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사] 성냄

2001. 8. 10. 오전 5:44:08

2
글자

 

성냄

 

 

지난 한달 동안의 모스크바에 있는 예수회 공동체에서 머물면서 러시아어도 공부하고 그곳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종교인들도 만났다. 물론 러시아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보드카도 맛봤다. 하지만 지난 한달의 생활 안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내 안에 숨겨있는 ’성냄’을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내가 수도회에 입회를 해서 가장 많이 나 자신에게 화를 냈던 때이기도 했다. 내가 화를 냈던 이유는 간단했다. 어찌보면 사소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저녁에 일찍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그야말로 모닝맨(morning man)이다. 물론 우리 수도회는 각자 개인의 스케줄에 따라서 기상이나 취침시간이 자유롭다. 그래서 서로의 스케줄에 따라서 다양하게 활동하는 우리 수도회의 그러한 생활방식을 사랑한다. 하지만 모스크바에서 나의 하루 일과는 그야말로 ’대기중’ 상태로 지내야 했다. 왜냐면 저녁 10시가 넘어도 해가 떠있으니 그것에 익숙해져 있는 러시아 예수회원들은 거의 12시가 넘어서 1시나 되야 잠에 들고 기상도 9시가 넘어야 한다. 그들의 사도직 역시도 낮 12시가 지나서야 시작하곤 했다. 그러다보니 내가 따라야 하는 중요한 결정사항도 당일 결정되어서 통보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그야말로 죽을 맛이었다. 내가 세운 계획이란 하나도 의미가 없고 그저 따라가야만 하는 입장이 된 것이다. 그렇다고 러시아말을 까맣게 모르는 내가 일처리를 할 순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화도 나고 심통도 부리고 답답하기까지 했다.

 

 

어느 순간엔가  이런 느낌이 다가왔다. 내가 왜 화를 내는가? 그저 나와 다른 방식의 것을 받아드리기 힘들어서 화를 내는 것인가? 그렇다면 과연 예수님은 항상 나같이 이성적이고, 계획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오셨던가? 아니었다!  그렇다! 그곳의 예수회원들도 그들의 고유한 문화 안에서 그리스도를 따라서 살고자 노력하는 또 하나의 가치로운 모습인 것이다. ’성냄’을 통해서 당신의 또 다른 모습을 찾아보도록 초대해주신 하느님께 마음 깊이 감사하는 기도를 바치고 돌아왔다.

 

 

 

발췌 : http://www.sogang.ac.kr/~inyoung

 

* 모스크바에서 찍은 사진 몇장을 추가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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