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大望) [10]

2010. 4. 11. 오후 6:52:12

글자

그리고 초판과 다르게 일부 내용을 수정한 것도 이 소설의 가치를 크게 떨어뜨렸다. 
인명과 지명을 현대 발음으로 수정한 것은 괜찮지만 일상 용어를 현대어로 고친 것은 잘못이다.
일본 역사 소설이므로 당시 사람들이 사용했던 용어로 번역한 초판이 훨씬 더 좋았다. 
다만 초판은 세로 줄에 2단이었는데 가로 줄로 바꾸어 눈 피로가 적어 읽기에 매우 편했다.

저자는 이 소설에서 이에야스를 '평화의 화신'으로 묘사했는 데
마치 그의 일생 목표가 '전쟁없는 세상'이었고 그것이 신불의 뜻에 맞아 성공했다는 듯이 썼다.
그러나 저자의 그러한 시각은 이에야스에 대한 대부분 일본인들의 그것과 다르다.
이에야스 역시 노부나가와 히데요시와 똑 같은 천하통일을 꿈꾼 무장이었고 불세출의 영웅이며
다만 인내심이 두 사람보다 강하여 때를 기다린 것이고 장수한 덕분에 천하를 잡은 것뿐이다.

노부나가와 히데요시에게도 백년 넘어 지속돼 온 난세를 끝내고 싶다는 염원은 있었을 수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의 그것은 난세의 제일 큰 희생자인 불쌍한 백성들을 위한 것이 아니고
일본 천하를 제패하여 전국 영주들을 굴복시킬 수 있는 최고 권력자가 되기 위한 것이었다. 
다시 말해서 쇼군이 되어 막강한 힘을 갖게 되면 영주들이 함부로 싸울 수없어 난세가 끝난다.
그러한 야망은 위 두 영웅 뿐만 아니라 그 시대의 무장들 모두가 꿈꾸던 희망이고 '대망'이었다.

앞에 언급했듯이 오랜 옛날에도 천하를 통일하여 막부를 세웠던 쇼군이 두 사람 있었으나
그들은 오직 무력 밖에 몰라 힘으로 통치를 하다가 각각 3대와 5대를 넘기지 못하고 무너졌다.
신(神)은 훌륭한 아버지에게 그만한 자식을 또 주시지 않는다던가.
자식에서 손자로 계속 아래로 내려 가며 가문을 이끌 유능한 후계자를 키우지 못한 때문이었다.
그 시절 무장 영주들은 권력 쟁취보다 권력을 계속 유지하는 일을 더 어려워 했던 듯하다.  

노부나가와 히데요시도 옛날의 그 두사람 쇼군 못지 않은 훌륭한 무장이었다.
그러나 그들 역시 권력 싸움에는 강했으나 쟁취한 권력을 계속 지킬 능력은 없었다.
노부나가와 히데요시의 일생을 보면 옛날의 그 두 쇼군과 거의 비슷했음을 알 수 있는데
노부나가는 능력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통일 직전에 죽어 정확히 알기 어렵지만
히데요시는 천하를 잡은 후에도 싸움만 하려고 했고 조선전쟁을 일으킨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누부나가는 통일의 기틀을 겨우 마련해 놓자마자 죽어 중신 히데요시가 천하를 가로챘다.
그리고 히데요시는 노부나가의 통일 위업을 완성한 후 무리한 조선전쟁이 원인이 되어 몰락했다.
이에야스도 히데요시가 노부나가에게 뺏은 것처럼 그가 죽었기 때문에 천하의 주인이 되었다.
저자의 의도야 어떻든 이에야스도 천하를 가로챘고 히데요시 가문을 멸망시킨 것이다.
다만 이에야스는 앞의 영웅들과 달리 평화를 갈망하는 비원이 있었으며 그 뜻을 이룬 점은 다르다.

일본인들은 노부나가와 히데요시 그리고 이에야스를 말할 때
노부나가는 '저 두견새가 울지 않으면 죽여 버려라'         (과격하고 성급하며 단호한 형)
히데요시는 '저 두견새가 울지 않으면 울게 하라'           (지혜와 슬기로 임하는 형) 
이에야스는 '저 두견새가 울지 않으면 울 때까지 기다려라' (인내하며 무리하지 않는 형)
적절한 비유이긴 하나 이에야스가 두 사람보다 더욱 신중했고 노련했으며 교활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대개의 일본인들은 시챗말로 '화끈''앗살'을 '능구렁이' 보다 더 선호하는 것 같다.
물론 노부나가와 히데요시가 '화끈 또는 앗살' 형이고 '능구렁이'는 이에야스다.
그래선지 저자는 노부나가와 히데요시 두 사람이 등장할 때마다 그러한 면을 강조하며 미화했다.
그러면서 이에야스의 교활성도 교묘히 은근히 변명하며 미화한 인상이다.
일본인들은 모두 위 세 영웅을 존경하지만 더욱 존경하는 영웅을 말하라면 각각 다르다고 한다.

세 사람 영웅 중에 히데요시를 존경하는 사람들이 제일 많다는데
우리 국민들도 히데요시는 알아도 노부나가와 이에야스는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은 임진왜란 때문이겠으나 평소 일본인들이 히데요시를 더 많이 홍보한 결과일 수도 있다.
그래도 일본이 강국이 된 것은 이에야스가 튼튼히 구축해 놓은 평화시대 덕분이며
그래서 저자는 이에야스를 특히 더 미화하여 사실보다 저평가된 인식을 바꾸고 싶었는지 모른다.

소설의 아쉬운 점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의 실상을 '고의로?' 간략히 또는 아예 생략한 점이다.
그 두 왜란은 일본을 통일한 히데요시가 계속 싸울 곳을 찾아 조선을 침략한 전쟁이었다.
그리고 무리하게 일으킨 두번의 그 전쟁이 그의 죽음을 재촉했고 결국 가문까지 멸망하게 했다면
불세출의 영웅인 그가 그 전쟁에서 왜 어떻게 고전했는지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이 순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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