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한 번 씹었던 칡뿌리도
새로 부임한 한 신부님께서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13,35)는 주제로 강론하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습니다. 사랑한 만큼 보상을 받기를 기대한 마음들을 바꿀 기회가 되었다며 기뻐하였습니다. 주님께서 사랑한 그 사랑으로 사랑하겠다고 다짐하며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훌륭한 신부님께서 오셨다며 다음 주일 강론을 기대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다음 주일 강론 내용이 똑같았습니다. 그러자 신자들은 지난 주일에 미처 알아듣지 못한 것을 알아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하였습니다. “한 번 씹었던 칡뿌리라도 다시 씹으면 더 진한 맛이 난다더니 우리 신부님의 강론이 그런 것 같아!” 하며 은총을 받았다고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강론내용은 전혀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 입에서 “우리 신부님은 도대체 강론 준비를 하지 않으신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결국 신부님은 신자들의 거센 항의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 주도 역시 같은 내용의 강론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한 마디 덧붙이셨습니다. “주님의 말씀을 들었으면서도 여전히 서로 사랑하지 못하고 하나가 되지 못한다면 그 말씀을 더 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좋은 강론을 통해 감동을 받았다면 삶의 변화가 따라야 할 것입니다. 삶의 변화를 거부한다면 그 감동은 무의미합니다. 그리고 그는 기도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기도를 많이 했다면 내가 변해야 하고 기도의 열매가 이웃에게 전달되어야 합니다. 은총은 말씀대로 행하는 가운데 더 풍성해 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생활 안에서 행동을 통해서 그리스도인이라는 이름을 합당이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게 되고, 우리 안에 있는 거룩함을 보여주게 될 것입니다.”(니사의 성 그레고리오)
그러므로 말씀을 듣고서 잊어버리는 사람이 아니라 실행하는 사람이 되십시오. 그러한 사람은 자기의 그 실행으로 행복해질 것입니다. 사랑합니다.
휘베르트 & 얀 반에이크의 <양의 경배>, 1432년, 다폭 제단화 중 중앙패널 하단부, 목판에 유채, 겐트 성 바봉 성당, 벨기에
풍요롭고 아름다운 진녹색 배경의 무대 맨 중앙에는 제대가 있고 그 위에는 흰색의 양, 즉 그리스도가 있다. 천상에서 내려오는 축복의 빛을 받으며 눈부시게 빛나는 고귀한 양의 가슴에는 깊은 상처가 나있고, 아래의 황금색 성배 안에 인류를 위해 희생한 그리스도의 성혈이 담기고 있다. 그의 주위에는 무릎 꿇고 기도하는 천사, 십자가를 들고 있는 천사 그리고 향을 피우는 천사들의 모습이 보인다. 이는 그리스도의 피와 살이 봉헌되는 거룩한 신비의 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