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5주간 수요일> 의인의 입은 지혜를 자아내도다
제 1독서 : 창세 2,4ㄴ-9.15-17 (주 하느님께서 사람을 데려다 에덴동산에 두시어 그곳을 돌보게 하셨다.)
복 음 : 마르 7,14-23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힌다.)
가끔 믿지 않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다보면 놀라는 듯한 반응을 접할 때가 있습니다.
“아니, 신부님도 술을 드세요! 담배도 피우십니까?”
특히 개신교 신자들은 술과 담배에 대해서 죄악시하다시피 하지요. 오늘 복음에서 유다인들은 특정 음식에 대해서 기피하고 부정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들은 레위기 11장을 근거로 깨끗한 동물과 부정한 동물을 구별하고, 먹어서는 안 되는 것과 먹을 수 있는 것을 강조합니다. 특히 유다인들은 돼지고기를 부정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카베오기 하권 6장에 보면 안티오코스 에피파네스는 유다교를 근절시키고자 유다교를 믿는지 안 믿는지를 돼지고기를 먹게 함으로서 확인하게 합니다. 율법 학자 엘아자르는 돼지고기를 거부함으로써 유다 신앙을 지키고 죽어 갑니다. 이런 유다인들에게 예수님께서는 “사람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가 그를 더럽힐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그를 더럽힌다.”(마르7,15)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모든 음식은 다 깨끗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바오로 사도 역시 특정 음식을 죄악시하는 것에 대해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것은 다 좋은 것으로, 감사히 받기만 하면 거부할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1티모4,4) 하고 강조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술도 알코올 중독자에게는 나쁘지만 성혈의 재료로 쓰일 때에는 얼마나 거룩합니까?
하느님께서는 모든 것을 다 좋게 창조하셨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른 것이지 그 자체로 죄악시하거나 부정하게 생각할 것은 하나도 없는 것입니다. 특히 한국의 개신교가 술과 담배를 죄악시하다시피 하는 배경에는 초창기 한국에 온 선교사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한국인들을 망가뜨리는 주범이 술과 담배라고 생각하여 그 해악을 막기 위해 금했던 것이지요.
그러므로 돼지고기, 술 , 담배 등이 부정해서 먹으면 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유다인 법에는 돼지고기 등 음식에 대한 금기가 있었지만 예수님께서는 모든 음식은 다 깨끗하다는 말씀으로 음식의 금기 사항을 없애셨지요.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대답하셨다.‘너희도 그토록 깨닫지 못하느냐? 밖에서 사람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무엇이든 그를 더럽힐 수 없다는 것을 알아듣지 못하느냐? 그것이 마음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배 속으로 들어갔다가 뒷간으로 나가기 때문이다.’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모든 음식이 깨끗하다고 밝히신 것이다.”(마르7,18-19)
개신교의 술, 담배 금기는 성경적인 가르침이라기보다는 한국인들을 위한 도덕적인 규범에 앞선 것입니다. 물론 지나친 음주와 흡연은 당연히 삼가 해야겠지요. 예수님의 이러한 가르침이 있기에 천주교 신자들은 돼지고기도, 술도, 담배도 자유롭게 먹고 마실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오늘 복음의 주제는 사람을 더럽히는 것은 사람 안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동화작가 정채봉의 ‘내 가슴 속 램프’ 중에 나오는 글입니다.
어느 마을의 시장에 사람의 마음을 찍는 사진기가 있었습니다. 어느 유명한 정치가를 찍었더니, 돈 다발이 찍혔습니다. 돈 많은 사장님을 찍었더니, 술과 여자가 찍혀 나왔습니다. 어떤 남자는 늑대가 찍혀 나오고 어떤 여자는 여우가 찍혀 나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사장에게 얼굴이 험상궂게 생긴 사나이가 나타났습니다. 사람들은 생각했습니다.
‘틀림없이 무시무시한 흉기가 찍혀 나올 거야!’
사나이가 카메라 앞을 지나갔습니다. '방긋 웃는 아이의 얼굴'이 찍혔을 뿐, 사나이는 단지 미역 한 꾸러미만을 들고 시장을 벗어나고 있었습니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 그것이 사람을 더럽힌다. 안에서 곧 사람의 마음에서 나쁜 생각들, 불륜,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의, 사기, 방탕, 시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이 나온다. 이런 악한 것들이 모두 안에서 나와 사람을 더럽힌다.”(마르7,20-23)
예수님의 말씀처럼 겉보다 속을 더욱 청결하게 유지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