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묵시록 2장> 송영진모세 신부
각 교회에 보내는 편지는 기본적으로 1. 각 교회와 관련된 그리스도에 대한 환시 묘사, 2. 교회의 현 상황과 칭찬, 3. 부족한점을 지적하고 회개를 촉구하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2장-3장의 내용에는 그 당시 교회들의 실제 상황이 반영되어 있지만, 오늘날의 교회들에도 해당되는 내용입니다.
<1절-7절 : 에페소 신자들에게 보내는 말씀>
1절..<"에페소 교회의 천사에게 써 보내라. '오른손에 일곱 별을 쥐고 일곱 황금 등잔대 사이를 거니는 이가 이렇게 말한다.>--<에페소>--소아시아 서쪽 해변 도시로서 지중해의 유명한 항구였습니다. 동서양이 만나는 곳으로 무역이 활발했으며, 다양한 종교가 있었고, 황제숭배의 중심지였습니다. 50년-55년에 바오로 사도가 이곳에 복음을 전하고 교회를 건설했으며 그 지역의 선교의 거점으로 삼았습니다. 사도 요한이 생애의 마지막 시기를 이곳에서 지낸 것으로 전해집니다.
<교회의 천사>--각 편지의 수신인은 그 교회의 천사로 되어 있는데, 1장 16절, 20절의 해석대로 여기서 말하는 천사는 그 교회의 지도자나 책임자, 또는 그 교회 공동체로 해석 합니다. 에페소 교회에 소개되는 주님은 '오른손에 일곱 별을 쥐고 일곱 황금 등잔대 사이를 거니는 이'인데, 이 표현은 1장 12절, 13절, 16절에 나온 것으로 특별히 에페소 교회에게 그리스도의 빛을 받아 세상의 어둠을 비추는 '세상의 빛'이 될 것을 촉구하는 표현입니다.
2절..<나는 네가 한 일과 너의 노고와 인내를 알고, 또 네가 악한 자들을 용납하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사도가 아니면서 사도라고 자칭하는 자들을 시험하여 너는 그들이 거짓말쟁이임을 밝혀냈다.>--이 구절은 에페소 교회에 대한 칭찬입니다. 에페소 교회가 한 일과 노고, 인내, 악한 자들을 받아들이지 않은 일 등이 칭찬의 이유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사도'는 열두 사도가 아니라 단순히 '선교사'를 뜻합니다. 초대교회 때부터 사도나 예언자로 자처하는 떠돌이 선교사들이 있었는데, 이들이 거짓 교리를 퍼뜨리고 다니면서 신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에페소 교회는 '악한 자들', 즉 '사도가 아니면서 사도라고 자칭하는 자들', 열두 사도로부터 정식으로 파견 받지 않은 선교사들을 가려내고 쫓아냄으로써 교회의 정통 가르침과 교리의 순수성, 그리스도교 신자로서의 생활을 확고하게 유지했습니다. 에페소 교회가 거짓 선교사들을 '시험'했다는 것은 그들이 사도들로부터 정식으로 임명받고 파견되었는지를 확인해보았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해서 에페소 교회는 그들이 '거짓말쟁이', 즉 거짓 선교사임을 밝혀냈습니다.
3절..<너는 인내심이 있어서, 내 이름 때문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지치는 일이 없었다.>-그런 일들을 하기 위해서는 '지치지 않는' 인내가 필요했습니다. 에페소 교회는 '예수님의 이름 때문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즉 박해를 받으면서도 참고 견디면서 거짓 선교사들에게 현혹되지 않았습니다.그래서 지금 주님은 그런 모든 노고와 인내를 칭찬하고 있습니다.
4절..<그러나 너에게 나무랄 것이 있다. 너는 처음에 지녔던 사랑을 저버린 것이다.>--이 구절은 잘못한 일에 대한 꾸중입니다. 그들이 거짓 선교사들을 쫓아내고 교리의 순수성을 유지한 것은 칭찬받을 일이지만 '처음에 지녔던 사랑'을 잃은 것은 잘못한 것입니다. 첫사랑을 버렸다는 것은 정열이 식고, 생동감이 없는 교회가 되었다는 것, 또 교회 안에서 형제애가 부족하다는 뜻입니다. 첫사랑의 표현은 예레미야서 2장에서 온 것입니다.
