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을 어떻게 따라야 하는가” 예수님께서 모든 사람들에게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그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자기 자신을 잃거나 해치게 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 누구든지 나와 내 말을 부끄럽게 여기면, 사람의 아들도 자기의 영광과 아버지와 거룩한 천사들의 영광에 싸여 올 때에 그를 부끄럽게 여길 것이다. (루카 9,23~26).
묵 상
주님의 십자가는 우리 삶에서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요? 거실의 한 벽면에 장식물로 걸어두셨나요? 집안의 수호성인으로 모시고 계시나요? “호산나”를 외치며 환호하던 날 흔들었던 성지가지를 얹어두는 것으로 임무완료인가요? 세상에 너무나도 많은 십자가가 있기에 나 하나쯤 거들떠보지 않는다고 해서 십자가가 사라지는 것도 아닌 데 웬 참견이냐고요? 십자가를 갈고 닦는다고 해서 고통과 시련이 썰물처럼 한 순간에 밀려가는 것도 아닌데 십자가타령이냐고요? [연중 제25주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에 예수님께서는 “누구든지 자신을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고 말씀하시는군요. 부담되는 말씀 가운데 하나여서 외면하고 싶으신가요? 그냥 살기에도 벅찬 삶이라 번거롭고 무겁기까지 한 십자가는 지고 싶지 않다고요? 그러나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신 그분을 따라 십자가에 순종하며 살다 순교하신 이 땅의 모든 성인성녀들과 무명 순교자들을 기억합니다. 지난 8월 프란치스코 교황님에 의해 조선의 첫 순교자 124위가 시복(諡福)되어 많은 교우들에게 기쁨과 축복을 주셨습니다.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인지요? 세계 역사상 찾아볼 수 없는 평신도에 의해 그리스도를 받아들인 민족으로서 박해의 피는 한강을 물들였으며 선교의 발걸음은 삼천리강산을 누볐습니다. 124위 순교자 시복을 축하드리며 큰 기쁨 속에 227위의 신앙선조의 굳센 믿음이 제 몸 속에 흐른다는 진실하나만으로 거뜬히 십자가를 지고 갈 힘이 솟아납니다. “하는 일마다 실패를 거듭하여 더 이상 꿈도, 희망도 없는 한 사람이 하느님을 찾아갔습니다. 하느님! 저는 왜 하는 일마다 실패의 연속인가요? 저에게는 이토록 무거운 십자가를 주셨는지요? 하느님께서는 그 사람의 손을 잡고 이 세상 모든 십자가를 모아 둔 곳으로 갔습니다. ‘아, 이제 나에게 맞는 십자가를 찾아야지. 내 마음에 딱 드는 십자가를 골라 보란 듯 살아야지.’ 보기만 해도 엄청나게 크고 무거운 십자가, 작고 가벼운 십자가, 모양과 색깔도 다양한 십자가 속에서 한참 뒤적이다 겨우 발견한 ‘내 마음에 딱 드는 십자가’를 찾아 이것으로 바꿔달라고 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미 ‘네가 지고 있는 십자가’가 그것이라고 말씀하셨다지요.” “보아라, 내가 오늘 너희 앞에 생명과 행복, 죽음과 불행을 내놓는다. 하느님을 사랑하며 그분의 길을 따라 걷고, 그분의 계명과 규정과 법규들을 지키면, 너희가 살고 번성할 것이다.”(신명30,15-16) 우리는 살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지금의 십자가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하느님, 아무래도 지금 제가 진 십자가는 너무 가벼우니 무거운 십자가로 바꿔주십시오.’ 과연 이렇게 말할 사람은 몇 명이나 있을까요? 너무 가벼워서 바꾸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남들에 비해 더 크고 무겁고 버거워서 감당하기 어렵다는 고통을 호소합니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가장 가벼운 십자가를 주셨다는군요. 왜냐하면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1요한 4,16) 세상에 공짜란 하느님 사랑밖에 없다는 말을 자주 잊고 삽니다. 남이 하는 힘든 봉사는 하지 않으면서 칭찬받고 싶다면, 내 것은 내어놓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은 하길 바란다면, 이웃이 흘리는 눈물은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내 눈물만은 닦아주길 원한다면…. “너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마르12,30) 주님의 계명과 진리를 충실히 지키며 자신에게 주어진 십자가에 순종한 신앙선조들의 그리스도 사랑을 되새겨봅니다. 지상에 살면서 십자가는 외면하며 내려놓는 짐이 아니라 자신을 버림으로써 십자가의 무게는 가벼워진다는 것을 오늘 복음을 통해 묵상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를 지고 오라 하셨으니 하느님에 대한 굳은 믿음과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신앙선조들을 본받아 기쁜 마음으로 십자가를 질 수 있도록 주님께서 인도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그대가 기쁜 마음으로 십자가를 지고 간다면 십자가는 그대를 지고 그대가 원하는 목적지로 데리고 갈 것이다,” (준수성범 2권 12장)
- 송미란 (프란체스카 로마나) /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