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거북이가 길을 가다가
지렁이와 굼벵이가 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마침 거북이가 그들 옆을 지나갔습니다. 굼벵이가 물었습니다. “방금 지나간 게 뭐야!” 그러자 지렁이가 말했습니다. “하도 빨라서 못 봤어!” 거북이가 길을 가다가 달팽이를 등에 태웠습니다. 목적지에 다다라서 구슬땀을 닦으며 거북이가 물었습니다. “나 빠르지?” 그러자 달팽이가 말했습니다. “응, 그래. 하도 빨라서 눈도 못 뜨겠더라!”
일반적으로 거북이는 느리다고 생각하지만 굼벵이나 지렁이, 달팽이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빠릅니다. 그러니 ‘거북이는 느리다’는 생각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의 일상 안에서 내가 아는 지식이나 정보가 다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갖는다면 그만큼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속을 끓이는 답답한 일들이 있을 때 일상적인 생각을 뒤집어 보면 주님의 눈으로, 주님의 마음으로 그것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의 속을 보게 됩니다. 내 입장이 아니라 주님의 입장으로 돌아가는 기쁨을 차지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거북이 앞에 굼벵이의 입장이 되어보면 좋겠습니다.
“나 빠르지?” 하는 말에는 인정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그 마음은 우리에게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사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칭찬에 익숙해지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칭찬도 분수에 맞아야 합니다. 잠언에는 “은에는 도가니, 금에는 용광로, 사람은 그가 받는 칭찬으로 가려진다.”(잠언27,21)고 기록 되어 있습니다. 칭찬을 해 보아야 사람됨을 안다는 말씀입니다. 자화자찬하지 말고 남에게 칭찬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칭찬은 남이 해주는 것이지 제 입술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많은 기도와 봉사활동을 하였다고 알아주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표현하지 않을 뿐이지 마음 한 구석에는 칭찬받고 싶은 마음이 가득합니다. 주님이 알고 계시면 그것으로 족한데 말입니다.
교부 야곱은 “칭찬을 받는 사람은 자신의 부족함도 생각해야 하며 자신이 듣는 칭찬이 늘 과분함을 인식해야 한다.”고 하였고 교부 실바누스는 “자기가 한 일보다 더 많은 칭찬이나 평판을 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참으로 가련합니다.”하고 말하였습니다. 밀초가 불에 빨리 녹아버리듯이 영혼도 칭찬을 들으면 텅 비게 되고 견고한 덕을 잃게 됩니다. 그러므로 무슨 일을 하든지 주님 앞에 최선을 다했으면 그것으로 이미 보상을 받은 것이니 기뻐하시기 바랍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