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大望) [9]

2010. 4. 11. 오후 6:51:01

글자
그러나 쇼군 히데타다는 이에야스의 뜻을 모른채 하며 히데요리 일족들을 죽음으로 내 몰았다.
그리고 그 결과로 이에야스가 그토록 소망했던 전쟁없는 평화가 근세까지 250년간 지속된 것이다.
물론 이에야스가 튼튼히 구축해 놓은 평화기반 덕분이며 그리고 오늘의 부강한 일본이 된 것도
오랜기간 전쟁없이 교역으로 부를 축적하며 선진 문물을 받아 들인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도쿠가와 막부는 쇄국정책을 고수하다가 1853년 천황에게 정권을 반환하고 막부정치를 끝냈는데
존왕양이(尊王攘夷)의 명치유신 정권이 들어서면서 근대화 국가로 변신한 것이다.
근세 일본은 그동안 축적한 국력을 바탕으로 동양 각국의 분쟁에 개입하며 침략하기 시작했으며
청일전쟁과 노일전쟁의 승리 그리고 제2차대전을 주도한 것도 막강한 국력과 자신감 때문이었다.
가난하고 배고프면 다른 생각 못하지만 배부르면 욕심이 생기는 게 인간인 것이다.

대망을 읽으면 알 수 있듯이 옛부터 일본사회는 무사계급이 지배계층이었다.
그들은 주인에게 목숨을 바치는 충성과 함께 청빈과 의리를 최고 덕목으로 알고 엄격히 실천했다.
시대가 바뀌자 그러한 충성과 덕목을 기업의 창업주에게 바치는 형태로 바뀌었는데
직원들이 목숨을 바치듯 충직하고 성실하게 근무한 결과 기업들이 크게 발전한 것은 당연하며
대부분 대기업들이 직원 정년을 종신까지 우대하는 것도 주군과 가신들의 평생 관계와 유사하다.

일본인들의 유별한 근검절약 정신도 우리가 본받을 일이다.
무사들의 전통적 청빈에서 비롯된 것이며 의리와 약속 그리고 질서 존중의 의식도 매우 강하다.
일본인들의 원래 바탕과 그 저변에 강직하고 단호한 무사도 정신이 내재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무사답지 못한 행위를 수치로 생각하는 마음이 국민성으로 굳어진 것이 아닐까.
우리는 상놈 운운 하며 양반인 채 하는 거짓 양반들이 많은데 일본인들은 우리와 다른 것이다.

그들의 그러한 무사도 정신이 선진국 기반을 튼튼히 하고 앞당기는데 크게 공헌했다.
흔히들 일본을 경제대국이라 말하지만 문화와 국민성도 여타 선진국들에게 별로 뒤지지 않는다.
일본 역사도 우리의 고려와 조선처럼 망국적인 파쟁과 권모술수와 모략이 난무했다.
그러나 도쿠가와 막부는 결속을 중시하여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거짓 모함을 용서하지 않았다.
전국의 각 영주들은 가문을 지키기 위해 욕심을 부릴 수 없었다.

일본의 3대 영웅은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그리고 도쿠가와 이에야스이다.
누부나가가 120여년 지속된 난세의 불을 껐고 히데요시는 그의 천하통일 위업을 완성시켰는데
다시 난세가 되지 않도록 그 뿌리를 뽑고 평화의 씨를 심은 이에야스의 위업도 당연히 위대하다.
일본은 13세기와 15세기에도 통일을 이루어 쇼군에 의한 막부정치를 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두 막부는 오직 무력으로 정치를 하다가 각각 3대와 5대를 넘기지 못하고 일찍 무너졌다.

이에야스는 그 두 막부정치의 실패를 교훈삼아 전쟁없는 세상을 250년이나 계속되도록 했으며
그리고 근세까지 이어진 그 평화 덕분에 오늘의 강국이 된 것이다.
소설은 이에야스를 많이 과장하기는 했지만 그가 구축해 놓은 평화는 위대한 치적임이 분명하다.
우리가 특히 그들의 그 점에 유념해야 할 일은
신라와 고려 또 조선 역시 일본보다 먼저 통일정권을 유지했음에도 국력을 키우지 못한 점이다.

조선이 그랬듯이 도쿠가와 막부도 유교사상을 정치의 기반으로 삼아 예(禮)를 중시했다.
하지만 조선은 그것이 당파 싸움의 원인이 되었으나 도쿠가와 막부는 국력을 강성하게 만들었다.
'분열하여 싸우면 힘이 약화되고 합심하여 뭉치면 강해지는 이치는 만고불변의 진리' 다.
소중한 생명을 살상하는 전쟁은 없어야 한다. 
그러나 일본의 예가 그렇듯 튼실한 경제력이 바탕된 강한 군사력이 함께 해야 평화가 가능하다.  

그런데 우리 정치인들은 건국 후 60여년 넘어 계속 정권 다툼 싸움만 하고 있다.
정치를 어떻게 해야 국가와 국민을 더 안전하고 편하게 잘 살게 할 수 있는지의 싸움이 아니다.
과거 고려와 조선의 정치인들이 그랬었는데 그들의 그것이 오늘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것을 걱정하는 국민들이 많지 않고 아예 생각조차 않는 국민들이 대부분인 듯하다.
어쩌면 그러한 행태가 어느덧 우리 국민성이 된 것일까....

소설 표지 한편에 작금의 우리 사회 여러 유명인들의 간략한 추천 서평(書評)이 소개되어 있다.
하지만 누구의 서평에도 그러한 지적과 반성은 없다.
그러면서 초판에 없는 퇴계사상을 삽입하고 이에야스에게 크고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강조했다.
나는 지난 70년대 중반에 초판을 구입하여 4번을 읽은 터지만 그 내용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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