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눈먼 최선은 최악을 낳는다
하느님께서 당신의 모상을 닮은 인간으로 사람을 만드신 후 복을 내려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자식을 많이 낳고 번성하여 땅을 가득 채우고 지배하여라. 그리고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을 기어 다니는 온갖 생물을 다스려라.”(창세1,28)
그런데 우리가 복을 누리지 못하고 번성하지 못하며 더욱이 부려야 할 것들에게 끌려 다닌다면 창조주 하느님의 뜻에 합당하지 못하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우리의 일상 안에서 어떤 때는 복을 간수하지 못하고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식을 낳을 수 있는 은혜를 받았지만 인위적으로 장애를 만들기도 하고, 사람이 짐승보다도 못하게 취급당하는 일도 있습니다. 복을 만들고 누려야 할 인간이지만 여러 이유를 핑계로 근본정신을 잃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더더욱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도 일반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근본을 잃어가는 시대에 우리 신앙인은 모범적인 삶으로 열매 맺기를 추구해야 합니다. 예수님, 성모님의 마음을 지닌 사람은 어떤 처신을 해야 하는 것인가를 자주 생각하고 아버지 야훼 하느님께 순명하여 목숨도 내어 놓으신 예수님과 순명으로 침묵 속에서 때를 기다리고 가슴속에 새기신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린다면 우리의 삶이 좀 더 절제되고 그 안에서 기쁨과 평화를 얻게 될 것입니다.
어떤 분은 지나친 열심으로 건강을 해치거나 가정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부, 대자, 대모, 대녀 등의 관계로 금전 관계에 얽혀 마음 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권이나 체면, 습관이나 주변을 의식해서 본질을 외면한 채 인간적인 친교에 맛 들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잘못된 열심으로 흐르게 되고 기도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맙니다. 그리고 서로 “그럴 줄 몰랐다.”라고 하며 상처만 남게 됩니다. 따라서 열심하다는 것은 근본에 충실한 열심을 말하는 것임을 잊지 않기 바랍니다.
“자식을 낳아 번성하라.” 하셨으니 적극적인 활동으로 하느님의 자녀를 더 많이 낳으시기를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알브레히트 뒤러의 <아담과 이브>, 1504년
동판화 <아담과 이브>는 남녀 누드의 이상적인 육체미를 다룬 북부 르네상스의 걸작이다. 아담과 이브는 소와 염소, 토끼와 새들, 고양이와 쥐 등 온갖 짐승들이 서식하는 에덴동산에서 산다. 이브는 선악과를 따지 않고 뱀이 물고 온 과실을 받는다. 아마도 자신이 딴 선악과는 왼손에 숨기고, 아담에게 줄 두 번째 과실을 받는 모양이다. 아담과 이브는 벌써 나뭇잎으로 그들의 국부를 가리고 있다. 이브의 사치스럽게 내려진 무성한 머리칼이나, 새와 고양이의 부드러운 털은 뒤러의 천부적인 묘사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여인의 사치와 온갖 애완동물들은 타락한 인간상을 의미한다. 뒤러는 아담과 이브가 하느님께 불복했기 때문에 해산의 고통과 노동, 온갖 질병이 시작되었음을 알리고 있다. 아담이 들고 있는 나뭇가지의 목판에 자신의 이름을 써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