5절..<그러므로 네가 어디에서 추락했는지 생각해 내어 회개하고, 처음에 하던 일들을 다시 하여라. 네가 그렇게 하지 않고 회개하지 않으면, 내가 가서 네 등잔대를 그 자리에서 치워 버리겠다.>--이제 에페소 교회가 해야 할 일은 첫사랑을 회복하는 일입니다. 즉 처음에 가졌던 열성, 믿음, 하느님에 대한 사랑, 형제에 대한 사랑을 회복하는 일입니다. 주님께서는 그들이 만일에 '그렇게 하지 않고 회개하지 않으면' 등잔대를 치워버리겠다고 경고하십니다. 등잔대를 치워버리겠다는 것은 교회의 자격을 박탈하겠다는 뜻입니다.
6절..<그러나 너에게 좋은 점도 있다. 네가 니콜라오스파의 소행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나도 그것을 싫어한다.>--다시 칭찬이 나옵니다. '니콜라오스파'는 방종주의자들로서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의 보호를 받기 때문에 마음대로 해도 된다.' 라고 주장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래서 그들은 교회 규정을 무시하고 지키지 않았던 것 같은데 에페소 교회는 그들과 타협하지 않고 배척했고, 그래서 칭찬을 받고 있습니다. '나도 그것을 싫어한다.' 라는 말은 니콜라오스파의 주장은 주님의 가르침에 어긋난다는 뜻입니다.
7절..<귀 있는 사람은 성령께서 여러 교회에 하시는 말씀을 들어라. 승리하는 사람에게는 내가 하느님의 낙원에 있는 생명나무의 열매를 먹게 해 주겠다.'">--<귀 있는 사람은>--'귀가 있다.' 라는 말은 듣는 능력이 아니라 들은 것을 받아들이고, 받아들인 것을 반성하고, 실제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합니다. 따라서 '귀 있는 사람은 성령께서 여러 교회에 하시는 말씀을 들어라.' 라는 말은 성령을 통해서 여러 교회에 말씀하시는 그리스도의 말씀을 잘 새겨듣고 실천하라는 뜻입니다.
<성령>--여기서 '성령'은 예언자들을 이끄시는 하느님의 영인 동시에 그리스도의영입니다.
<승리하는 사람>--여기서 '승리하는 사람'은 모든 환난과 학대와 고통을 참고 견디고 악을 이겨내는 사람을 뜻합니다. 3장과 5장에서는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서 목숨을 아끼지 않고 진리를 증언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하느님의 낙원에 있는 생명나무의 열매를 먹게 해 주겠다.>--'승리하는 사람'에게는 보상이 따르게 되는데 여기서는 그 보상이 '생명나무의 열매'를 먹는 것입니다. 생명나무는 창세기 2장-3장에 나오는 에덴동산의 그 생명나무를 가리킵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하느님의 낙원'은 구약의 에덴동산이 아니라 뒤의 21장에 나오는 '새 예루살렘'을 뜻합니다.
아담과 하와의 타락으로 생명나무에 접근하는 길이 차단되었었는데 이제 그 길이 다시 열렸고, 그 열매를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생명나무의 열매를 먹는다는 것은 하느님의'영원한 생명'을 얻는다는 뜻입니다. 에페소 교회는 교리의 정통성, 순수성을 유지하고, 엄격하게 신앙생활을 했지만 사랑은 없는 교회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사랑이 없는 엄격함'은 신앙생활의 목적과 의미를 잃게 하고, 잘못하면 형식적인 율법주의에 빠질 수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그런 종파와 교회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8절-11절 : 스미르나 신자들에게 보내는 말씀>
8절..<"스미르나 교회의 천사에게 써 보내라. '처음이며 마지막이고 죽었다가 살아난 이가 이렇게 말한다.>--<스미르나>--'스미르나'는 에페소 북쪽으로 120Km 떨어진 항구도시이며 중요한 상업 중심지였고, 유대인들이 많이 살고 있었습니다.
