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大望) [5]

2010. 4. 11. 오후 6:44:24

글자
이에야스는 그처럼 어릴 때 부모를 잃었고 강국들의 인질생활로 17세까지 11년을 보냈다.
인질생활이 얼마나 힘들고 비참한지는 설명이 필요없는 일이다.
부모도 성도 없는 '미카와의 고아' 라는 놀림과 조롱 등의 멸시는 좋은 편이고 참으면 되지만
노부히데 인질일 때 부친 히로타다와 노부히데 사이에 전쟁이 터지면 제일 먼저 죽을 수 있었다.

요시모토는 오카자키 성 가신들의 배반을 염려하여 이에야스를 계속 돌려보내지 않았으며
그러다 15살에 성년식을 올려 주면서 6살 더 많은 자신의 친누님 딸 센히메 공주와 혼인시켰다.
물론 왕도 입성전 때 용맹하기로 소문난 오카자키 가신들을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아내 센히메 공주는 툭하면 요시모토의 조카임을 자랑하는 오만하고 매우 고집이 센 여자였으며
항상 이에야스를 멸시하며 오카자키의 고아 또는 시골뜨기라고 업신여겼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악처 중에 최악처였다.
그 같은 오랜기간의 고통들이 그래도 모자란지 이에야스의 혹독한 시련은 그치지 않았던 것이다.
오죽했으면 가신들이 하늘을 원망했겠는가.
세상에 제일 많고 흔한 것이 여자인데 하필 그런 악녀가 우리 주군의 부인이 되었는가... 라고.

어쨌던 센히메 부인은 첫딸에 이어 아들을 낳았다.
그리고 주변국들 문제에 염려없다고 판단한 요시모토는 드디어 왕도 입성의 상경전을 시작했으며
순푸에 센히메 공주와 딸과 아들을 볼모로 남겨 둔 이에야스는 선봉 공격을 명령받았다.
요시모토의 상경전에 제일 먼저 싸워야 할 상대는 당연히 국경을 접한 오와리의 노부나가 군이다.
그 노부나가 군에 오다이의 남편 히사마쓰가 있어 사실상 어머니와 싸우게 된 것이다.

그러나 공격을 주저하거나 의심스런 행동을 보이면 순푸에 있는 가족들이 위험에 처하게 된다.
다행히 노부나가는 이에야스 군 공격에 히사마쓰 부대를 출전시키지 않았는데
그 이유를 몇가지로 생각할 수 있지만 모자간 싸움을 염려한 것은 분명히 아니었다.
당시 요시모토 상경군은 약 2만5천이었고 그를 막아야 할 노부나가 군은 겨우 6천명에 불과했다.

따라서 요시모토가 지휘하는 본대를 기습하여 총대장인 그를 죽이는 수 밖에 막을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사나운 측근 무사들 중에 최정예 천명을 뽑아 선두에서 기습을 직접 지휘했다.
그리고 마침 천둥번개를 동반한 세찬 호우 덕분에 기습작전에 성공하여 요시모토 목을 베었는데
일본 중세기 전국시대 역사에 유명한 노부나가의 '오케골짜기 전투'가 그것이다.

노부나가의 정예군 천명에게 총대장 요시모토가 죽자 그의 2만5천 대군도 허무하게 무너졌다.
그리고 그 패전이 원인되어 스루가 도토우미 미카와 3개 주의 대영주 이마가와 가문은 멸망했다.
노부나가는 그 승전으로 영지 확장과 함께 무서운 신흥세력 대영주로서 위세를 떨치게 되었고
이에야스 역시 그토록 갈망했던 선조 대대의 오카자키 성에 무혈(無血) 입성할 수 있었다.
성을 지키고 있었던 요시모토의 중신 성주대리가 오카자키 군 보복을 겁내어 철수했기 때문이다.

이에야스가 순푸에 인질로 있던 시절 내내 요시모토 쪽 사람들의 멸시가 얼마나 심했던가.
또 오카자키 성을 지키던 이마가와 군 역시 오카자키 가신들에게 저지른 횡포도 말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꾹 참고 인내한 것은 오직 어린 주군 이에야스의 안위를 위해서였는데
총대장 요시모토가 전사하자 용맹한 오카자키 가신들의 보복이 두려워 도망가듯 철수한 것이다.

이에야스와 가신들은 오카자키 성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우지자네의 순푸 복귀 명령을 거부했다.
결국 이에야스는 순푸 가족보다 자신을 위해 오랜 세월 고통을 감내해 온 가신들 편에 선 것이다.
자신의 명령 거부에 격분한 우지자네는 순푸에 볼모로 있던 오카자키 중신 가족 일부를 처형하고
고모의 딸이고 고종사촌인 센히메 공주이고 그 자녀라 해도 처형하겠다며 협박했다.
그에 이에야스는 우지자네의 혈육이 성주인 성을 공격하여 성주 가족을 잡아 가족들과 교환한다.

그리고 그 얼마후 우지자네의 이마가와 가문은 주변국들에게 영지를 잠식 당하다 멸망한 것이다.
따라서 이에야스는 코흘리개 6살부터 시작한 11년의 인질생활이 끝나고
선조 대대의 오카자키 성에 돌아와 가신들과 함께 그의 의지에 따른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마카와 가문의 지배에서 겨우 벗어났을 뿐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어렵고 힘든 상태였다.

그리고 새로운 힘을 과시하며 세력을 떨치고 있는 노부나가를 적으로 대하는 것은 안될 일.
하지만 조부 기요야스 때부터 충성해 온 고집세고 용맹스런 가신들이 굴복을 완강하게 거부했다.
그렇다면 적도 아니고 굴복하는 것도 아니면서 서로 협력하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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