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세례 축일·마태 3,13-17
삶이 인연을 따라 만들어지는 창작품이라면 인연의 끝자락에 영원을 달아 놓으신 하느님의 뜻이 신비롭기 이를 데 없습니다. 거룩함과 속됨, 하늘과 땅이 엄격히 구분되어 있지만 결코 단절되어 있지 않음은 어쩌면 하늘의 거룩함이 땅으로 내려온 그 신비에 맞닿아 있는 것인지 도 모릅니다. 하느님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땅으로 내려오지 않으셨다면, 그분께서 인간의 세례를 받지 않으셨다면, 감히 인간은 하 늘로 오를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의 거룩함을 고 집하지 않으시고 땅으로 내려오신 그 신비가 감히 우리도 하늘을 우러러 볼 수 있는 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주님 세례 축일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나는 물로 세례를 주 지만 예수님께서는 성령과 불로 세례를 주실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성령과 불로 세례를 주실 분께서 물의 세례를 받으십니다. 시작부터 하늘의 권위가 아닌 땅의 겸손함으로 다가오신 예수님 사랑이 그렇 게 물의 세례를 천상 세례의 디딤돌로 만드셨습니다. 세례 때 우리 이마에 성령과 불로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인호가 각인 됩니다. 생각해 보면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당신 사랑을 우리에게 각인 시키고 싶으셨나 봅니다. 스스로의 속됨에 감히 거룩함을 포기한 우리 에게, 예수님을 통해 이마에 당신 사랑을 새기셨습니다. 그 사랑을 믿 고 거룩함에로 나아가라고... 땅을 딛고 하늘까지 오르도록 말입니다. 하면 삶이 인연 따라 만들어지는 창작품이라 할지라도 인연의 끝자락 에서는 영원에 맞닿을 수 있겠지요. 그것이 땅으로 내려오신 예수님께서 인간의 세례를 받으신 이유일 테니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