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만춘 신부-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의 위선을 책망하십니다. 위선자는 배우처럼 사는 사람을 말합니다.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은 예수님 당시 겉으로는 엄격하게 규율을 지켰지만, 내면적으로는 하느님께 순종하지 않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진실을 외면한 채 인생을 연극을 하는 것처럼 살아가는 위선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은 하느님을 공경한다고 하면서 인습에 사로잡혀, 진정으로 하느님을 섬기는 일에 충실하지 못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의 잘못 중 대표적인 것이 오늘 복음에서 드러나듯, 하느님의 계명에 반대되는 인간의 전통을 가르치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부모를 공경하라.’는 하느님의 계명을 인간의 전통인 ‘코르반’이란 말로 무시하는 경우를 오늘 지적하십니다. 히브리말로 ‘코르반’은 선물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코르반’은 유다인들의 관습 안에서 돈이나 물건 등의 재물을 하느님께 바쳐 속인이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서약문을 말합니다. 따라서 코르반으로 봉헌된 것은 세속적인 것에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부모가 긴박한 처지에서 자식에게 도움을 청해 왔을 때에도, 하느님께 바치는 예물이라며 ‘코르반’이라고 말하면서, 부모에게 줄 것이 없다고 말함으로써 부모에 대한 공경을 회피하는 파렴치한 행동을 지적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어떤 법이라도 좋은 뜻에서 타인을 돕는 것을 방해한다면 하느님의 뜻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십니다. 그러므로 자비와 사랑의 실천을 방해하는 율법은 아무런 가치와 구속력이 없으며, 모든 행동 전에 그리고 모든 규율을 생각하기 전에, 이것이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에 맞는지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입니다.
오늘날 주님의 부르심을 받아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교회의 구성원인 우리들은, 크고 작은 일에 하느님의 뜻을 찾아야 하는, 다시 말해 하느님의 뜻의 식별이 요구되는 때가 많습니다. 무엇이 나의 욕심에서 나오는 내 뜻이고, 무엇이 주님의 뜻인가를 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와 율법학자 뿐만 아니라, 오늘날 우리에게도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너희의 전통을 고수하려고 하느님의 계명을 잘도 저버린다.” 인간들이 구성원이 된 주님의 교회 안에는 크고 작은 신심단체와 활동단체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단체들은 모두 주님의 지체로서, 교회의 머리이신 주님의 팔과 다리가 되기도 하고, 심장이 되기도 하며, 또 교회를 이끌어 가기도 합니다. 그런데 주님의 지체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하는 단체들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느라, 새로움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를 봅니다. 그래서 새롭게 전입해 온 신자들이 한 공동체의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는 느낌을 받기가 어려운 경우를 종종 발견하게 됩니다.
오늘 제 1 독서에서 하느님께서는 “우리와 비슷하게 우리 모습으로 사람을 만들자.”하시고는, 당신의 모습을 닮은 인간을 창조하시고, 온갖 축복의 선물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창조된 세상의 모습을 보시고는 “모든 것이 참 좋았다.”라고 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보시기에도 참 좋았던 이 세상을, 그리고 우리 인간에게 축복으로 맡겨주신 이 세상을, 계속해서 보기 좋은 세상으로 가꾸어 가는 일은, 매일 새롭게 창조하시는 하느님의 창조의 신비를 이웃에게서 발견하고, 또 그 새로움을 찬미하는 일이며, 이웃 안에서 이루신 하느님의 좋으신 흔적을 알아보고, 그것을 존중하는 일일 것입니다. 입술로는 하느님을 공경한다고 하면서, 정작 주님께서 원하시는 사랑의 실천,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는 일에 더디다면,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와 율법 학자들처럼 주님으로부터 질책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소중히 여기는 신앙인의 눈으로 자신을 먼저 사랑하고, 이웃을 향해 더 열린 마음으로 다가갈 때, 우리는 이웃에게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참 좋은 세상을 보여주는 참 신앙인이 될 것이고, 우리가 속한 공동체를 하느님의 뜻에 맞는 주님의 공동체로 이끄는데 그 역할을 다하는 소중한 일원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세상의 관습보다는 주님의 사랑의 법을 먼저 생각하고 실천함으로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축복으로 주신 이 세상을 참 보기 좋은 그리고 살맛나는 세상을 만드는 하루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