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선택 -폴 파머-

2005. 7. 22. 오전 11: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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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6월에 감명깊게 읽은 책을 소개합니다.

 

트레이시 키더 지음, 박재영.김하연 옮김, 작은 변화를 위한 아름다운 선택

 

 

오지 아이티의 의사, 폴 파머  실제 인물을 다룬 책이에요.

 

다른 사람의 독후감을 소개합니다.

 

 

확고한 신념을 가진 개인이 세상을 바꾼다
동주아빠 손병목 님 | 2005-01-11 | 책내용    책상태
참 우연하게 접한 책인데, 참으로 감동적입니다.
어쩌면 제가 바라는 삶의 모습과 상당히 닮아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저는 이렇게까지 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나로 인해 내 주위의 사람들이 모두 행복하고 성공하도록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그 일로 인해 경제적으로도 부족함이 없기를 바랍니다. 솔직한 제 마음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 - 현존하는 실존 인물인 - 폴 파머 박사는 개인의 안위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합니다. 가난한 하버드 의대생 폴 파머의 파란만장한 인생 - 아직까지도 진행형인 그의 인생 - 을 보면서 반성도 하고 힘도 얻습니다. 그 힘이란, 열정을 가진 자의 곁에서 자연스레 얻게 되는 에너지입니다. 먼 이국 땅에 번역되어 소개된 책에서도 그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치열함'이란 단어가 이렇게도 잘 어울리는 사람도 없을 듯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바라는 삶의 모습과 닮았다고 한 말이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취소합니다.)

폴 파머와 같은 사람을 알게 되어 너무 기쁜 나머지 리뷰라는 본래의 취지를 잊어버릴 뻔 했습니다.

이 책은 퓰리처상 수상자이기도 한 트레이시 키더의 논픽션입니다. 이야기는 저자인 키더가 35세의 폴 파머를 처음 만나는 모습을 회상하면서 시작합니다. 그리고 5년 간의 공백이 있고 폴 파머의 나이 마흔이 되었을 때 다시 만나 본격적으로 그를 밀착 취재합니다. 세계 최빈국 아이티의 캉주라는 곳에서입니다.

폴 파머(Paul Farmer)는 의사이자 하버드대 교수이며, 전염병 전문가이자 인류학자입니다. 어린 시절에는 버스와 배를 개조해 만든 집에서 살아야했던, 경제적으로 여의치 않은 그였지만 하버드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인류학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수재였습니다. 천재들에게 수여되는 맥아더 보조금을 받기도 했구요. 그런 그가 편안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은 너무나 쉽습니다.
이미 짐작을 하셨겠지만, 그러나 그는 결코 순탄한 길을 걷지 않았습니다. 이런 표현은 마치 일부러 순탄하지 않은 길을 걸어가며 희생 정신을 드러내는 듯하여 적절치 못한 것 같습니다. 그에게는 우리가 말하는 순탄한 삶이란 애초부터 머릿속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우연히 세계 최빈국 '아이티'라는 나라를 알게되면서부터 그의 모든 관심은, 그와는 전혀 상관 없을 것 같은 가난한 나라에서 비참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에게로 집중됩니다. 그로부터 그의 인생 대부분을 아이티와 페루, 쿠바, 러시아에서 보내게 됩니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은 아이티, 그 중에서도 가장 빈곤하다는 캉주에서입니다.
아이티만큼 의학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한 곳이 없다고 느낀 그는,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에게조차 비용을 청구하는 현실에 치를 떨며 다짐합니다. "젠장, 내가 직접 병원을 하나 세워야겠어. 가난한 사람들이 진료비 걱정 없이 찾을 수 있는 그런 병원을..."(p.141)
그리고 다음 해에 하버드 의대에 진학을 합니다. 1984년, 그의 나의 스믈 네 살이었습니다. 하버드 의대 시절부터 그는 아이티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면서도, 천재적 기질 탓인지 무식하리만치 강한 자기 의지와 열정 때문인지, 상위권 성적을 유지합니다.

키더는 폴 파머를 다시 만나 본격적으로 취재를 하기 시작하던 때를 이렇게 기억합니다.