<처음이며 마지막이고 죽었다가 살아난 이>--1장 17절, 18절에 나왔던 표현인데, 주님을 육신의 죽음을 극복하고 부활하신 승리자, 영원한 존재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스미르나 교회가 처한 상황과 관련된 것인데, 황제숭배를 거부하고 죽느냐, 사느냐, 라는 박해를 받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입니다. 그런 박해 상황에 있는 신자들에게 예수님은 당신을 지상의 모든 권세와 죽음의 권세를 초월한 영원하신 왕으로 소개하면서 신자들에게 용기와 믿음을 주고 있습니다.
9절..<나는 너의 환난과 궁핍을 안다. 그러나 너는 사실 부유하다. 또한 유다인이라고 자처하는 자들에게서 중상을 받는 것도 나는 안다. 그러나 그들은 유다인이 아니라 사탄의 무리다.>--<나는 너의 환난과 궁핍을 안다.>--'환난'은 종교 박해를 뜻하고, '궁핍'은 경제적인 빈곤을 뜻합니다. 스미르나 교회는 심한 종교 박해로 경제적인 어려움, 즉 궁핍한 상태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너는 사실 부유하다.>--물질적으로는 가난하지만 성령의 도우심이 있기 때문에 영적으로는 부유하다는 뜻입니다.
<유다인이라고 자처하는 자들>--스미르나의 유대인들은 이교도들과 한편이 되어 그리스도교를 심하게 박해했습니다. 이들은 스스로 유대인이라고 하면서도 야훼 하느님을 섬기지 않고, 황제숭배나 우상숭배에 참여하고 있었기 때문에 껍데기만 유대인이었던 사람들입니다.
<중상을 받는 것>--유대인들은 그리스도교를 경멸하고 비방했으며 선교활동을 방해했고, 그리스도교가 국가 종교를 반대하고 국가 질서를 어지럽힌다고 고발했습니다.
<그들은 유다인이 아니라 사탄의 무리다.>--올바른 유대인이라면 '야훼의 회중'에 속해야 하는데(민수 16,3), 스미르나의 유대인들은 하느님의 적대자들 진영에 속해서 하느님의 교회를 박해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은 '야훼의 회중'이 아니라 '사탄의 무리'입니다.
10절..<네가 앞으로 겪을 고난을 두려워하지 마라. 보라, 이제 악마가 너희 가운데 몇 사람을 감옥에 던져, 너희가 시험을 받게 될 것이다. 너희는 열흘 동안 환난을 겪을 것이다. 너는 죽을 때까지 충실하여라. 그러면 내가 생명의 화관을 너에게 주겠다.>--<네가 앞으로 겪을 고난을 두려워하지 마라.>--'앞으로 겪을 고난'은 장차 겪게 될 박해를 예고하는 말입니다. 그러나 부활하신 주님에 의해 영원한 생명이 약속되어 있기 때문에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보라, 이제 악마가 너희 가운데 몇 사람을 감옥에 던져, 너희가 시험을 받게 될 것이다.>--여러 가지 거짓 고발 때문에 교회는 심한 박해를 받게 될 것이고, 일부 신자들은 감옥에 갇히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많은 시험, 즉 시련을 겪게 될 것입니다. 실제로 서기 156년에 이 도시의 주교였던 '폴리카르포 주교'가 순교했습니다.
<너희는 열흘 동안 환난을 겪을 것이다.>--'열흘'은 다니엘서 1장에서 온 표현인데, '꽉 채워진 시간, 한정된 시간'을 뜻합니다. 따라서 '열흘 동안 환난을 겪을 것이다.' 라는 말은 박해가 아주 심하겠지만 그 기간은 한정된 짧은 기간이 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너는 죽을 때까지 충실하여라.>--이 말은 목숨을 바쳐 충성하라는 권고입니다. 박해 기간이 짧다고 해도 박해는 혹독할 것이고 목숨을 빼앗아 갈 것입니다.
<그러면 내가 생명의 화관을 너에게 주겠다.>--목숨을 바치면서까지 충성을 다한 사람에게는 주님께서 생명의 월계관을 씌워 주실 것입니다. ('화관'보다는 '월계관'으로 번역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당시 운동경기에서 우승하는 사람에게 씌워 주었던 월계관에는 '승리'와 '기쁨'의 뜻이 들어 있었습니다. 여기서 월계관은 하느님이 계신 곳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표시이며 생명의 월계관을 받는다는 것은 죽음을 통해 하느님의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된다는 뜻입니다.
