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너에게만 이야기하는 것인데…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말을 합니다. 그런데 말을 하다 보면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잘 구별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듣고 가슴에 담아야 할 것도 있고 절제해야 할 말이 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여 한순간에 신뢰를 잃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너에게만 이야기하는 것인데” 하면서 말합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면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아닌 척하면서 상대의 것을 시시콜콜 캐내고 그것을 퍼뜨립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러니 “세 치의 혓바닥으로 다섯 자의 몸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는 옛말을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닙니다.
잠언에는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입을 조심하는 이는 제 목숨을 보존하지만 입술을 열어젖히는 자에게는 파멸이 온다.”(잠언13,3) 야고보 사도 또한 “사람의 혀는 아무도 길들일 수 없습니다. 혀는 쉴 사이 없이 움직이는 악한 것으로, 사람을 죽이는 독이 가득합니다. 우리는 이 혀로 주님이신 아버지를 찬미하기도 하고, 또 이 혀로 하느님과 비슷하게 창조된 사람들을 저주하기도 합니다. 같은 입에서 찬미와 저주가 나오는 것입니다. 나의 형제 여러분 이래서는 안 됩니다. 같은 샘구멍에서 단 물과 쓴 물이 솟아날 수 있습니까?”(야고3,10-11)하고 말조심 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집회서를 보면 “혀를 절제하는 이는 갈등 없이 살고 뜬소문을 싫어하는 이는 잘못을 덜 저지르리라. 절대로 말을 옮기지 마라. 아무것도 잃는 것이 없으리라…. 어리석은 자는 들은 말 때문에 아이 낳는 여자처럼 진통을 겪으리라. 어리석은 자의 배속에 든 말은 사람의 넓적다리에 박힌 화살과 같다.”(집회19,6.11-12)하고 수다의 위험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사실 “다재다능하되 혀를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제 혀를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은 복됩니다. 말이 많으면 진실성과는 거리가 멀어지기 쉽기 때문입니다.”(알베리오네 신부) 그러므로 “여러분의 입에서는 어떠한 나쁜 말도 나와서는 안 됩니다. 필요할 때에 다른 이의 성장에 좋은 말을 하여, 그 말이 듣는 이들에게 은총을 가져다줄 수 있도록 하십시오.”(에페4,29)
성모님은 많은 말씀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에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1,38)하고 응답하셨고 주님을 찬미하는 노래(루카1,46-55)를 불렀으며 카나의 혼인 잔치(요한2,1-11)에서 “포도주가 없구나.”라는 말씀과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하고 꼭 하셔야 할 말씀만 하셨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과 함께하는 여정 안에서 특히 십자가 아래의 깊은 침묵 안에서 모든 것을 가슴에 담으셨습니다. 우리도 성모님처럼 순명과 겸손, 그리고 절제와 인내로 입을 다스렸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합니다.
다비드(Gerard David 1450/60-1523)의 <카나의 혼인잔치>,
목판 유화, 100×128 cm, 루브르 박물관, 파리
'카나의 혼인잔치'에 대한 그림에서 후광이 빛나는 두 분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이다. 요한복음에서 전하는 이 기적은 예수께서 행하신 첫 번째 기적으로 알려지고 있다. 잔치에 포도주가 떨어지자 예수님의 어머니가 예수님께 “포도주가 없구나.” 하신 말씀을 듣고 “여인이시여, 저에게 무엇을 바라십니까? 아직 저의 때가 오지 않았습니다.”라고 하셨지만 어머니의 청을 거절하지 못하시고 오른손을 들어 단지를 향하여 축복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로써 단지에 담았던 물이 포도주로 변하는 기적을 일으키신다. 앞 열 오른쪽과 왼쪽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남녀는 이 그림을 그리도록 지시한 후원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