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10일 주님 공현 후 금요일

2014. 1. 10. 오전 11:5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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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10일 주님 공현 후 금요일


주님! 주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말씀하셨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그러자 곧 나병이 가셨다.
(루카 5,12-16)

 

“Lord, if you wish, you can make me clean.”
Jesus stretched out his hand,

touched him, and said,
“I do will it. Be made clean.”
And the leprosy left him immediately.

 

세상을 이기는 힘

-김찬선신부-

 

“세상을 이기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믿는 사람이 아닙니까?
그분께서 바로 물과 피를 통해서 세상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물만이 아니라, 물과 피로써 오신 것입니다.”

어제의 요한의 편지는
하느님에게서 태어난 사람은 모두 세상을 이기는데
어떻게 이기냐 하면 믿음으로 세상을 이긴다고 얘기합니다.
요한의 편지는 오늘도 세상을 이기는 사람에 대해서 얘기하는데
예수께서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믿음으로 세상을 이긴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아드님은 물과 피로써 세상에 오신 분이시라고 합니다.

이것이 무슨 뜻일까요?

인간이 세상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세상을 이긴다는 것이며,
지배하는 것이 세상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구원하는 것이 세상을 이기는 것이고,
힘으로 세상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물과 피로 세상을 이긴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칼의 힘이 물보다 세기에
칼이 세상을 이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무엇이 진정 세상을 이기는 것입니까?
굴복시키고, 억압하고, 지배하는 것이 세상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필요로 하고 도움을 주는 것이 진정 세상을 이기는 것이고,
죽이는 것이 세상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살리는 것이 진정 세상을 이기는 것입니다.
우리를 죽이는 칼은 없는 것이 좋지만
우리를 살리는 물은 없으면 안 됩니다.

피를 흘리게 하는 칼이 더 힘이 있는 것 같지만
피를 흘리는 사랑이 더 힘이 있습니다.
칼은 죽이는 힘이지만
사랑은 살리는 힘이기 때문입니다.
세월이 가면 칼도 무뎌지고 버려지게 되겠지만
세월이 가도 사랑은 영원히 힘이 있고 끝없이 기려집니다.

그러므로 저는 지금 마구 휘둘러대는 세상 권력을 보면서도
하느님의 지배하심을 봅니다.
그 권력 끌어봐야 5년이지만
사랑은 영원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물과 피로서 오셨습니다.
물과 피로서 우리를 씻으십니다.
물과 피로서 우리를 살리십니다.

요한의 편지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이것을 증언하시는 분은 성령이십니다.
그 증언은 이렇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셨고,
그 생명이 당신 아드님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죽이려고 칼을 휘두른 헤로데가 이긴 것이 아니라
구유에 천진난만하게 누워계신 아기 예수가 세상을 이긴 것이고,
예수님을 십자가형에 처한 빌라도가 이긴 것이 아니라
죽임을 당하신 예수님이 세상을 이긴 것입니다.

 

 

 

 

 

깨끗하게 되어라 - 신앙 공동체를 꾸리는 이들

- 이영선 신부-

 

신앙인으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길은 두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하느님께 대한 온전한 신뢰와 의탁입니다. 이는 온 우주가 그분한테서 비롯했음을 믿는 삶입니다. 우리가 그분께 신뢰와 의탁을 드러내는 방법은 감사와 찬미입니다. 또 한 길은 그러므로 그분한테서 비롯한 온 생명과 조화롭게 살며 사랑하는 길입니다.