11절..<귀 있는 사람은 성령께서 여러 교회에 하시는 말씀을 들어라. 승리하는 사람은 두 번째 죽음의 화를 입지 않을 것이다.'">--첫 번째 죽음은 육체적인 죽음입니다. 첫 번째 죽음 후에 일단 대기 상태에 있다가 종말 때에 부활해서 하느님의 심판을 받고 영원히쫓겨나게 되고 영원한 지옥 벌을 받게 되는데 그것이 두 번째 죽음이고, 영혼의 죽음입니다. 그런데 '승리하는 사람'은 이미 하느님의 생명을 얻었기 때문에 '두 번째 죽음의 화'를 입지 않게 됩니다.스미르나 교회는 꾸중은 없고 칭찬뿐입니다. 이 교회는 박해로 인해 몹시 궁핍했지만 영적으로는 부유했습니다. 어쩌면 100년 동안 박해를 받던 시절의 한국 천주교회와 비슷할 것입니다. (오늘날의 한국교회가 아니라...)
<12절-17절 : 페르가몬 신자들에게 보내는 말씀>
12절..<"페르가몬 교회의 천사에게 써 보내라. '날카로운 쌍날칼을 가진 이가 이렇게 말한다.>--<페르가몬>--'페르가몬'은 양피지와 이교도 신전들로 유명했던 도시입니다. 지중해에서 24Km 정도 떨어져 있고, 스미르나 북쪽에 있었습니다. 문화와 종교의 중심지로서 웅장한 신전들이 많았고, 20만권 이상의 양피지 두루마리를 소장했던 도서관도 유명했다고 합니다. 소아시아 지역에서 황제숭배를 처음 시행했던 곳입니다.
<날카로운 쌍날칼>--1장 16절에 나왔던 표현입니다. '쌍날칼'은 하느님의 말씀을 뜻하는데, 하느님 말씀의 날카로운 관통력, 생명력을 상징하고, 그리스도의 신적 권한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당시 로마 황제는 식민지로 총독을 파견할 때 식민지 백성들에 대한 생살여탈권을 상징하는 칼을 주었습니다. 예수님이 쌍날칼을 가지신 분이라는 말은 그리스도인, 또는 전 인류의 진정한 생살여탈권은 그리스도에게 있다는 뜻입니다. 페르가몬 교회에 주님을 쌍날칼을 가진 분으로 소개하는 것은 페르가몬이라는 도시가 이교도의 우상숭배와 황제숭배 분위기에 지배되고 있고 신자들이 이교도의 유혹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과연 누가 진정한 생살여탈권을 가진 분인지를 깨우쳐 주기 위해서입니다. 또 세속과 교회의 명확한 분리를 위한 칼이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13절..<나는 네가 어디에 사는지를 안다. 곧 사탄의 왕좌가 있는 곳이다. 그렇지만 너는 내 이름을 굳게 지키고 있다. 나의 충실한 증인 안티파스가 사탄이 사는 너희 고을에서 죽임을 당할 때에도, 너는 나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나는 네가 어디에 사는지를 안다. 곧 사탄의 왕좌가 있는 곳이다.>--'사탄의 왕좌'는 제우스 신전과 로마 황제의 신전을 뜻합니다. 페르가몬 교회가 이교도의 우상숭배와 황제숭배의 환경 속에 있음을 나타내는 표현입니다.
<그렇지만 너는 내 이름을 굳게 지키고 있다.>--그런 환경 속에서 살면서도 페르가몬 신자들은 신앙을 굳게 지키고 있다고 칭찬받고 있습니다. '내 이름을 굳게 지키고 있다.' 라는 말은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과 증거의 삶을 잘 살고 있다는 뜻입니다.
<증인>--'증인'은 그리스어로 '마르튀스(martys)'인데 '증인'과 '순교자'의 뜻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반대자 앞에서 그리스도교의 믿음을 증언하는 사람들을 뜻합니다. 초대교회 때에는 신앙의 증인들 거의 전부가 순교를 했습니다.