나는 종종 그의 집 안을 유심히 살펴보곤 했는데, 언제나 침대가 사람이 잔 흔적이 없이 말끔한 채였다. 그는 처음에 내게 하루에 네 시간 정도 잔다고 말했는데, 며칠 뒤에야 진실을 털어놓았다.
"도통 잘 수가 없어요. 언제 어디에나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있거든. 난 그걸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요."
파머의 삶은 보통 사람의 눈으로 보면 척박했다. 극심한 수면 부족 상태인 데다가 가진 재산도 없고, 가족과는 생이별을 한 거나 마찬가지이고, 그의 집에서는 따뜻한 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다. 캉주에 도착한 지 며칠 지난 어느날 저녁에, 나는 이러한 고난을 다 감수하면서 그가 얻는 보상이 뭔지 물었다.
"누군가가 어떤 희생을 하고 있다고 가정합시다. 무의식적으로 정해진 규범을 따르는 게 아니라면 아마도 그 사람은 뭔가 정신적인 불편함을 덜기 위해 그러한 희생을 하고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내가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치료하는 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면 그것은 희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내면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 달라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주 예리하게 날을 세워 말한 것은 아니지만 그의 어조에서 날카로움이 느껴졌다.
"나는 구매할 수 없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돈을 대가로 내 의술을 팔고 싶지는 않아요. 누구든지 이러한 현실에 대해서 모순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니, 모순을 느껴야 합니다. (개새끼)" (p.47)

위 장면은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거의 모든 것을 담고 있습니다. 폴 파머는 20 년 간 쉬지 않고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헌신적인 치료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그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그를 닮아 갑니다. 한국계 미국인인 짐 용 킴, 오필리아, 세레나, 톰 와이트 씨 등이 그들입니다. 그들은 '보건을 위한 파트너들(PIH)'라는 자선단체를 만들고, 이곳의 기금으로 운용되는 '장미 라장테'라는 병원을 아이티에 설립합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 장미 라장테에는 200 명이 넘는 지역보건요원과 10명 남짓의 간호사, 열두 명의 의사가 3,000 명이 넘는 에이즈 감염 환자를 돌보고 있습니다.
아이티로부터 시작하여 페루, 쿠바, 러시아 등을 돌며 헌신적 활동을 벌이며, 그로 인해 가는 곳마다 사람들의 생각과 관습마저 바꾸어 놓습니다. 지금은 게이츠 재단, 조지 소로스, 유엔 세계보건기구 등 굵직굵직한 단체들이 그의 노력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제가 짧게 요약하고는 있지만, 그와 그의 친구들이 겪은 지난至難한 과정은 책을 직접 읽어보기 전까지는 상상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이 책의 원제는 MOUNTAINS BEYOND MOUNTAINS 입니다. 아이티의 속담인데 "산 너머에 또 산이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산 넘어 산"이라는 의미와 거의 비슷합니다. 원래 이 말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는 것 같은데,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그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면 또 한 가지 문제가 생겨나지만, 이런 식으로 끊임없이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야 한다, 그 길 밖에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폴 파머와 그의 친구들은 이것을 실천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마 노신 선생이 말한 "방법은 없다"와 같은 뜻일 겁니다.

마지막으로 폴 파머의 친구 짐 킴이 보스턴에서 결핵을 주제로 한 특별 회의에서 한 말을 인용하며 마치겠습니다.
(세계적으로 이름 높은 결핵 전문가들 앞에서 한 말입니다. 페루에서 기존 약물에 내성이 생긴 결핵을 퇴치하기 위해 지원을 부탁하는데, 제한된 자원으로 그들을 치료하기 힘들다는 기존의 논리에 맞서 재원이 부족하다는 말의 허구성을 지적한 뒤 이렇게 말합니다.)
"제 짤막한 연설을 가름하기에 앞서 폴과 저와 같은 부류에 속하는 저명한 인류학자 마거릿 미드의 말을 인용하고자 합니다. 그녀는 이렇게 당부했습니다. '확고한 신념을 가진 개인들로 구성된 작은 집단의 크기만 보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그들의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말라.'"
그리고 잠시의 침묵.
"실제로 세상을 바꾼 이들은 그들뿐이었다."

댓글 1

  • 2005년 7월 24일 오후 10:36

    우와~ 저도 논픽션 소설 넘넘넘 좋아하는데...수녀님 감사드립니다...저도 곧 읽어볼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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