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大望) [14]

2010. 4. 13. 오후 2:05:51

글자
이에야스의 첫 부인은 요시모토의 조카 센히메 공주이고 그녀 이후는 정실부인 없이 지냈는데
히데요시가 40대 중반 여동생을 강제 이혼시켜 그의 정실부인으로 보냈으나 형식만 부부였다.
그러나 측실은 많았으며 후계자 히데타다의 생모 오아이도 명문가문 측실이었고 현숙한 여자였다.
그리고 측실들이 거의 모두 과부였는데 전 남편 자식들을 훌륭한 무장으로 키워 중용한 것이다.

히데타다는 특별히 영민하지는 않았어도 생각이 깊고 정도(正道)를 존중하며 과묵한 성품이었다.
그의 그것은 부친보다 오아이를 더 닮은 것이지만 오아이는 그가 10살때 병으로 죽었다.
히데타다는 자신의 의지보다 부친의 유훈을 충실히 지킨 2대 쇼군으로 역사는 평가한다고 한다.
그리고 노부야스 다음의 차남 히데야스도 측실 소생이며 히데요시의 양자가 되어 가문을 떠났다.
그 외에 여러 측실에게서 여러 아들을 더 두었으며 그들 모두 히데타다의 가신으로 충성했다.

또 한가지 문제는 완고하고 고집 센 가신들이 강자들에게 굴복과 양보를 용납하지 않는 점이었다.
그 때문에 선조 대대로 충성을 바치며 대를 이어 온 그들을 따르게 할 방법은 한가지 뿐이었다.
그들이 두 말 못하고 승복하여 따르도록 탁월한 지혜 또는 지략과 전략을 자신이 갖추는 길 뿐
하지만 가신들은 수없이 많은 전쟁터를 누비며 살아 온 백전노장들이다.
젊은 이에야스의 고충이 그에 있었고 거의 불가능한 일인데도 끊임없는 노력으로 극복하게 된다.

그가 20대 초반부터 가신들에게 신뢰받는 무장으로 성장한 것은 물론 수많은 고난 덕분이었다.
그리고 미카와 무사들은 주인에게 반하고 믿게 되면 무조건 목숨을 걸고 충성하는 기질이 있었다.
그래서 싸움이 벌어지면 군사의 많고 적음 상관없이 용맹스럽기 그지 없어 모두가 두려워 했다.
이에야스의 전략과 전술을 믿고 명령대로 싸우면 틀림없이 이긴다는 믿음 때문이긴 했지만...

그리고 그런 가신들 때문에 노부나가와 히데요시는 이에야스를 어떻게든 한 편으로 하려고 했다.
힘으로 굴복시키려면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지만
자기 편으로 하면 그 반대로 적들에게 더없이 무서운 존재가 되어 훨씬 더 유리하기 때문이었다.
노부나가는 장녀를 주어 사돈이 되었고 히데요시도 여동생을 보내 처남 매부 관계를 맺었다.

또 사람 사는 곳에는 어디에나 체면과 고집 밖에 모르는 어리석은 인간들이 꼭 있게 마련이다.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쓸데없이 체면에 억매이며 고집을 부리다가 전체를 망쳐버리는 것이다.
세상에는 그러한 사람들을 지조있다 또는 의리가 대단하다고 칭송하는 이들도 많지만
자신 뿐만 아니라 가문과 딸린 일족까지 멸망시켰다면 어떤 말도 소용없는 어리석은 바보 짓이다.

노부나가의 몇몇 중신들이 같은 중신인 히데요시를 주군의 말고삐를 잡던 졸개였다며 멸시했었다.
그러나 히데요시가 권력을 잡았으면 가문과 일족들 안전을 도모해야 하는 데 그들은 아니었다.
히데요시는 권력을 잡자 그 중신들부터 먼저 가혹하게 정벌했고 아예 자손의 대마져 끊어버렸다.
그 반면 자신의 실력을 인정하여 적극 협력한 중신들과 영주들에게는 영지를 늘려주며 예우했다.

그러나 그 히데요시도 정작 자신의 가문을 지키는 일에는 소흘히 했으니 어리석었다 할밖에는....
전국시대에서 후계자 아들이 가문을 이끌 능력이 없거나 부족하면 망하는 것이 정상이고 순리다.
대영주 요시모토의 아들 우지자네와 신겐의 아들 가쓰요리가 가문을 멸망시킨 대표적 주인공이고
옛날 두 막부의 쇼군과 그후 여러 영주 가문들이 망한 것도 후계자들이 어리석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을 잘 알고 있는 히데요시도 죽음에 임하자 8살 히데요리의 장래가 몹씨 걱정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 다음의 실력자 대영주 이에야스에게 의지하고 믿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그가 히데요리를 돌봐 주지 않을 수 없도록 생전에 은혜를 충분히 배풀었어야 했는데
그러나 그는 오히려 이에야스를 경계하여 그의 영지 주변에 자신의 측근 중신들을 집중 배치했다.
이에야스는 그래도 그와의 약속을 지켜 히데요리에게 영지를 주어 가문을 존속시키려고 했으나...

히데요시에게 간토 이동의 큰 고통을 겪으며 뿌리 깊은 적대감을 가진 가신들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천하는 힘있는 자의 것이며 노부나가도 히데요시도 오직 힘으로 천하를 잡았지 않은가.
히데요시가 죽은 이상 그 다음 실력자 이에야스가 천하의 주인이 되어야 정상인 것이다.
그런데 히데요리와 가신들이 여전히 천하의 주인이라고 떠들며 이에야스를 신하 취급하고 있었다. 

그들의 그것은 히데요시의 옛날 몇몇 중신들이 히데요리를 앞세워 다시 천하를 잡으려는 야심과  
이에야스가 히데요리 천하를 뺏었다며 못마땅해 하는 히데요시에게 은혜를 입은 여러 영주들
멸망한 가문의 수많은 떠돌이 무사들이 싸움을 일으키기 위해 히데요리 모자를 부추긴 결과였다
그리고 결국 전국이 동군과 서군으로 나뉘어 '세키가하라'에서 천하 쟁탈전을 하게 되었는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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