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8일 주님 공현 후 수요일

2014. 1. 9. 오후 12: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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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8일 주님 공현 후 수요일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호수 위를 걸으시는 것을 보고,

유령인 줄로 생각하여 비명을 질렀다.

모두 그분을 보고 겁에 질렸던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곧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용기를 내어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르코 6,45-52)

 


When they saw him walking on the sea,
they thought it was a ghost and cried out.
They had all seen him and were terrified.
But at once he spoke with them,
“Take courage, it is I, do not be afraid!”

 

유시찬 신부와 함께하는 수요묵상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물 위를 걸으시는 사건인데, 이는 오천 명을 먹이신 빵의 기적을 일으키신 직후의 일입니다.

먼저 바라볼 것은 빵의 기적이 일어난 후의 사건 현장 모습 내지 분위기입니다. 어쩌면 아직도 그 기적 사건의 여향이 남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의 모습, 제자들의 모습, 예수님의 모습 등을 잘 살펴봤으면 합니다.

그 분위기 속에서 제자들을 떠나보내시고 군중도 돌려보내시는 모습을 본 후, 혼자 기도하려고 산에 가신 모습을 뒤쫓아가 봅니다. 예수님 모습에서 무엇이 느껴지는지, 예수님의 심장소리가 들려오는지, 깊은 내면의 고요 속에 머물며 미세한 진동들을 감지해 봤으면 합니다.

그러곤 맞바람에 노를 젓느라 애먹고 있는 제자들 모습 내지 분위기와 호수 위를 걸어 그쪽으로 가시는 예수님 모습을 대조적으로 바라봅니다. 새벽녘 호수 분위기도 더불어 살펴봤으면 합니다. 이때도 다른 여타 복음관상과 마찬가지입니다만, 그저 재미있는 영화나 드라마 한 장면 보듯 바라봐선 부족합니다. 깊은 관심과 사랑 속에 흠뻑 젖어든 채 봐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배에 오르고, 말씀하시는 모습을 보고, 제자들의 모습도 살펴보십시오. 제자들은 너무 놀라 넋을 잃었다고 했는데, 성경에 이처럼 한두 마디로 정리되어 있는 듯해 보인다 해서 너무 거기에만 사로잡히지 말고, 기도 중에 자연스레 떠오르는 대로 맡겨둔 채 깨어 있으면서 알아들었으면 합니다. 그러면 성령께서 여러분 각자를 각자의 상황에 맞게 이끄시면서, 신선하면서도 힘에 넘친 물 한 잔 먹여 주실 터입니다.


 

예수님의 일의 중단

-정찬호-

예수님께서는 홀로 산에서 기도하고 계셨습니다. 기도 안에서 하느님 아버지와의 일치는 그분에게 가장 중요한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호수
한가운데에서 곤경에 처한 제자들의 모습이 그분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이제 예수님의 기도 시간은 끝났습니다. 당장 제자들을 구하기 위해 한걸음에
호수 위로 달려가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필요로 하는 제자들을 위해
당신 본연의 일까지도 중단하셨습니다. 이러한 일의 중단’, 그리고
일의 중단마저 기쁨으로 받아들이셨던 예수님의 모습을 복음서는
여러 차례 증거하고 있습니다(마르 1,35-37; 2,3-4; 5,24-26; 10,46-48).
헨리 나웬 신부님은 이러한 일의 중단우리를 새롭게 빚는 중단의 순간들로 해석합니다. “누군가가 나의 독서를 중단시킬 때, 궂은 날씨로 휴가가 취소될 때, 병으로 인해 잘 짜놓은 계획을 실행할 수 없을 때…. 이처럼 끝없이 이어지는
방해물들이 우리 마음속에 노여움, 좌절, 복수심을 키우고 있지는 않은가?
그러나, 만약 이러한 방해의 순간들이 우리를 성장시키고 존재의 완성으로
이끌 수 있는 내면의 응답을 촉구하는 순간이라고 한다면? 그러면 우리의 삶은 전혀 다른 모습이 된다. 운명은 기회가 되고, 상처의 아픔은 경고의 음성이 되며, 무기력은 생명력의 근원을 찾아 나서게 하는 초대가 되는 것이다.”
일의 중단과 방해는 당신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귀한 기회입니다.

