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당신의 축일 중 한 날에

2011. 3. 15. 오후 8: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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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당신의 축일 중 한 날에


 구엔 반 투안 주교님은 13년간 감옥에 계시면서 성모님께 아주 단순하게 기도를 드렸다고 합니다. “성모님, 제가 당신 교회에 쓸모없다고 여기신다면 제 생을 감옥에서 마치는 은총을 허락하소서. 만일 그렇지 않다면 당신의 축일 중 한 날에 이곳에서 나가게 해 주소서.” 그러던 어느 날 전화를 받고 보니 11월 21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축일이었고 그날 내무부 장관을 만나게 되었는데 주교님은 “장관님, 저는 자유를 원합니다.”하고 말했습니다. 장관이 “언제요?” 하자 “오늘입니다.” 하였습니다. 장관은 몹시 놀라 주교님을 쳐다보았지만 주교님은 확신에 차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오늘 석방 시켜 달라는 요청은 불가능합니다. 책임자들이 석방 절차를 상의할 시간과 형식상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몹시 놀란 장관은 비서에게 “이분의 요구를 들어주는데 필요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게.”하고 말하였습니다. 주교님은 환호하셨습니다. “성모님께서 저를 자유롭게 해 주신 것입니다. 당신께 감사드립니다. 어머니! 행복한 축일입니다. 예수님의 어머니시고 당신 교회의 어머니시며 모범이신 성모님은 공경을 받으소서. 은총과 자비의 원천이시고 순수함의 모범이신 분은 공경을 받으소서. 눈물 가운데 느끼는 기쁨이고 전쟁의 승리요, 고난 중의 희망이며 예수님께 가는 유일한 길이신 분, 당신은 공경을 받으소서.”


 성모님께서는 하느님의 말씀을 믿었기에 신앙 안에서 완전한 “예”로 응답하는 삶을 사셨습니다. 성모님께서는 자신이 하느님의 손길로 다듬어지도록 온전히 맡기셨고 이집트, 나자렛, 카나, 골고타는 물론 성령을 기다리던 다락방까지 어디서나 하느님께서 이끄시는 대로 따랐습니다. 엘리사벳과 초대교회 공동체는 성모님을 ‘믿음의 마리아’라고 호칭하였습니다. 믿음의 어머니 마리아께 의탁하면 주교님처럼 성모님을 새롭게 만나게 될 것입니다.


 1975년 공산주의 정부에 체포되어 감옥생활을 하시면서도 종잇조각에 쓴 글을 몰래 사람들에게 전하며 위로하곤 하였는데 이때 적은 글이 베트남 사회에 널리 퍼졌습니다. ‘희망의 길’, ‘희망의 기도’가 그것입니다. 1988년 석방되었으나 로마로 추방되어 교황청 정의 평화 위원회에서 일하셨고 2001년 추기경에 서임 되셨으며 2002년 9월 16일 선종하셨는데 그날은 통고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 다음 날 이었습니다. 누구보다도 성모님을 사랑하셨던 주교님의 모범이 우리 안에 살아있기를 희망합니다. 주교님의 2000년 3월 교황과 교황청 고위 성직자들을 위한 사순절 피정 강론 묵상글이 바오로딸에서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며”라는 제목으로 나오게 되었는데 그 서문의 글을 옮겨 봅니다.


 “제가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저를 교육하신 어머니 엘리사벳에게 이 피정 묵상을 바칩니다. 어머니는 밤마다 저에게 성경 속 이야기를 가르쳤고 순교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특별히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저에게 조국에 대한 사랑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아기 예수의 데레사를 그리스도인 덕행의 모범으로 제시하였습니다. 어머니는 배신자들에게 학살된 형제들을 손수 묻고서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들을 진심으로 용서하고 받아들인 강인한 여인이었습니다. 제가 감옥에 있을 때 어머니는 저에게 커다란 위안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 아들이 교회에 충실하고 하느님이 원하시는 곳에 머무를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우리의 어머니, 성모님께서 아들이 매달린 죽음의 십자가 밑에 서 계셨습니다. 주교님의 어머니께서도 그러셨습니다. 참으로 어머니는 강하십니다. 오늘은 어머니를 부르고 싶습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조토의 <그리스도의 시신을 내림>, 1302-1305, 벽화, 200×185cm, 스크로베니 경당, 파도바, 이탈리아


피에타 충실한 믿음이다. 아들의 시신을 안고 있는 어머니의 마음을 천 갈래 만 갈래 찢기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가장 사랑하는 아들이 이제는 시신이 되어 어머니의 품에 안긴 것이다. 하늘의 천사들도 비탄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시신으로 어머니 마리아의 품에 안긴 예수의 체온은 이미 싸늘하게 식은 상태이다. 살을 나눠주고 젖을 먹이며 키웠던 자식이 싸늘한 시신의 모습으로 이 상황을 그 누가 아름답다고 하겠는가? 이 보다 더한 고통은 없을 것이다. 그 큰 고통으로 어머니 마리아의 품에 안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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