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다.> 루카 1,26-38

2008. 12. 20. 오전 6:3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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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0일 대림 제3주간 토요일 - 루카 1,26-38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1,26-38
그때에 26 하느님께서는 가브리엘 천사를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라는 고을로 보내시어, 27 다윗 집안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
28 천사가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말하였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29 이 말에 마리아는 몹시 놀랐다. 그리고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30 천사가 다시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31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32 그분께서는 큰 인물이 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 불리실 것이다. 주 하느님께서 그분의 조상 다윗의 왕좌를 그분께 주시어, 33 그분께서 야곱 집안을 영원히 다스리시리니,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
34 마리아가 천사에게,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말하자, 35 천사가 마리아에게 대답하였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 36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그 늙은 나이에도 아들을 잉태하였다. 아이를 못 낳는 여자라고 불리던 그가 임신한 지 여섯 달이 되었다. 37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38 마리아가 말하였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러자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
 
 
<오늘의 묵상>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천사 가브리엘은 이렇게 주님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총애는 은총입니다. 하느님의 이끄심입니다. 그분의 특별한 선택입니다. 그러니 두려워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믿고 맡기는 실천만 있으면 됩니다.
언제나 주님의 선택이 먼저입니다. 생활 속의 두려움은 은총이 오면 사라집니다. 사람들이 그토록 바라는 ‘겁 없는 삶’은 이렇게 시작되건만 모르고 있습니다. 두려움을 벗으려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요? 물질의 축적과 지식의 습득 그리고 수많은 정보를 동원하지만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천사는 이렇게 ‘하느님의 이끄심’을 알려 주었습니다. 마리아께서도 처음엔 머뭇거리셨습니다. 자신의 지식을 뛰어넘는 일이었기에 망설이셨던 것이지요. ‘두려움 없는 삶’을 어찌 한순간에 이해할 수 있을는지요? 천사는 엘리사벳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하느님께서는 못하시는 일이 없음을 알린 것입니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절대로 자신을 비하하는 말씀이 아닙니다. 주님의 이끄심을 따르겠다는 표현입니다. 두려운 미래지만 당신의 이끄심을 신뢰한다는 신앙 고백입니다. 우리 역시 ‘삶의 두려움’ 앞에서 성모님의 모습을 묵상해야 합니다. ‘삶의 불만과 억울함’ 앞에서 성모님의 말씀을 되새겨야 합니다.
 
 
 
 

대림 3 주간 토요일 - 겸손한 신중함

저는 묵주기도를 일반적으로 밤에 바칩니다. 오늘도 옥상에 올라가 걸으면서 묵주기도를 바치고 있었습니다. 한 오단 쯤 되니까 여기저기서 문 닫는 소리가 나고 저도 돌 같은 것을 밟아서 듣기 싫은 소리가 났습니다. 그 때 갑자기 앞 쪽에서 사람이 한 명 슉 지나갔습니다. 깜짝 놀라 다시 보니 아무도 없었습니다. 머리카락이 서는 느낌을 받았지만 다시 맘을 가라앉히고 마저 기도를 마치고 내려왔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한 것이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이것입니다.   ‘왜 하느님과 성모님께 기도를 바치면서도 무엇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그 분들이 곁에 있다고 정말 느끼며 기도했다면 이렇게 무서웠을까?’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부모님과 함께 있는 아이는 세상에서 무서울 것이 없는 천하무적이 되는 것처럼 하느님과 함께 있다고 믿으면 당연히 두려움이 없어야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천사가 마리아에게 나타나자 마리아도 몹시 놀랍니다. 우리는 여기서 즈카리야에게 나타날 때와 조금 비교하면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제 복음에서 즈카리야도 천사를 보자 놀랐습니다. 저와 같은 경우입니다. 성소엔 사제 한 사람만 들어오게 되어있는데 모르는 사람이 옆에 서 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성모님의 경우는 다릅니다. 성모님은 즈카리야처럼 가브리엘 천사의 존재 때문에 놀란 것이 아니라 그 천사가 하는 말 때문에 놀란 것입니다.  “천사가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말하였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이 말에 마리아는 몹시 놀랐다. 그리고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성모님은 천사가 말한 대로 주님과 함께 계시기 때문에 두려움이 없습니다. 그러나 천사가 자신이 은총이 충만하고 주님께서 함께 계신다고 하자 ‘자신을 속이는 마귀가 천사의 모양으로 와서 자신을 교만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생긴 것입니다. 성모님은 자신이 전혀 그런 인사를 받을 인물이 아니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십자가의 성 요한은 예수님이 내 앞에 나타나면 침을 뱉으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누구도 예수님이 나타나실 만큼 온전한 성인이 없기 때문입니다. 나 같은 죄인에게 예수님이 나타나셨으니 그것은 틀림없이 마귀가 둔갑하여 나타난 것이라는 것입니다. 혹 만에 하나 그 분이 진짜 예수님이라면 오히려 이런 겸손한 모습에 칭찬을 해 주실 것이기 때문에 손해 볼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특별한 현상을 체험하고 바로 그것이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것이라고 믿어버린다면 교만하다는 증거입니다.

