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끝없이 늘어서 있는 거대한 아파트 단지를 보면 숨이 탁 막힌다. 우리 성당 주변도 재개발로 인해서 예전보다 아파트들이 많이 들어섰다. 마치 그 모습이 도미노 놀이를 하려고 세워놓은 블럭들 같다. 이쪽 끝에서 톡 건드리면 저쪽 끝까지 연달아 넘어가지 않을까 하는 별로 즐겁지 않은 상상도 해본다.
사람들은 도시와 근교의 아파트 단지에 몰려 살면서 자기도 모르게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 “이렇게 살아야 안전하고 편리하지. 행복이 별거야? 안전하고 편하면 됐지.” 안전과 편리가 행복의 한 요소임은 틀림없지만 그로 인해 더 근원적인 행복으로 나갈 수 있는 길이 있음을 잊고들 살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자연의 부족이다. 사람들은 본성상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게끔 진화되어 왔다. 그러나 차를 타고 직장에 갔다가 다시 차를 타고 아파트로 돌아와 가족들과 TV를 보는 하루 일과 속에서는 자연이란 말조차 끼어들 여지는 별로 없어 보인다. 도시에 사는 현대인들이 자연을 접할 수 있는 시간이란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마주치는 자연 다큐멘터리 정도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파트는 그렇다 치고 단독주택이 빼곡이 들어선 지역은 어떤가? 집과 집 사이의 길은 풀 한 포기 자랄 수 없도록 시멘트로 완전히 포장해버리고 그나마 남아 있던 텃밭마저 포장해서 주차장으로 만들어버린 지 오래다.
이렇게 자연은 도시공간에서 철저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대신 자연은 국립공원이나 강제로 조성된 공원에서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 버렸다. 돈을 내야만 접근할 수 있는 자연은 순수한 의미에서 이미 자연이 아니다. 돈을 받아내기 위해 상당한 정도의 인위적 손길이 가해졌고 그로 인해 상품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모든 존재들의 시작점인 자연을 상품화하면 할수록 자연은 물론 인간 사회 역시 불행해질 뿐이다.
비만 오면 질척거리는 좁은 골목길을 시멘트로 말끔히 포장했다고 마냥 좋아할 일만도 아니다. 동네 사람들은 이제는 자신들의 동네가 쾌적해졌다고 좋아하지만 이내 그 길은 자동차들에 의해서 점령당하고 말았다. 전에는 골목 어귀에 의자를 들고 나와 담소도 나누고 아이들이 공기놀이나 공놀이 하던 놀이터였으나 지금은 언제 교통사고가 날지 모르는 죽임의 공간이 되어버렸다.
땅을 덮어버린 시멘트는 자연을 파괴하여 얻은 독성물질이고, 그 위를 달리는 자동차는 하루에도 수백 명씩 사람을 죽이는 살인흉기나 다름없다. 게다가 그 자동차가 내뿜는 매연가스는 온 동네사람들의 폐를 갉아 먹고 있다. 죽임의 문화에 넋이 나간 사람들이 너도 나도 자동차를 사들이자 이제 골목길은 사람들의 정담 대신 주차 문제로 고성과 욕이 난무하는 싸움터가 되었다. 안전과 편리를 위해 자연을 멀리 쫓아낸 결과가 오히려 사람과 사람 사이를 더 멀리 하고 생명을 위협하게 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