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大望) [4]

2010. 4. 11. 오후 6:43:24

글자

나미타로는 순수한 마음에서 오다이 부인의 기구한 운명을 동정하여 은근히 권한 것이었으나
어쩌면 나미타로가 모시는 신불(神佛)이 그렇게 하도록 인도했는지 모른다.
오빠 노부모토가 오다이에게 두 사람을 추천하며 그 중에 한 사람을 선택하라고 강요했을 때
나미타로는 오다이보다 신분이 훨씬 낮은 노부히데의 부하 장수 도시카쓰 히사마쓰를 권했다.

그리고 히사마쓰와 재혼한 얼마 후 오카자키에 두고 온 아들이 노부히데 인질로 잡혀 온 것이다.
하지만 전 남편 히로타다가 아들을 죽여도 굴복할 수 없다고 고집부려 목이 잘릴 위기에 처하자
노부나가는 부친을 설득하여 나미타로 소개로 알고 있었던 오다이 부인의 청원을 들어 주었다.
물론 단지 오다이를 알았고 아들을 살려달라 청원한 것이 전부는 아니다.
노부나가가 인정하는 몇 사람 중 한 사람이 나미타로이고 그가 오다이를 소개한 때문이었다.

노부나가를 사나운 매로 성장시킨 훈육담당 중신은 노부히데의 오른팔 히라테였다.
그 히라테가 노부나가가 어릴적에 나미타로에게 자주 보내 자질과 기량 교육을 의뢰했던 것이다.
그런 인연으로 오다이의 청원을 받아들여 이에야스를 살려주고 또 도와 주도록 호의를 배푼 것은
훗날 이에야스가 자신에게 도움되는 한 편이 되기를 바랬던 듯 하고 또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오다이와 남편 도시카스 히사마스는 이에야스를 내밀히 도왔으며 노부나가는 모른 체 묵인했다.

이에야스의 운명은 너무도 혹독하여 노부나가 인질로 있던 어느날 부친 히로타다가 암살당했다.
조부 기요야스가 같은 핏줄인 일족에게 26세로 죽었듯이 24세의 히로타다도 가신의 칼에 죽었다.
그리고 요시모토는 성주가 없는 오카자키 성에 자신의 중신을 성주대리로 보내 상주시켰다.
이에야스가 15살 성인이 될 때까지 오카자키 성을 대신 맡아 보호해 주겠다는 명분이었지만
성인이 돼도 성주 자질이 못되거나 가신들이 흩어저 떠나 버리면 성은 요시모토의 소유가 된다.

이에야스가 15~6살 성인이 되려면 오카자키 성의 가신들은 10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그동안 식량과 입을 것 무기조차 주지 않으면서 항상 선봉에서 싸우라고 할 것이 불보듯 뻔한데
용케 안 죽고 살았다 해도 어린 이에야스가 병 또는 다른 일로 죽으면 가신들은 갈곳이 없다.
더구나 이에야스가 적인 노부히데 수중에 인질로 있어 언제 어떤 일이 있을지 알 수도 없다.
어린 주군을 숙적 노부히데에게 빼앗긴 가신들의 목숨을 건 고난은 점점 더 극심해지고 있었다.

불행중 다행이랄까 이에야스는 요시모도 군의 총대장 셋사이 선사에 의하여 순푸로 옮겨졌는데
셋사이 선사는 스루가 란자이 사(寺)의 주지이고 대영주 이마카와 요시모토의 숙부이며
요시모토 군의 총대장이면서 당대의 출중한 전략가였고 지장(智將)이었다.
주지 신분으로 살육의 전쟁터에서 한쪽 군의 총대장으로 있다는 것이 불도에 어긋난 일이지만
백년 전쟁에 생지옥이 돼버린 난세에서 백성들을 구하겠다는 것이 그의 염원이고 목적이었다.

그래서 조카 요시모토를 통해 난세를 끝내려고 손에 칼을 잡았으나 그는 그럴 그릇이 아니었고
후계자 우지사네 역시 매일 여자들 속에서 살아 포기해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이에야스를 구출하여 훌륭한 무장으로 키워 자신의 염원을 이루고 싶었던 것이다.
그때 8살 이에야스에게는 힘들고 불행한 인질생활이었지만
셋사이 선사에게는 자신이 뜻한대로 엄격하게 교육시킬 수 있는 유일한 성주가 될 아이였다.

그래서 그는 이에야스를 순푸로 데려오려고 조카 요시모토에게 안조성을 공격하도록 권한 것인데
안조성 성주가 노부히데의 장남이라 그를 포로로 하면 인질교환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오카자키 성 옆에 있는 안조성은 전에 이에야스의 부친 히로타다가 노부히데에게 빼앗긴 성.
요시모토는 셋사이를 총대장으로 출전시켜 오카자키 성 가신들에게 안조성 공격 선봉을 명령했고
여러 가신들이 그 싸움에서 죽었지만 안조성 성주를 항복시켜 이에야스와 교환에 성공했다.                            

그러나 어쨌던 이에야스는 6살에서 8살로 또 노부히데에게서 요시모토의 인질로 바뀐 상태였다.
그리고 그동안 비록 생모 오다이를 만나지는 못해도 은밀히 도움받을 수는 있었는데
이번에는 오카자키 성에서 홀로 있던 오다이 어머니(기요야스 부인) 겐오니가 순푸로 가게 되었다.
물론 외손자 이에야스에 대한 겐오니의 정성도 생모 오다이보다 덜하지 않았다.

그러나 셋사이 선사는 나이가 많아 겨우 4년밖에 가르치지 못하고 12살 때 세상을 떠났으며
그 얼마 후 생모처럼 돌봐주던 겐오니도 죽었다.
이제 유일한 혈육은 생모 오다이 뿐이지만 남편 히사마쓰가 노부나가의 부하장수라 만날 수 없다.
만날 수 없기는 커녕 단 한번이라도 말했다가는 의심받아 오카자키로 돌아가지 못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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