<안티파스>--페르가몬의 주교로서 황제숭배를 거부하고 순교했다고 전해집니다. 페르가몬 교회는 우상숭배의 도시에 있으면서도 '그리스도의 이름을 굳게 지키고' 있고, 교회가 박해를 받고 안티파스가 순교를 했을 때에도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라고 칭찬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다 똑같이 신앙을 지키고 실천한 것은 아니어서 다음 14절-15절에서는 꾸중을 듣게 됩니다.
14절-15절..(14)<그러나 너에게 몇 가지 나무랄 것이 있다. 너에게는 발라암의 가르침을 고수하는 자들이 있다. 발라암은 발락을 부추겨, 이스라엘 자손들 앞에 걸림돌을 놓아 그들이 우상에게 바친 제물을 먹고 불륜을 저지르게 한 자다.> (15)<너에게는 또한 니콜라오스파의 가르침을 고수하는 자들도 있다.>--에페소 교회가 거부한 니콜라오스파를 페르가몬의 일부 신자들이 받아들인 것이 페르가몬 교회가 꾸중을 듣는 이유입니다. 여기에 나오는 '발라암의 가르침'과 '니콜라오스파의 가르침'은 같은 것으로 해석합니다.
'발라암'과 '발락'은 민수기에 나오는 인물들인데 여기서는 사람들을 부추겨서 우상숭배를 하게 만드는 인물의 뜻으로 상징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민수기 25장과 31장을 보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발라암의 꾐에 빠져 우상숭배를 하다가 야훼의 벌을 받게 되고, 그래서 모세가 발라암을 죽이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니콜라오스파는 구약시대 때에 발라암이 그랬던 것처럼 이교도 제사에 참석하는 것은 아무런 잘못도 아니라고 페르가몬 신자들을 부추겼고, 신앙생활의 자유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현실과 타협하고 양보하는 일도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신자들이 이교도 제사에 참석해서 음식을 먹는 정도는 교리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라고 신자들을 선동한 것입니다.
그러나 타협과 양보는 곧 신앙을 잃는 지름길입니다. 특히 우상숭배의 경우에는 절충도, 타협도, 양보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성경의 가르침입니다. 순수성이 오염되면 더 이상 순수하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15절은 14절의 '발라암의 가르침을 고수하는 자들'을 말만 바꾸어서 다시 반복한 것입니다.)
여기서 '불륜'(공동번역 성서에는 '음란한 짓')이라는 말은 성경에서 흔히 우상숭배를 표현할 때 사용하는 말입니다. 우상숭배란 하느님을 배신하고 간음죄(불륜죄)를 짓는 것과 같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사실 실제로도 당시 우상숭배 제사에는 음란한 의식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16절..<그러므로 회개하여라. 그러지 않으면 내가 곧 너에게 가서, 내 입에서 나오는 칼로 그들과 싸우겠다.>--그리스도 교회는 항상 이중의 싸움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는 외부로부터 오는 박해와 적대행위를 참고 견디는 싸움이고, 다른 하나는 내부의 거짓 교리로 인한 혼란과 위협을 물리치기 위한 싸움입니다. 내부의 거짓 교리에 대한 싸움에서 이기려면 우선 먼저 회개해야 하고, '그리스도의 입에서 나오는 칼', 즉 '하느님의 살아 있는 말씀'으로 무장해야 합니다. 참된 교리와 참된 말씀은 우리를 지켜주고 동시에 내부의 거짓 교사들을 물리치는 무기가 될 것입니다.
'내가 곧 가서... 그들과 싸우겠다.' 라는 말은 이제 곧 그들을 교회 밖으로 쫓아내고 영원한 벌을 내리겠다는 경고입니다.
17절..<귀 있는 사람은 성령께서 여러 교회에 하시는 말씀을 들어라. 승리하는 사람에게는 숨겨진 만나를 주고 흰 돌도 주겠다. 그 돌에는 그것을 받는 사람 말고는 아무도 모르는 새 이름이 새겨져 있다.'">--승리하는 사람이 받을 보상은 '만나'와 '흰 돌'입니다.
