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나가는 서쪽 영주들을 공격하고 이에야스는 동쪽으로 진격하여 양측의 충돌을 피한 것이다.
쌍방이 마음 놓고 서로 반대쪽을 공격하기 위해선 피차 공격하지 않는다는 신뢰가 있어야 하며
그렇지 못하면 상대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군사를 남겨야 한다.
그러나 노부나가와 이에야스는 그런 염려없이 각각 서쪽과 동쪽으로 군사를 총동원할 수 있었다.
두 사람 관계가 좋게 된 것은 물론 옛날 인질생활 때 알게 된 때문이며
생모 오다이 부인의 남편이 노부나가의 막하 장수인 것도 신뢰에 도움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무렵 누부나가에게는 이에야스가 중요하고 필요한 존재였다.
그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기 어려워 간략히 줄이면
오와리 주 16~7만석이었던 노부나가는 서쪽으로 진출하여 60만석 이상의 대영주가 되었고
7~8만석의 이에야스도 동쪽 요시토모의 영지 도토우미를 차지하여 20만석이 넘었다.
그러나 동쪽엔 대영주 호조와 다케다 가문이 있었고 도토우미 스루가에 각각 100만석이 넘었다.
이에야스는 그러한 두 대영주와 국경을 접하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서
노부나가에게 이에야스는 왕도 입성을 꿈꾸는 동쪽의 대영주 다케다 신겐을 막고 있는 방패였다.
그래서 이에야스는 서쪽도 동쪽도 모두 대영주에게 둘러 쌓여 항상 조심해야 하는 처지였다.
동쪽의 호조는 왕도 입성에 관심없었지만 다케다 신겐은 50대초 맹장으로 야망을 키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우지자네를 멸망시키고 빼앗은 영토가 안정되자 상경 준비를 끝내고 출발했다.
다케다 신겐은 셋사이 선사 이후 최고 전략가에 실력자라고 소문난 무장이었다.
그러한 그가 수년을 고심하여 준비해 온 왕도입성전인 만큼 추호의 헛점과 빈틈이 있을 리 없다.
그는 그래서 이에야스의 영지를 통과하면서도 20살도 안된 애송이라며 두려워 하지 않았으며
이에야스 다음의 노부나가 영토 역시 짓 밟고 지나갈 치밀한 계획도 당연히 있었다.
물론 노부나가 군이 이에야스를 돕지 못하도록 충분히 조치해 놓았으므로 전혀 염려하지 않았다.
즉 서쪽의 동맹국들을 부추겨 노부나가를 불안하게 만들어 이에야스를 돕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이에야스는 3만이 넘는 다케다의 대군을 겨우 5~6천 자신의 군사로 막아야 했는 데
만일 영지 통과를 허용하고 향후에 그의 명령에 복종하면 가문은 살아 남을지 모른다.
따라서 요시모토에게 했던 것처럼 신겐에게 굴복하여 살 것인가 싸우다 망할 것인가 선택이었다.
신겐은 19살 이에야스가 무모하게 저항하지 않으리라...고 판단했으나...
이에야스는 젊은 혈기를 참지 못하고 대항했다가 겨우 목숨만 부지했을 정도로 대패했다.
그러나 신겐은 이에야스 부하가 농성하던 작은성을 공격하던 중 그 성에서 쏜 총에 맞아 죽었다.
신겐이 그렇듯 어이없게 죽자 얼마 못가서 어리석은 그의 아들도 다케다 가문을 멸망시켰다.
요시모토 군도 대군이었고 예사 무장이 아니었지만 노부나가 군 1천명에 패하여 목이 잘렸는데
신겐 역시 요시모토 이상의 용장이고 대군이었으나 이에야스 부하의 총 한방에 허무하게 죽었다.
넓은 다케다 영지는 노부나가에게 공격 당하여 그의 영토가 되었고 일부는 이에야스가 차지했다.
그 때부터는 노부나가를 능가하는 영주가 없었고 이에야스도 60만석 이상의 대영주가 되었으며
신겐에게 목숨을 잃을 뻔한 그 싸움이 그를 훌륭한 무장으로 성장시킨 그것이 더 크고 중요하다.
이에야스는 그 싸움 이후 신중에 신중을 기했으며 그후 수많은 전투에서 한번도 패한 일 없었다.
그 결과 그의 기반이 더욱 튼튼해지면서 전국의 영주들도 이에야스의 실력을 인정하게 되었다.
노부나가도 이에야스를 범상치 않은 인물로 보고 장녀를 그의 장남과 혼인시켜 사돈이 되었는데
그러나 아내 센히메에게 노부나가는 외삼촌 요시모토를 죽인 원수.
센히메는 그런 이유로 노부나가를 저주하며 며느리를 극도로 구박하며 미워 했다.
그리고 아들에게도 며느리를 냉대하며 멀리하도록 사주하다 결국 처참한 비극을 초래했는데...
노부나가가 다케다 공격을 준비하고 있을 때 센히메가 그들과 내통하여 원수를 갚고자 한 것이다.
그에 노부나가는 센히메의 배신 음모를 사위의 잘못이라 하여 아들을 할복시키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가문의 안위를 걱정한 가신들이 이에야스 몰래 센히메를 암살했다.
아들이 할복한 후 정신이 이상해진 센히메의 광란이 도를 넘어 가문을 위태롭게 한 때문이었다.
결국 이에야스는 모친을 생이별로 부친과 아내는 암살로 장남은 할복 강요로 잃은 것이다.
비록 난세라고 하지만 이에야스가 겪은 고통과 시련은 말 그대로 비참하고 처참한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