악'은 '모든 것'을 가리키는 상대적 개념입니다. '하늘과 땅'으로 세상 전체를, '남자와 여자'로 인간 전체를 나타내는 것과 같은 표현입니다.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는 모든 것을 자기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권한을 뜻합니다. 따라서 이 열매를 따먹지 말라는 하느님의 금령은 하느님의 뜻을 무시한 채 인간이 자기 마음대로 모든 것을 결정하고 행동하지 말라는 뜻이라 하겠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거스를 경우, 사람에게는 죽음, 곧 하느님과의 관계단절이라는 불행이 덮치게 되는 것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우리 인간은 보잘 것 없는 연약한 존재입니다. 우리가 참된 행복, 생명을 얻기 위해서는 우리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 안에 머물고 그분의 뜻을 잘 따라야만 합니다. 우리 스스로 자신에 대해 주인인양 하느님의 뜻을 무시하고 모든 것을 마음대로 생각하고 행동할 때, 그 결과는 불행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하느님의 뜻을 완전히 실천하신 분은 예수님이십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뜻에 따라 비천한 인간이 되셨고 사람들의 구원을 원하시는 하느님의 계획에 순종하여 목숨까지 바치셨습니다. 구약성서의 아브라함이나 신약성서의 성모 마리아도 하느님의 뜻을 충실히 따르는 좋은 모범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분들 때문에 하느님의 구원계획이 실현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날 하느님의 뜻 안에서 살고자 애쓰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하느님의 뜻보다는 자신의 생각, 욕심을 따라 사는 사람들이 훨씬 많습니다. 하느님의 뜻은 때때로 우리가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다 하더라도 언제나 우리의 참된 행복을 위하신다는 진리를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부산가톨릭대학교 총장 정영한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