<숨겨진 만나>--'만나'는 탈출기에 나오는 그 만나입니다.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만나를 먹고 살았고, 약속의 땅에 들어가서 농사를 짓고 곡식을 먹기 시작하면서 만나가 멈추었습니다. 그 뒤로는 만나가 숨겨져 있었던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당시 유대 민간전승에 의하면 세상 마지막 날에 메시아가 오시면 다시 그 만나를 받아먹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하느님께서 주신 만나를 먹고 살았던 것처럼 승리하는 사람은 하느님 나라에서 하느님께서 주시는 만나를 먹으면서 살게 될 것입니다.
<흰 돌>--고대 유다에서는 축제 입장권으로 하얀 조약돌을 사용했습니다. 따라서 여기서 '흰 돌'은 천상잔치에 참여할 권리를 상징합니다.
<그것을 받는 사람 말고는 아무도 모르는 새 이름이 새겨져 있다.>--성경에서 '이름'은 '인격, 본성, 존재'를 뜻합니다. 따라서 '새 이름'은 하느님 앞에서 새로운 차원의 존재가 되었음을 뜻합니다. '그것을 받는 사람 말고는 아무도 모르는'이라는 말은 '새 이름'이 승리하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표현입니다. '그것을 받는 사람 말고는 아무도 모르는 새 이름이 새겨져 있는 흰 돌'은 승리하는 사람만 받을 수 있는 특별한 신분증명서, 또는 하늘나라 잔치의 입장권입니다.
페르가몬 교회의 잘못은 일부 신자들이 융통성이라는 핑계로 세속, 또는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고 절충하고 양보한 것입니다. 융통성도 없고 사랑도 없이 까다롭고 엄격하기만 한 원칙주의도 잘못이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적당히 타협하고 양보하는 것은 더 큰 잘못입니다. 조금의 양보가 결국에는 커다란 패배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18절-29절 : 티아티라 신자들에게 보내는 말씀>
18절..<"티아티라 교회의 천사에게 써 보내라. '불꽃 같은 눈과 놋쇠 같은 발을 가진 이, 곧 하느님의 아들이 이렇게 말한다.>--<티아티라>--'티아티라'는 페르가몬 남동쪽으로 65Km 지점에 있는 도시로 직물과 염색, 광석 가공 산업이 발달했습니다.
<불꽃 같은 눈과 놋쇠 같은 발을 가진 이>--1장 14절, 15절에 나온 표현으로 주님의 '전지'와 '전능'을 나타냅니다. '불꽃 같은 눈'은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통찰력, 전지하심이고, '놋쇠'는 견고성, 안정성, 굳건함을 상징하기 때문에 '놋쇠 같은 발'은 모든 것을 압도하는 전능하심을 뜻합니다.
<하느님의 아들>--여기서는 특별히 예수님을 '하느님의 아들'로 소개하고 있는데 예수님의 신성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우상숭배에 빠져 있는 티아티라의 상황과 관련해서 그리스도는 '하느님의 아들'이고 '전지전능하신 하느님'이라고 소개되고 있습니다. 신자들에게 참 하느님이 누구이신지를 깨우쳐주기 위한 것입니다.
19절..<나는 네가 한 일을, 너의 사랑과 믿음과 봉사와 인내를 안다. 또 요즈음에는 처음보다 더 많은 일을 한다는 것도 안다.>--티아티라 교회는 많은 칭찬을 받고 있습니다. 사랑, 믿음, 봉사, 인내와 '처음보다 더 많은 일' 등이 칭찬받는 이유입니다. '처음보다 더 많은 일'을 한다는 것은 신앙생활이 과거보다 더 진보했다는 뜻입니다.
