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울뜨레야 1월 영적 독서 및 묵상자료 ☆☆
“카나의 혼인 잔치”
사흘째 되는 날, 갈릴래아 카나에서 혼인 잔치가 있었는데, 예수님의 어머니도 거기에 계셨다. 예수님도 제자들과 함께 그 혼인 잔치에 초대를 받으셨다. 그런데 포도주가 떨어지자 예수님의 어머니가 예수님께 “포도주가 없구나.” 하였다. 예수님께서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여인이시여, 저에게 무엇을 바라십니까?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 그분의 어머니는 일꾼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하고 말하였다. 거기에는 유다인들의 정결례에 쓰는 돌로 된 물독 여섯 개가 놓여 있었는데, 모두 두세 동이들이였다. 예수님께서 일꾼들에게 “물독에 물을 채워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들이 물독마다 가득 채우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다시, “이제는 그것을 퍼서 과방장에게 날라다 주어라.” 하셨다. 그들은 곧 그것을 날라 갔다. 과방장은 포도주가 된 물을 맛보고 그것이 어디에서 났는지 알지 못하였지만, 물을 퍼 간 일꾼들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과방장이 신랑을 불러 그에게 말하였다. “누구든지 먼저 좋은 포도주를 내놓고, 손님들이 취하면 그보다 못한 것을 내놓는데, 지금까지 좋은 포도주를 남겨 두셨군요.”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처음으로 갈릴래아 카나에서 표징을 일으키시어,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셨다. 그리하여 제자들은 예수님을 믿게 되었다. 그 뒤에 예수님께서는 어머니와 형제들과 제자들과 함께 카파르나움으로 내려가셨다. 그러나 그곳에 여러 날 머무르지는 않으셨다. (요한 2,1~12).
묵 상
성경에 등장하는 조연들 중 가장 부러운 사람 하나를 꼽는다면,
저는 주저 없이 오늘 복음에 나오는 일꾼들을 택합니다. 그들은 성모님의
말씀을 따르면서 동시에 예수님의 말씀에도 따른 모습을 보여 준 것이지요. 그래서 한때 서품성구로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 2,5)는 구절을
선택하려는 마음을 품기도 했습니다.
포도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포도만이 아니라 숙성과 발효를 위해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주변 사람들은 두 분의 대화를 들으며,
성모님께서 예수님에게 포도주를 원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입니다.
어머니의 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드디어 행동 개시. 예수님은 일꾼들에게
뭔가를 지시하시지요. 주위 반응을 한번 상상해볼까요?
“아니, 이 짧은 시간에 포도주를 만든다고?
더군다나 저분은 가장 중요한 포도 한 알조차도 갖고 있지 않잖아!”
바로 이 순간, 비록 복음의 엑스트라지만 우리에게 신앙의 핵심을 알려주는
일꾼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자신들의 사고력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지시하시는 분. 그러나 단 한마디 투덜거림 없이 예수님의 말씀에
단순하게 따랐고, 결국 예수님께서 첫 번째 기적을 일으키시는 데 작은
협조자가 됩니다.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분께서 일으킨 첫 기적의 협조자!
그들이 평생 해 온 일을 다 합쳐도, 예수님의 첫 기적에 협력한 것의 가치를
넘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당시 혼인 잔치에는 예수님의 제자들도 함께 있었습니다.
성모님께서 일꾼들에게 하신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이 말씀은, 근본적으로 제자들을 향해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앞으로 숱한 어려움을 등에 지고 당신 아들을 따라야 하는 제자들.
그러다보면 수많은 의구심에 휩싸이기도 하고, 때론 자기만의 방식으로
뭔가를 해나가려고 하는 유혹도 일어나겠지요. 그런 제자들에게 필요한,
그들이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핵심이자 전부인 모습.
성모님은 예수님께서 시키는 것을 하는 것,
예수님이 원치 않는 위대한 기적을 행하는 것보다 그분이 원하시는
아주 작은 일을 하는 것이 이루 말할 수 없는 더 큰 가치를 띤다는 사실을
말씀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제자들은 성모님의 말씀과 일꾼들의 모습을 분명히 가슴에 담아 두었을
것입니다. 마침내 요한 사도는 복음서를 통하여 성모님의 말씀을 우리에게
전달하십니다. “제 아들이 시키는 대로 하십시오.
그것만큼 가치 있고 소중한 일은 이 세상에 없답니다.”
이런저런 일을 하다보면, 각각의 상황에서
‘예수님은 내가 어떻게 하기를 바라실까?’를 생각하기 보다는,
제가 보기에 좋은 방식대로 밀고 나가려는 유혹을 종종 겪습니다.
이것은 신학생 때부터 끊임없이 물고 늘어지는 유혹이었고, 죽을 때까지도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을 텐데요. 그럴 때 저는 이 말씀을 떠올립니다.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려고 사제가 된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일을
도와드리려고 사제가 되었음을 다시금 되새기며 마음을 다잡곤 합니다.
교회 안의 여러 단체에서
봉사하시는 신자 분들 또한 비슷한 유혹을 겪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을 진행해나가는 과정에서 계속 자기 방식을 고집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무래도 내 계획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다보면
주위 사람과 의견이 충돌하고 때론 감정이 상하는 일도 생깁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결실을 맺게 하시는 분이 예수님이라는 것이지요.
매순간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예수님께 여쭤보고,
함께 하는 이들에게 귀를 열며 예수님이 원하시는 것을 고려한다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예수님께서는 기적을 일으켜 놓으시겠지요.
그리고 바로 나를 당신 기적의 협조자로 인정해 주실 것입니다.
기적을 일으키는 열쇠는
나의 얄팍한 지혜가 아니라 예수님께 있음을 늘 기억하며,
영혼의 구원을 위한 그분의 계획이 잘 이루어지도록 돕는,
그분의 첫째가는 협조자로 살아가시길 희망합니다.
옥준상 가브리엘 신부 (광주대교구 삼각동성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