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大望) [7]

2010. 4. 11. 오후 6:48:49

글자

인간으로 태어나 그보다 더 불행할 수 없다면 그가 난세의 제일 큰 피해자 일 수 있다.
무수한 세월을 거센 격랑에 구르고 부딪치며 씻겨야 비로서 아름다운 조약돌로 다듬어 진다던가.
그는 셋사이 선사의 염원을 비로서 알 수 있었고 그때부터 전쟁없는 세상을 깊이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불쌍한 백성들을 생각하여 가신들에게 검소한 생활을 강조했고 자신부터 철저히 실천했다.

노부나가와 히데요시 그리고 이에야스의 일생을 보면 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우선 세 사람이 태어난 시차가 절묘하고 저마다 다른 성격과 기량 또한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 
노부나가가 훌륭한 집을 짓고자 터를 마련했다면 히데요시는 멋지고 훌륭하게 집을 완성시켰으며
하지만 과거에 두번 다 그랬듯이 그 집은 얼마 못가서 곧 파손되고 없어질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이에야스가 2백50년동안 안전하게 존속되도록 튼튼하게 방비해 놓았다고 비유할 수 있다.

더욱 신묘한 것은 누부나가의 자질과 기량이 집터 마련하는 일에는 뛰어났으나 그 뿐이었고
히데요시 역시 집을 훌륭하게 짓는 능력은 탁월했어도 오랜기간 유지 보존시킬 능력은 없었다.
이에야스도 물론 위의 두 사람이 가진 자질과 능력에 대해선 그들보다 못했다.
따라서 출생 순서가 서로 바뀌었던가 시대가 각각 달랐다면 집을 지었어도 곧 없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순서에 맞게 출생했고 또한 위대한 업적들이 물흐르듯 자연스레 이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에야스가 75세까지 장수한 일도 예사롭지 않다.
그 시대 무장들의 수명이 50세를 넘기기 어려웠는데 난세에 심신을 혹사 당했기 때문일 터였다.
50세에 암살당한 노부나가는 그렇더라도 히데요시는 많이 산 편이지만 63세였다.
만일 이에야스가 60대에 죽었다면 그는 당연히 자신이 구상한 평화의 토대를 완성시킬 수 없었고
그의 후계자 히데타다가 20대에 불과하여 전국의 사나운 영주들이 호락호락 따를 리 없었다.

그런데 그가 75세 일 때는 그와 평생을 싸움터에서 싸웠던 용맹했던 영주들이 모두 죽고 없었다.
그들은 생전에 이에야스는 무서워 했지만 싸움 경험이 적고 젊은 히데타다는 가볍게 생각했으며
그래서 그들은 천수를 다한 이에야스의 죽음을 고대하며 기다리다 먼저 죽은 것이다.
그리고 그가 75세가 되었을 때는 히데타다도 30대 중반의 중후하고 노련한 무장으로 성장했다.
따라서 평화시대의 기반 완성은 그의 장수에 있었고 신의 가호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중요한 또 한가지는 이에야스의 마지막 소망을 쇼군 히데타다가 무시한 일이다.
히데타다는 아버지 이에야스를 거의 신에 가까운 존재로 존경했고 절대적으로 순종하여 따랐다.
그러한 그가 부친이 죽기 전에 절실하게 소원한 마지막 유언과 같은 소망을 저버린 것이다.
이제까지 같으면 절대로 있을 수 없고 아니 감히 생각조차 할 수도 없는 불효막심한 일이었다.
평소 신처럼 생각한 부친이고 더구나 마지막 소원인 것을 무엇이 그에게 그리 하도록 한 것일까.

이에야스가 마지막 소망한 일은 히데요시가 죽을 때 부탁한 히데요리의 안위였다.
히데요시는 아들 히데요리의 장래와 도요토미 가문의 보호를 눈물을 흘리며 신신당부했었다.
그런데 그 히데요리 때문에 세 번의 큰 싸움이 일어났고 그때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그래도 이에야스는 난세를 종식시킨 히데요시의 공을 생각하여 그와의 약속을 꼭 지키고 싶었다.
히데요리의 기량에 맞는 성과 영지를 주어 가문을 존속시켜야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히데타다는 이에야스의 그 소망을 무시하고 히데요리와 함께 가문을 멸망시켜 버렸다.
전란의 씨와 뿌리를 완전히 뽑아 버려지 않으면 평화로운 세상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쇼군 히데타다는 그러한 평화만이 이에야스가 평생을 염원하며 바랜 진정한 평화라고 믿었으며
혹독한 시련과 생사를 넘나드는 전쟁터에서 평생을 보낸 부친에게 효도라고 생각했다.
평화만 생각하면 쇼군의 그 판단이 옳고 정확했지만 평소의 그로선 생각조차 못할 결단인 것이다.

효자로 소문난 히데타다에게 어떤 무엇이 그처럼 부친의 마지막 소원을 무시하도록 한 것일까.
이에야스는 당연히 쇼군에게 크게 낙심하여 꾸짖었지만 이미 끝난 일....
그 외에도 이에야스는 평생의 수많은 전쟁에서 몇 번의 위기를 천우신조로 모면한 일 있었는 데
다케다 신겐의 상경전 때 구사일생한 것이 그 하나지만 그 싸움에서 오히려 신겐을 죽였다. 
신겐의 죽음은 오케전투에서 요시모토 대군이 소수의 노부나가 군에게 패해 죽은 일과 비슷하다.

다만 다케다 신겐과 이마카와 요시모토의 상경전은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서가 아니었으며
이에야스와 노부나가 역시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두 대영주를 죽인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신겐과 요시모토는 전국을 제패하여 천하를 잡으려는 절대권력 야망 밖에 없었으나
노부나가와 이에야스 주위에는 항상 평화로운 세상을 비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점이 다르다.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좋은글/따뜻한글

목록 전체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