20절..<그러나 너에게 나무랄 것이 있다. 너는 이제벨이라는 여자를 용인하고 있다. 그 여자는 예언자로 자처하면서, 내 종들을 잘못 가르치고 속여 불륜을 저지르게 하고 우상에 게 바친 제물을 먹게 한다.>--이제 잘못한 부분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원래 '이제벨'이라는 여자는 열왕기 상권 16장- 열왕기 하권 9장에 나오는 아합 왕의 왕비인데 이스라엘 백성을 우상숭배에 빠뜨린 여자입니다. 여기서는 신자들을 속여서 우상숭배를 하게 만드는 어떤 거짓 여예언자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합니다. 그 여자는 스스로 '예언자로 자처했고', 신자들에게 거짓 교리를 가르쳤습니다. 즉 이교도 제사에 참석하거나 우상에게 바친 제물을 먹는다고 해서 우상숭배죄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가르친 것입니다. 니콜라오스
파의 가르침과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신자들은 사회 동료와 동업자들과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 또 먹고 살기 위한 방편으로 그 여자의 가르침대로 행동했습니다.
21절-23절..(21)<내가 그에게 회개할 시간을 주었지만, 그는 자기 불륜을 회개하려고 하지 않는다.> (22)<보라, 내가 그를 병상에 던져 버리겠다. 그와 간음하는 자들도 그와 함께 저지르는 소행을 회개하지 않으면, 큰 환난 속으로 던져 버리겠다.> (23)<그리고 그의 자녀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겠다. 그리하여 내가 사람의 속과 마음을 꿰뚫어 본다는 것을 모든 교회가 알게 될 것이다. 나는 너희가 한 일에 따라 각자에게 갚아 주겠다.>--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회개할 수 있는 시간 여유를 주셨지만, 그들이 회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 곧 처벌할 것이라고 경고하십니다.
여기서 '불륜'은 우상숭배, '간음하는 자들'은 거짓 예언자에게 속아서 우상숭배를 하는 자들, '그의 자녀들'은 거짓 예언자의 추종자들을 뜻합니다. '병상에 던져 버리겠다.' 라는 말은 '병에 걸려 죽게 할 것이다.' 라는 뜻입니다.거짓 예언자와 그 추종자들(자녀들)은 하느님의 처벌을 받아 죽음에 이르게 되겠지만 '그와 간음하는 자들', 즉 거짓 예언자에게 속아서 우상숭배를 한 자들은 죽음은 아니고 환난 속에 던져집니다. 그들은 추종자들이 아니고 거짓 교리에 속아 어울렸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회개한다면 하느님의 처벌을 면제받을 여지는 아직 남아 있습니다. 주님은 사람의 마음과 생각을 꿰뚫어 보시는 분이기 때문에 '한 일에 따라 각자에게' 맞는 처벌을 내리실 것입니다. 즉 누가 주동자인가(거짓 예언자인가), 누가 추종자인가, 또는 단순히 어울리기만 한 자는 누구인가를 가려내신다는 것입니다.
24절-25절..(24)<그러나 티아티라에 있는 너희 나머지 사람들, 곧 그러한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않고 그들이 말하는 '사탄의 깊은 비밀'을 알려고도 하지 않은 이들에게 나는 말한다. 너희에게는 다른 짐을 지우지 않겠다.> (25)<다만 내가 갈 때까지 너희가 가진 것을 굳게 지켜라.>--이제 주님은 거짓 예언자에게 속지 않고, 우상숭배도 하지 않고, 신앙을 올바르게 지킨 이들에게 칭찬과 격려를 하십니다.
<사탄의 깊은 비밀>--거짓 예언자와 그 추종자들은 자기들이 하느님의 신비와 신성한 비밀들을 알아냈다고 자랑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자기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지식과 비밀을 알고 있기 때문에 사탄에게 해를 입지 않는다고 했고, 어떤 것에도 구애받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들은 영혼만이 신성하며 육체의 어떤 악행도 영혼에 해를 끼칠 수 없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기들의 우상숭배나 도덕적인 타락을 정당화했습니다. 요한 묵시록의 저자는 그들이 '신성한 비밀'을 알아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 그들이 알아낸 것은 '사탄의 비밀'일 뿐이라고 비꼬고 있습니다.
<너희에게는 다른 짐을 지우지 않겠다. 다만 내가 갈 때까지 너희가 가진 것을 굳게 지켜라.>--티아티라 교회는 19절에서 사랑, 믿음, 봉사, 인내로 칭찬을 받았습니다. 그들은 하던 대로 하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다만 조심할 것은 '이제벨' 뿐입니다. 그래서 그 거짓 예언자에게 속지 않고 신앙을 굳게 지키기만 하면 됩니다. 이것이 그들의 중요한 임무입니다.
