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大望) [12]

2010. 4. 11. 오후 6:54:59

글자
다른 일들에 대해선 별것 아닌 사건들과 등장인물들의 세세한 마음 변화까지 묘사했으면서
당대의 영웅 히데요시를 그토록 고민하게 만들었고 죽게 한 조선전쟁을 대충 넘긴 것은 이상했다.
제2차대전에 패한 국민들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주기 위한 소설이라 하니 이해한다 하더라도
역사소설이고 먼 훗날에도 많은 후손들이 계속 읽을 것이므로 사실 그대로 쓰는 것이 더 좋았다.

우리도 역사에 대하여 솔직하고 겸허해야 한다.
히데요시가 일으킨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은 조선의 군사력이 허약하여 일어난 전쟁이었으며
그들은 침략에 앞서 우리의 민심과 전국토 지형과 방위태세를 몇 년간 면밀히 탐사했다.
그 때문에 조선에는 왜국이 곧 침략할 것이라는 소문이 백성들에게까지 널리 퍼져 있었다.
조선 조정이 왜국에 사절단을 파견한 이유도 바로 그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어찌된 일인지 옛부터 이 땅의 권력자들은 외국의 침략에 소흘히 하며 권력장악 싸움만 했는데 
대비를 태만히 하다가 침략을 당한 후에 물리치려고 절절매며 전전긍긍한 일이 한 두번인가. 
고려 말 몽고의 침략에 제대로 싸우지 못하고 치욕스럽게 임금이 직접 항복했고
임진왜란 역시 왜군이 파죽지세로 진격하여 불과 며칠만에 한양과 평양까지 함락한 일도 그렇다.
6.25 때 인민군도 미군이 도와주었음에도 대구 인근의 왜관까지 일주일만에 돌파 당했다. 

그런데도 우리 정치인들은 그러한 역사를 외면한 채 오늘 이 시간도 정권 싸움하느라 바쁘다.
또한 각계 사회단체 지도자들 대부분도 국가안보에 대하여 걱정하는 모습이 아니다.
역사는 반복한다고 한다.
사실 동서고금 인류 역사를 통털어 그 시대와 지역을 지배한 나라의 바탕은 오직 '힘'이었으며
또한 현 시대도 그 힘의 논리에 의하여 세계가 유지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과거에 주변국들을 괴롭혔던 바로 그 나라들이 현재도 막강한 국력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한 강국들의 얌체 행위에 약소국들이 아무리 비난해도 소용없다.  
따라서 비난보다는 어떻게든 국력을 빨리 키워 그들이 무시 못할 힘을 갖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
요즘은 힘 있는 국가가 옳은 주장을 해도 쉽지 않은 시대지만 그래도 우리는 그 길을 가야 한다.

지난날 우리는 외국인들에게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야유성 충고를 들은 일 있었다.
그들의 그 충고는 정확했으며 사실 우리가 처한 상황의 정곡을 찌른 것이었다.
그들 충고가 아니라도 달리던 차가 멈추었다 다시 달리면 시간과 에너지가 더 많이 소요된다.
문제는 그동안 신나게 달려온 국민들이 '꼭 그때 그 싯점에서 장시간 쉬어야 했는가'에 있다.

그 당시 상황을 등산에 비유하면 비교적 완만한 편인 6~7부 능선에 도착한 상황이라 할 수 있고
산들이 보통 정상에 가까울수록 등로가 험하여 보통 그쯤이 쉬었다 가고 싶은 장소다.
그러나 잠시 쉬는 것은 도움되지만 장시간 쉬거나 술과 음식을 먹으면 오히려 더 힘들어 진다.   
그런데 우리가 바로 그 상황에서 장시간 쉬며 음식을 먹은 격이고 '샴페인 충고'를 들은 것이다.

우리는 10년 넘어 2만불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계속 답보 상태에 있다.
즉 등산객들을 장시간 쉬게 하고 술과 음식을 배불리 먹도록 허용한 가이드가 문제였던 것이다.
비록 국민들이 신바람으로 달려왔다고 해도 오랜기간 달린 터라 피곤하여 쉬고 싶은 상태였는데
그러나 경험 많은 노련한 가이드라면 그들을 다독거려 잠시 후 곧 출발시켰을 것이다.

그런데 온 국민을 오직 신바람 하나로 열심히 달리도록 이끌어 온 '리더'가 갑자기 떠나 버렸다.
정상 등정을 위해 한번 더 힘을 내야 할 싯점에서 가이드가 갑작스런 사고로 하산한 격이다.
그리고 모두가 지치고 시장하다면서 자리 깔고 먹자판을 벌였다.
그렇다면 그당시 국민들을 등산객들을 계속 이끌어 갈 제2의 리더 또는 산행 가이드는 없었는가.

유감스럽게도 평소 '리더'의 탁월한 리더십을 인정하면서도 질투하여 트집을 일삼던 자들
재미있는 우스게로 힘든 산행을 수월하게 이끄는 가이드를 부러워 하면서도 그를 시기한 자들
그러한 자들이 지치고 배고픈 국민들과 등산객들을 거짓말로 선동했다.
이제까지처럼 힘들게 무리하지 않아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데 '그가' 쓸데없이 헛고생시켰다고...

옛 성현이 고진감래(苦盡甘來)라고.. 먼저 고생을 해야 좋은 일이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신(神)께선 절대로 좋은 것만 주시지 않는다는 말도 있는 데 같은 맥락의 말이다.
또 세상의 모든 일들에는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다고 한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꿩도 잡고 알도 먹는 일은 극히 드물고 그것은 행운이지 정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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