이를 드러내는 방법은 공동체를 꾸리며 사는 길입니다. 우리가 드러내는 하느님을 향한 감사와 찬미는 늘 사람과 온 생명을 향해 있어야 제대로 방향을 잡은 것입니다. 공동체이신 하느님을 중심에 모시고 아름다운 공동체로 사는 길에서 두 길은 하나의 삶을 이룹니다.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루는 길은 지금 나와 함께 있는 너와 좋은 관계에 있기 위해 마음을 쓰고 그 마음 씀을 드러내면서 시작합니다. 너를 향한 이 마음이 깨끗한 마음입니다. 나병이 나은 깨끗한 영혼입니다. 시인은 "호수가 산을 품는 것은 깊어서가 아니라 맑아서입니다. 사람이 주님을 안을 수 있는 것은 가슴이 넓어서가 아니라 영혼이 맑아서입니다."라고 노래합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도 내 영혼이 너를 담을 수 있을 만큼 맑고 깨끗한지 살펴봅니다. 맑은 호수가 산을 제대로 품기 위해선 고요해야 합니다. 영혼의 고요함을 위해 그리하여 고통 받는 사람들의 영혼을 담기 위해 외딴곳으로 물러가신 예수님을 오늘 배웁니다. 함께 있기 위해 홀로 있음과 영혼의 고요함을 위해 물러남을 배웁니다. 오늘 너와 더 깊이 함께 있기 위해 외딴곳으로, 영혼의 고요함을 위해 고요히 머물러 있고 싶습니다.

 

 

 

 

기도하는 사람

-정찬호-

 

 

누군가가 그리스도인은 무엇 하는 사람입니까?”라고 묻는다면, “그리스도인은 언제 어디서나 기도하는 사람입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기도의 모범은 바로 예수님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생애의 중요한 순간에 앞서 늘 기도하셨습니다. 세례를 받으시는 순간 기도 안에 머물러 계셨고(3,21),
열두 제자를 뽑기 전에는 밤을 새우며 기도하셨으며(6,12), 제자들에게 수난을 예고하시기 전에 홀로 기도하셨습니다(9,18). 그리고 십자가에서 숨지기
직전에도 아버지를 향해 기도하셨습니다(23,46). 예수님께서는 진정
기도하는 분(Homo Orans)’이셨습니다. 요한 크리소스토모 성인은 특히
일상 안에서의 기도를 강조하십니다. “장터에서나 혼자 산책할 때에도 자주 그리고 열심히 기도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중에도, 또는 요리를 하는 중에도 기도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그리스도인은
기도 안에서 신앙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는 기도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의 경우 기도에 맛 들이는 과정을 돌이켜보니, 약간의 연습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루에 딱 열 번만 예수님을 떠올리기! 아침에 일어나서, 운전하면서, 토론 중에, 길을 걸으면서, 그리고 가끔은 유혹의 순간에….
지금 이 순간도, 저는 기도하는 사람입니다

 

 

하느님의 권능, 사람의 믿음

-박기호 신부-


‘소록도’는 나병환자의 섬으로 필자의 고향과 가까운 곳입니다. 어릴 적엔
학교에서 나환우의 탈출 소식을 공지하며 짝지어 귀가하도록 주의를 들을
때도 있었습니다. ‘문둥이들이 보리밭에서 어린아이 간을 꺼내 먹었다’는 속설도
있어서 무서워했습니다. 나병은 치유약이 없었기에 천병(天病)으로 불렸습니다.
명화 ‘벤허’에서 본 바와도 같이 예수님 시대에도 불치의 전염병으로 가족과
세상으로부터 격리되어 소외의 극치가 되는 천형으로 여겼습니다.
오늘 복음에, 예수님만은 천병도 능히 낫게 하실 수 있음을 고백한
나환우의 믿음은 정말이지 놀라운 것입니다. 자신의 믿음이 자신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삶에서 해결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문제 앞에서 하느님의 권능에 호소하고 내맡기는 것은 우리의 믿음입니다.
본당에서 아주 열심히 하던 교우가 갑자기 보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가정적으로 또는 사업에서 우환을 만났다는 말을 전해 듣습니다. 평소에는
다른 사람을 위해서도 열심히 기도하고 봉사하다가 정작 자신의 어려운 문제가
생기니 믿음도 기도도 내버리고 혼자 안달해야 하나요? 바로 그때야말로
예수님을 부르며 뛰어가 고백할 때입니다. “주님, 당신께서 하시고자만 하시면
제 집안의 문제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고 매달릴 때입니다.
주님께서 자비를 베푸실 일거리를 드리는 것이 축복의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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