  그리고 천사의 말을 듣고 성모님은 천사에게 이렇게 질문합니다.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이것 또한 즈카리야가 “제가 그것을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저는 늙은이고 제 아내도 나이가 많습니다.”라고 말한 것과 같은 수준으로 보면 안 됩니다. 즈카리야는 믿지 못해 그렇게 이야기 한 것이고 성모님은 만약 아들을 잉태하려면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는 것입니다. 따라서 다시 번역을 하면,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합니다. 그 일이 어떻게 일어나겠습니까?”가 됩니다. 성모님은 천사가 말한 것이 이루어지기 위하여 자신이 요셉과 잠자리를 가져야 하는지 동정을 계속 지켜야하는지를 물어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즈카리야는 벙어리가 되었지만 성모님은 즈카리야의 아내에게 이런 인사를 받습니다.  주님께서 약속하신 말씀이 꼭 이루어지리라 믿으셨으니 정녕 복되십니다.” (루카 1,45)

  성모님은 겸손하셨기에 신중하셨고 또 믿을 줄 아셨습니다. 저도 가끔 신중하지 못해 말을 생각 없이 하거나 일을 대충 처리하여 후회하는 때가 많습니다. 이것은 겸손하지 못해서 그렇습니다. 성모님은 아무런 죄가 없으심에도 아주 작은 교만도 자신을 해하지 못하도록 움츠리실 줄 아셨습니다. 그것에 비하면 우리는 죄를 지을 수 있는 것들에 두려움 없이 너무나도 당당한 것 같습니다.  오늘 성모님의 겸손한 신중함을 배우며 우리 삶 안에서도 한 번 더 생각하고 한 템포 천천히 행동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합시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젊은 시절의 고백>


   한 선배 신부님의 젊은 신부 시절의 고백을 들으며 저 역시 뜨끔했습니다.

 

   사제로 갓 서품 받고 열정에 가득 차 있던 시절, 참으로 바쁘셨답니다. 아침 미사, 주당 20시간 이상 되는 종교수업, 거기다 수녀님들 수업, 본당 미사 및 특강 등등으로 하루가 총알처럼 지나갔답니다.

 

   이웃들에게 하느님 말씀을 전하는데 너무 바빠서 정작 자신은 하느님 말씀을 듣는 시간, 기도할 시간이 전혀 없었답니다. 언제 성당에 발을 들여놓았던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겨우 미사드릴 때뿐이었답니다.

 

   어찌 그리도 지금 제가 겪는 체험과 똑같은 체험을 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깜짝 놀랐습니다.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 "우리가 사제가 된 가장 큰 이유는 예수님 곁에 앉아있기 위한 것입니다. 예수님 곁에서 그분께서 하시는 말씀을 듣기 위해 우리는 사제가 되었습니다. 그분의 말씀이 우리 안에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는 사제가 되었습니다. 예수님 옆에서 예수님과 함께 예수님을 위해서 봉사하기 위해 우리는 사제가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다시 한 번 루카 복음사가가 들려주는 성모님의 아기 예수 잉태 사화를 전해 듣습니다.

 

   가브리엘 천사의 말을 전해 듣고 난 마리아는 이렇게 응답합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성모님께서 예수님을 잉태하고 낳던 시절, 아기 예수님을 품에 안던 시절부터 마지막으로 십자가에서 내려진 예수님의 시신을 품에 안으시던 순간까지 성모님에게 주어진 중요한 과제 한 가지는 아들 예수를 주제로 한 묵상이자 기도였습니다.

 

   성모님 역시 나약한 한 인간이었기에 아들 예수와 관련되어 끊임없이 솟아오르던 의혹을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특별히 인간적인 사고방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예수 잉태의 순간, 그리고 아들 예수가 성장해나가면서 겪게 된 갖은 이해하지 못할 사건들 속에 성모님은 끊임없이 묵상에 기도를 거듭하십니다. 한평생 진지하게 침묵 안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경청하고 하느님의 뜻을 찾아갑니다.

 

   그 결과 성모님은 단순하고 소박하지만 탁월한 신앙의 모범생이 되십니다.


   오늘 하루 우리가 일상 안에서 겪게 되는 갖은 의혹과 억울함, 이해하지 못함, 서운함 앞에서 성모님처럼 겸손하게 응답하고 기도하면서 기쁜 마음으로 다시 한 번 예수님 옆으로 다가가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지금은 비록 무엇이 진정한 하느님의 뜻인지 이해하지 못하지만, 지금은 너무 어려워서 알아듣지 못한다하더라도 언젠가 우리의 눈이 밝아져 하느님의 뜻을 명료하게 알아차릴 그 순간을 기다리며 다시 한 번 힘차게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신앙여정을 걸어가면 좋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가톨릭성가 218번 / 주여 당신 종이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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