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그런데 그다음 구절이 참으로 인상적입니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 예수님께서 주시는 평화가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고 하시니, 도대체 무엇이 어떻게 다르다는 것입니까?
프란치스코 성인이 어느 날 우물에서 물을 긷는 여인을 보았습니다. 그 여인은 물통에 물을 가득 채운 뒤 작은 나뭇조각을 물에 띄우고 어깨에 메고 가는 것이었습니다. “왜 물통에 나뭇조각을 띄우고 갑니까?” 하고 프란치스코가 묻자 그녀는 “물통이 흔들려도 물이 넘쳐흐르지 않게 하려는 것이죠.”라고 대답했습니다. 이 대답에서 성인은 ‘마음의 동요가 일 때, 그 속에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띄우면 되겠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 주시는 평화는 십자가를 전제로 합니다. 사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평화를 주고 간다고 하셨지만, 이후 제자들의 삶은 평화롭지 않았고 십자가의 길을 걸었습니다. 박해를 받았고 순교를 당했습니다. 세상의 눈으로 보면 결코 평화롭지 않았지만, 그들은 그리스도의 평화를 잃지 않았습니다.
세상은 평화를 위해서는 돈, 무기, 강력한 통치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래야 평화를 위협하는 요소가 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평화를 위해서는 오직 하나, 곧 그리스도의 십자가만이 필요합니다. 그 안에서 온갖 고통을 이겨 낼 수 있는 힘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