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님들께 일본 역사소설 대망(도쿠가와 이에야스)을 추천하며
누구나 감명 깊게 읽은 책이 몇 권쯤은 있겠으나 나의 경우 대망이 그 하나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하여 장르 상관없이(어릴적에는 책을 구하기 어려워 가릴 형편도 아니었지만.) 닥치는대로 읽었으며 그건 지금도 다르지 않아 무협지는 물론 만화도 잘 보는 편이다.
주요 세계명작들은 주로 중고시절에 읽었는데 그 때 '무기여 잘 있거라' 를 읽고 헤밍웨이 작품을 거의 모두 읽은 기억이 지금도 새롭다. 그리고 러시아 소설 '죄와 벌' '카라마조프의 형제' '안나 카레리나'... 청년기에는 일본소설에 매료되어 대망을 연거푸 4번이나 읽었다. 대망 초판은 세로줄 2단에 글자가 빽빽하고 단락마다 간단한 삽화 뿐이고 4~5백페이지나 되어 한권 읽으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며 20권 초대하소설이었다.
책을 좋아 하시는 회원님들에게 대망을 추천하고 싶고 그 소설을 이해하시는데 다소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여 약 15회로 나누어 소개글을 올린다. 옛날에 4번이나 읽은 것은 생소한 등장인물들 이름과 사건 전개에 따른 수많은 지역명 등의 이해가 쉽지 않아 헷갈린 때문이었다. 그리고 몇십년 지나 최근에 다시 한번 더 읽은 직후에 마침 '아직도 오다와라 성...' 글을 접하게 되어 올리기로 한 것이다.
대망(大望) [1]
대망의 원제는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다.
우리 국민들의 반일감정을 고려하여 역자(박재희)가 제목을 바꾸었다고 한다.
저자 야마오카 소하치(山岡藏八)는 제2차 세계대전을 종군한 기자이며
전쟁에서 패한 후 좌절과 실의에 빠진 일본 국민들의 자신감 회복과 희망을 위하여
선풍적인 인기 속에 도꾜신문에 무려 18년간이나 연재한 대하 역사소설이다.
독자들의 재미를 위해 살을 붙이고 옷을 입혔으나 골격은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했다고 하며
특히 등장하는 주요 사건들과 인물들의 행적은 일본의 정사(正史) 그대로라고 한다.
이 소설에서 한국 독자들이 참고할 것은
일본에는 중세 이전부터 있었던 여러 가문(家門)들이 현재까지 계승되고 있으며
그들 가문의 역대 활동을 기록한 여러 사료(史料)도 고전(古典)형식으로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많은 역사가들이 그 사료들이 지나치게 미화 또는 과장되고 축소 생략되었다고 하면서
일본은 정확한 역사를 알 수 없다고 주장한다는 데
그렇더라도 저자는 일본 문부성에서 정사로 공인한 내용을 소설의 뼈대로 했다 하고
풍부한 상상력과 자유분방한 필치로 무리없이 재미있게 연결한 필력이 훌륭하고 탄복할만 하다.
흩어진 구슬처럼 수많은 크고 작은 사건들을 하나의 스토리로 엮는 일은 결코 쉬운 일 아니다.
대망은 한국과 일본 출판계의 장기간 대 베스트 셀러이며
그래선지 일본과 한국 사회 각계각층 지도자들의 필독서로 자리매김한지 이미 수십년이 되었다.
그들 뿐만 아니라 꿈과 야망을 펼치려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
그리고 남편을 내조하며 자식을 낳아 기르고 교육시키는 여성들에게도 크게 도움되는 소설이다.
중세 일본의 오랜 옛날 이야기지만 현대인들에게도 통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대개의 사람들은 역사소설 하면 중국의 고전(古典) '삼국지'를 말한다.
물론 삼국지도 훌륭하지만 나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더 높이 평가하는 입장이다.
삼국지는 3천년 전 이야기이고 비현실적인 내용이 많은 말 그대로 소설이지만
대망은 400년 전 중세 일본의 역사이고 허구(虛構)라 보기 어려워 사실감(事實感)이 그만큼 높다.
요즘은 일본을 정확히 알려면 대망을 읽으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데 나도 그중 한 사람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항상 우리를 얕보는 일본인들의 국민성과 호전성을 비난하며 싫어 한다.
아마도 임진왜란과 근세의 한반도 강점 그리고 2차 세계대전 도발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일본이 주변국들을 침탈한 국력이 어디의 어떤 무엇에서 연유한 것인지.
그리고 경제대국을 이룬 배경과 그들 특유의 충성심과 근검정신의 원류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대망은 조선시대의 문(文) 중심 정치의 폐해(弊害).
그리고 오직 중국 중시의 사대주의와 해외 여러 나라의 문물을 거부한 문제점을 깨닫게 해 준다.
그 문제는 싸움을 싫어하는 착하고 순박한 우리 민족성을 미화하며 강조하는 일과 다르다.
그리고 또 이 소설은 강대국들이 주도하는 세계에서 약소국이 나아갈 방향과 길을 제시하고 있다.
이 소설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제일 중요한 핵심이 바로 그 부분 아닐까....
많은 한국 독자들은 이 소설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처세술과 리더십에 역점을 두는 듯하다.
그러나 나는 30여년 전의 초판 4회 근래의 중판 1회 등 5회를 완독하면서
우리는 일본을 정확히 알아야 하고 그들의 장점을 우리 것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입장이다.
그렇지 않으면 극일(克日)할 수 없다.
과거 일본이 저지른 나쁜 짓만 비난하며 배척하는 것은 오늘의 우리에게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
일본은 진작부터 세계의 초강국으로 우뚝 서 있는데
그들이 그처럼 다른 나라들보다 먼저 초강국이 된 것은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대망이 바로 그러한 의문에 명확하게 답해 주고 있다.
그리고 히데요시의 일본 통일은 16세기 말(1591년)로 신라의 삼국통일보다 약 천년 정도 늦다.
만일 히데요시가 신라보다 먼저 일본을 통일했고 또 한반도를 침략했다면 어찌 되었을까.
조선 초기가 아니라 쇠락했던 신라 말기에 침략 당했다면...
또 고려 말 몽고가 아니고 일본이었다면...시대 관계없이 일본의 군사력이 우리보다 강했고...
생각하면 할수록 아찔하고 끔찍한 일 아닌가... 그 문제는 본문 말미에 한번 더 생각해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