 

 

 

공현의 때, 갈망의 때

-김찬선신부-

오늘 저는 선교사로 파견되기 위해 교육을 받는
미래의 선교사들을 위해 미사를 봉헌하기에
이분들을 생각하며 오늘 독서와 복음을 묵상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아버지의 파견을 받으신 것처럼

선교사도 하느님의 파견을 받는 사람들입니다.
예수님께서 아버지를 떠나 이 세상에 내려오신 것처럼

선교사도 집을 떠나 세상 한 가운데로 가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예수님께서 자신을 드러내시지 않고

아버지를 이 세상에 널리 드러내셨듯이

선교사도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하느님을 온 세상 모든 민족들에게 널리 드러내는 사람들입니다
.
예수님께서 당신의 능력을 공현 하시지 않고

아버지의 사랑을 공현 하셨듯이

선교사도 자신의 능력으로 선교하지 않고
아버지의 사랑을 공현 하는 사람들입니다.

선교사는 하느님 사랑을 널리 드러내는 사람들
.

그런데
,
하느님 사랑을 공현 하려면 자신이 먼저 하느님 사랑을 체험해야 하고

하느님 사랑을 체험하려면 하느님 사랑을 갈망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갈망하는 사람에게 사랑은 주어집니다
.
그러므로 선교사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공현 하는 사람이며

동시에 사랑을 절실히 갈망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언제 그 갈망이 가장 절실해집니까
?

오늘 복음을 보면 그 때는 밤을 꼬박 새운 새벽입니다
.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밤
,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고, 그러니 어디로 가야할지도 모르겠고
,
부지런히 노를 젓지만 풍랑에 그저 그 자리에서 맴돌고
,
결국 氣盡脈盡하여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
,
있는 힘을 다 쏟아 이제 더 이상 아무런 힘이 없을 때
,
그래서 누군가의 도움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을 때
,
그러나 아무런 도움도 위로도 없을 때
,
그래서 마침내 하느님께

‘잡아먹든 삶아먹든 알아서 하슈!’하게 될 때입니다
.
바로 이때가 영의 때입니다
.

갈망만 있고 자기가 없는 때
,
갈망만 있고 그 부산한 이지작용이 멈춘 때
,
갈망만 있고 자기 의지가 없는 때
,
갈망만 있고 아무런 힘이 없는 때
,
갈망만 있고 다른 아무 것도 누릴 것이 없는 때
,
이때가 영의 때이고 갈망하는 그것이 등장하는 때입니다
.

바로 이 갈망의 때에
,
바로 이 영의 때에

어둠 가운데 예수님께서 홀연히 제자들에게 나타나듯
하느님 구원의 손길이 떠오고

우리의 눈이 열려 구원을 보게 됩니다.

선교를 나가게 되면 누구나 다 이런 때를 거치게 될 것입니다
.
아무 말도 통하지 않고
,
아무 것도 스스로 할 수 없으며
,
아무 위로도 없고
,
그래서 하느님도 아니 계신 것과 같은
,
너무도 컴컴한 어둔 밤을 거치게 될 것입니다
.

그러나 영의 인도로 예수님께서도

악마의 유혹과 시련 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광야의 고독을 견디셨듯이

선교사들도 이 고독의 밤을 지나야 하는데
이 성령의 때는 무조건 견뎌야 합니다.
그것이 3년일지 4년일지 모르지만

견디는 것 외에 다른 것이 없기에 무조건 견뎌야 합니다.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전삼용신부-

신학교에서 담력이 좋기로 유명한 선배가 있었습니다. 학교에서빨간 동자라는 아기 귀신을 보고 성소를 포기 한 사람도 있을 정도였는데 그 선배는 빨간 동자가 나온다는 지하 체육관에 밤에 내려가 혼자 운동을 하고 올라오는 겁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느 날 밤에도 지하에 내려가 운동을 하고 올라오다가 예전처럼 반 지하 성체조배실에 잠깐 들렀습니다. 혼자 성체조배를 하고 있자니 갑자기 뒤에서 거친 사람의 숨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렇게 겁이 없던 선배도 무척 겁이 났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그 방엔 자신 혼자밖에 없었는데 뒤에서 남자의 거친 호흡소리가 계속 들렸기 때문입니다.