26절-29절..(26)<승리하는 사람, 내 일을 끝까지 지키는 사람에게는 민족들을 다스리는권한을 주겠다.> (27)<그리하여 옹기그릇들을 바수듯이 그는 쇠 지팡이로 그들을 다스릴 것이다.> (28)<내가 내 아버지에게서 받았듯이 그 사람도 나에게서 받는 것이다. 나는 또 그에게 샛별을 주겠다.> (29)<귀 있는 사람은 성령께서 여러 교회에 하시는 말씀을 들어라.'">--'승리하는 사람, 내 일을 끝까지 지키는 사람'은 마지막까지 신앙을 굳게 지킨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민족들을 다스리는 권한'과 '샛별'을 상으로 받게 될 것입니다.
'민족들을 다스리는 권한'은 종말에 세상을 다스리는 그리스도의 통치에 참여하고 그리스도의 심판에 참여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쇠 지팡이'는 왕권을 상징합니다. 이 왕권은 하느님으로부터 그리스도를 통해 전달되는 것입니다.'옹기그릇들'은 믿음이 없고 회개하지 않는 사람들을 상징합니다. '샛별'은 그리스도 자신을 가리킵니다. '샛별을 주겠다.', 즉 그리스도 자신을 주겠다는 것은 그리스도의 통치에 참여하게 해주겠다는 약속입니다.
티아티라 교회의 상황은 페르가몬 교회와 비슷하지만, 다른 점은 페르가몬의 경우에는 일부 신자들이 거짓 가르침을 따라갔는데, 티아티라 경우에는 중심에 한 거짓 예언자가 있어서 세력을 형성했다는 점입니다. 진짜처럼 보이는 가짜 예언자들, 가짜 교사들의 위험은 오늘날에도 여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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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 "처음에 지녔던 사랑"
처음 사랑에 빠질 때에는
아무 이유 없이 '그냥 그렇게' 사랑에 빠져 들어갑니다.
그것은 우리의 의지로 선택한 일이 아니라 '그냥 그렇게' 된 것입니다.
사랑하는 동안에는 모든 것이 다 사랑으로 극복되고
시련과 고통도 기쁨으로 받아들입니다.
세월이 흘러 사랑이 식은 다음에는 마치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
차가운 현실만 남고 고달픈 생활만 남습니다.
사랑으로 극복된 것들이 이제는 고칠 수 없는 결점으로만 보이고
시련과 고통 앞에서 좌절하고 절망합니다.
그럴 때에 해결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처음에 지녔던 사랑'을 회복하는 것뿐입니다.
처음엔 의지로 시작한 일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굳은 의지와 인내로 노력하고 또 노력하는 일뿐입니다.
처음 하느님을 만났을 때에는 그냥 그렇게 사랑했습니다.
하느님이 좋았고, 교회가 좋았고, 나 자신이 좋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어느 날 문득 돌아보니
사랑은 식었고, 의무만 남아 있습니다.
사랑을 통해서 보던 교회의 모든 모습들이
이제는 고칠 수 없는 단점과 결함으로만 보입니다.
하느님은 멀고 무섭고 무능력하고 무관심한 분으로만 느껴지고
교회는 엄격하고 딱딱하고 재미없고 권위주의적이고 위선으로만 보입니다.
십자가의 사랑은 보이지 않고 고통만 보입니다.
사랑의 계명은 보이지 않고 지키기 힘든 율법만 보입니다.
해결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처음에 지녔던 사랑'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뿐입니다.
상대가 변한 것이 아니라 내 사랑이 식은 것입니다.
하느님과 교회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사랑이 식은 것이 문제입니다.
변한 것도 아니고 어디로 간 것도 아닙니다.
내가 사랑을 위해 노력하고 그래서 사랑을 회복하게 되면
늘 있던 그 자리에 연인이 있었음을, 지금도 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늘 있던 그 자리에 하느님이 계셨음을,
지금도 내 곁에 하느님이 계심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사랑의 시작은 의지로 된 일이 아니었지만,
사랑의 성장과 발전과 열매는
끊임없는 노력과 굳은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