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34주간 토요일. 루카 21,34-36
저 같은 보좌 신부들은 요즘말로 바꿔 부르면 2년제 계약직 노동자입니다. 2년 정도 지나면 계속 옮겨다녀야만 하는데요. 그렇게 어디론가 옮겨가야만 하는 생활을 바라보면서 같은 서울이라지만, 또 다른 동네 분위기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입니다. 게다가 만나게 될 교우분들에게 주님의 사랑을 잘 전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구요. 그러다가 이 모든 걱정과 고민이 하잘 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삶을 움직여주시는 분은 바로 하느님이시고, 그동안 주님과 해 왔던 관계 속에서 느낀 은총과 체험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떠한 새로운 환경이더라도 적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는데요.
오늘 복음에 세상의 종말을 예고하는 말씀을 하시면서 “그날은 온 땅 위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들이닥칠 것이다...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 하십니다. 프로 연주자들은 악기 앞에 앉게 되면 바로 지금 느끼고 있는 바를 바로 표현해내곤 합니다. 게다가 예전에 외웠던 악보가 생각나지 않더라도 알아서 손이 그 자리에 척척 갑니다. 그럴 수 있는 배경은 곡의 분위기와 스케일을 멜로디에 어떻게 적용할지 알고요. 평소 가진 손버릇이라는 릭이 있기 때문이겠고요. 저 자리를 치면 무슨 소리가 날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기에 뽑아나갈 수 있는데요. 그러기에 꼭 악보를 보지 않더라도, 몸에 베인 습관에 따라 새로운 연주가 가능한데요.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평소 당신과 함께 기도하면서 지낸 사람이라면 어떤 어려움이나 고통이 오더라도 이겨나가는 커다란 힘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가져왔던 체험, 은총, 여러 사건들이 흔들림없이 버틸 수 있게 해주는데요. 그러기에 평소 깨어 기도하는 사람은 새로운 환경이더라도 흔들림이 없습니다. 이것은 그저 막막하게 ‘하느님이 돌봐주시겠지...’ 하는 차원이 아닙니다. 주님과 평소 가진 관계가 생활에 적용되는 기반으로 마련되는데요. 물론 걱정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만, 그분과 평소 관계를 잘 맺었던 사람이라면 내재된 힘이 적절할 때 나옴을 발견하곤 합니다. 그런 시간을 느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