그 선배의 말에 의하면 뒤를 돌아보는데 한 3분 정도가 걸렸다고 합니다. 그렇게 뒤를 돌아보았으나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 선배는 겁에 질려 빨리 그 자리를 떴고 나중에 우리에게 이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다음부터 밑에 내려가 운동을 하거나 혼자 성체조배하기가 겁이 난다고 하였습니다.

며칠 뒤 제가 혼자 성체조배를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런데 제 뒤에서도 그 거친 남자의 숨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것과 혼동할 수 없는 틀림없는 남자의 거친 숨소리가 바로 귀 뒤에서 들렸습니다. 온 신경이 곤두서고 소름이 돋았습니다.

저는 선배가 전에 한 말이 생각났고 아마도 마귀의 짓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역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시 앞을 보며 묵상을 하려니 이번엔 더 가까이에서 호흡 소리가 들리는 것입니다.

그것이 마귀의 장난이란 생각이 점점 더 확실해지자 오히려 겁이 없어지고 나중에는 이렇게까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네 놈이 마귀이면, 나를 무섭게 해서 기도를 못하게 하는 게 목적이겠구나! 네 뜻대로는 안 될 거다.’

그래서 계속 숨소리가 뒤에서 나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해놓은 기도시간을 채웠습니다. 그 시간 동안 그 거칠고 기분 나쁜 숨소리는 귓가에 계속 들렸습니다.

당시 공동 침실을 쓰고 있었는데, 저는 먼저 혼자 방으로 내려가 자리에 누웠습니다. 자리에 누워도 역시 귀 옆에서 계속 그런 숨소리가 났습니다. 방까지 마귀가 따라왔다는 생각에 겁도 났지만, 마귀가 주님께서 지켜주시는 나에게 해를 끼칠 수 없고, 다만 겁을 주려고 하는 것임을 확신하고 그냥 무시하고 자버렸습니다. 그 날 이후로 그 소리는 들린 적이 없습니다.

마귀는 내가 원하지 않으면 나에게 들어 올 수도 없고 하느님께서 지켜주시니 그 분 허락 없이는 나에게 해를 끼칠 수도 없습니다. 저는 조금이나마 이 사실을 알았기에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모든 두려움은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물 위를 걸어오시는 것을 보고 겁에 질려 유령이라고 하며 소리소리 지릅니다. 그들은 예수님이 어떤 분인지 아직 깨닫고 있지 못했습니다. 알지 못했기 때문에 두려웠던 것입니다.

예수님이 오천 명을 먹이실 정도로 불가능이 없으신 하느님이시라는 것을 알고 믿었다면 물 위를 걷는 예수님을 보고 그렇게 겁먹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사람이든 미래든 그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그 사람이나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을 두려워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어두운 곳에서 처음 마주치게 되는 사람에게는 그 사람을 잘 알지 못하기에 두려움을 느끼게 됩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두려워하지 않기 위해서는 유령처럼 물 위를 걸어오시는 분이 바로 예수님이라는 것을 알면 됩니다. 여기에서 안다는 것은 믿는다는 말과 같습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제대로 모른다면 우리를 그렇게나 사랑하시는 예수님도 두려운 존재가 됩니다. 결국 우리를 심판하실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랑엔 두려움이 없습니다. 내가 무엇을 혹은 어떤 사람을 두려워한다면 믿음이 없거나 사랑이 없다는 뜻입니다. 아는 만큼 사랑하는 것이고 사랑하는 만큼 알려고 합니다.

만약 우리가 오늘도 예수님을 조금이라도 더 알려고 하고 있다면 우리는 그 분을 사랑하는 것이고 그렇다면 무엇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계시겠다고 약속하셨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조금씩이라도 두려움을 지니고 살아갑니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을 것 같은 두려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사람들 앞에서 창피당하거나 자존심에 손상이 입을 것 같은 두려움, 혼자 남겨질 것 같은 두려움, 하는 일이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이 모든 두려움을 이기는 길은, 바로 진실을 아는 것입니다.

오늘도 예수님은 그 두려움들 가운데서 이렇게 말씀하고 계십니다.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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