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경 심리/여행 에세이, 사람풍경, 아침바다
사도행전 3장에 보면 `아름다운 문`이라고 불리는 성전 문 곁에 앉아잇는 태생 불구자인 사람 하나를 `베드로는 요헌과 함께 그를 유심히 바라보고 나서` 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여기 말고도 `유심히 바라본다`는 구절이 더 있지요.
`바라봄'은 무엇을 바라본다는 것일까요? 그것도 `유심히!'
그건 `마음' 얘기가 아닐까요?
다른 이의 `마음을 `유심히 바라봄`은 우선 자기의 `마음'을 `유심히 바라봄`이 있고 나서야 가능하지 않을까요?
나를 잘 바라보고, 이해하고, 사랑하고 나서야, 네가 보이고, 이해되고 사랑하여 오른 손 내밀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김형경의 <사람풍경>을 읽으며 나와 너를 좀 더 잘 보고 이해하고 사랑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이 책을 읽고 나서 여러 사람에게 권했었는데 다들 "그 책 참 좋더라." 하더군요.
이 책은 김형경이 마흔을 넘어서는 고개에서 집을 팔아 떠난 여행에 대한 여행기인데요, 일반적인 여행기하고는 좀 다릅니다.
"애초에 여행기는 쓰지 않을 생각이었다. 취재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고 있던 이십대 내내 내 소원은 관찰하거나 기록하지 않고, 활자화하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고 대상과 만나고 싶다는 것이었다. 오감을 열고 어떤 사람이나 사물을 온전히 받아들일 때 온 몸과 마음에 전해지는 감각과 감정들을 느끼보고 싶었다. 여행은 바로 그 소원대로 진행되었고 나는 아무 것도 기록하거나 기억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책을 쓰게 된 것 역시 `마음' 때문이었다. 마음 속에서 수런거리는 것들을 한번 정리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이십대 중반부터 정신분석과 심리학 책을 읽어온 마음, 생의 한 시기에 정신분석을 받았던 마음, 그 뒤끝에 여행을 떠났던 마음들이 이 책을 계기로 일단락지어진 듯하다." ㅡ작가의 말 중ㅡ
그러니까 여행지에 대한 소개나 감상 뿐아니라 거기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해서도 여행지의 풍경을 바라보듯 그렇게 바라보며 그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같이 있는 자기자신에 대해서도요.
여행지에 대한 얘기가 주라기 보다 심리에 대한 얘기를 하기 위해 여행지 얘기를 하고 있다는 편이 맞겠습니다.
그래서 `심리/여행 에세이'라는 부제가 붙은 거구요.
대강의 스케치 정도냐구요?
그렇지 않아요.
"책을 쓰는 동안 비전문가로서 배타적 전문영역을 침해하는 듯한 `마음'이 있었다. 그런 마음 때문에 전문 분야에 대해 언금할 때는 출전을 밝히고 직접 인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따옴표 속에 들어있지 않더라도 전문개념들은 <정신분석용어사전>, <융 분석비평사전>, <라캉 정신분석사전> 등 세 권의 책에서 인용했음을 밝힌다.
심리학과 정신분석이 서로 잘 소통되지 않고, 각 학문 분야 내에도 여러 학파들이 존재하면서 서로 다른 이론을 주장한다고 알고 있다. 비전문가로서 편리한 점은 그들의 주장이 어떤 것이든 간에 `마음'에 드는 대로 내 것으로 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 점,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감사드린다."
정말 열심히 공부한 사람답게 어려운 얘기들을 알아듣기 쉽게 잘 설명해 주고 있어요. 비전문가들도 다 알아들을 수 있게요. 참 재미있고 흥미로워요.
아마 이 책을 읽어가다 보면 더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두 어권은 생길 걸요. 그만큼 여러 권의 책들을 인용해 주고 있어요.
그럼 얘기 하나쯤 맛볼까요?
무의식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 카타콤바에 대한 처음 이미지는 중학교 때 단체 관람으로 보았던 `대서사 스펙터클' 영화에서 비롯되었다. 기독교 박해를 그린 영화에는 박해받는 기독교인들이 지하묘지에 예배실을 만들어 놓고 신앙을 지켜나가는 장면이 있었다.
....................
카타콤 내부로 들어가면서야 왜 그토록 관람이 까다로운지 이해할 것 같았다. 카타콤 내부는 한 마디로 좁고, 어둡고, 스산하고, 끝없는 지하 통로의 연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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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신을 안치하는 공간은 통로 양 쪽 벽에 마련되어 있었다. 벽에 가로로 긴 직사각형 공간이 벽장처럼 안쪽으로 움푹하게 패여 있었는데 그곳에 시체를 넣어두었다고 했다..................
.........관람하는 내내 등 뒤에서 검은 미로가 목덜미를 잡아당기는 것 같은 공포감도 인상적이었다.
관람을 끝내고 입구와는 다른 쪽 출구로 나와 지상의 푸른 초원을 보는 순간, 뜻밖에도 "아, 이것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카타콤을 보기 전에 상상했던 삶과 죽음, 박해와 저항, 불안과 평화의 이미지에 대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의식과 무의식의 차이가 바로 그만한 것이었구나 하는 게 확연히 느껴졌다 . ...................인간의 표면과 이면에 대해, 그토록 선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도 있을까 싶다. ..................
무의식을 산다. 그런 표현이 문법적으로 형성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정신분석을 받은 후 많은 사람들이 어떤트라우마의 시기에 고착되어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나 역시 많은 부분에서 무의식을 살고 있었다. 무엇보다 먼저 내가 가지고 잇는 자신에 대한 이미지가 유년에 형성된 것임을 알게 되었다. 나 자신이 초라하고 보잘것없고 무가치한 존재라는 느낌, 이 세상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인 듯한 느낌, 춥고 어두운 골목에서 불 켜진 이웃의 창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 모두 유년에 만들어진 것이었다. 유년에 만들어진 그것은 또한 객관적인 근거 없는, 유년의 환상이거나 착오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런 착오가 생긴 데에는 엄마의 목소리가 중요했을 거라는 것도 짐작할 수 있었다...........................지금의 내 삶의 방식조차 두세 살 무렵의 트라우마이며 그 시기에 형성된 그대로라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우리 삶의 중요하면서도 어처구니없는 비밀 한 가지는 우리 대부분이 세 살까지 형성된 인성을 중심으로, 여섯 살까지 배운 관계 맺기 방식을 토대로 하여 살아간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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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에서
우리는 비밀중의 비밀, 진짜 비밀을 압니다.
"나자렛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그러자 즉시 그가 스스로 벌떡 일어나 남들에 의하여 들려서 늘 앉혀졌던 그 자리, `아름다운 문' 곁에서 껑충껑충 뛰면서 하느님을 찬미한다는 것을요!
그렇게 일으켜 주자면 `유심히 바라봄'이 꼭 선행되어야 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