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 소논문

2014. 12. 10. 오전 12:12:06

글자

캐릭터 특성 및 인물의 성격 분석

-박계형의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을 중심으로 

201460-010027

김미경

Ⅰ. 서론

 

본 논문의 목적은 박계형의 작품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에 나타난 캐릭터 특성 및 인물의 성격 묘사 방법 등이 작품 전체 안에서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를 분석해 보는데 있다. 이를 위해 소설의 캐릭터와 인물의 의미를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박계형의 작품을 분석하여 캐릭터들이 하는 역할과 인물의 본질적 존재의미 등이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를 살필 것이다.

 

1. 기존 연구 검토

 

박계형은 1960년대 여대생 소설가로 등장해 상당 기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작가다.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은 박계형이 22세에 동양방송 라디오 소설 현상공모에 당선한 작품이다. 박계형은 당시 고려대학교 재학중인 대학생이었으며 문예지를 통한 등단이 아니어서 문단의 평가를 많이 받지 못한 한계가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이 거론된 논문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조은정의 “1960년대 여대생 작가의 글쓰기와 대중성”, 김복순의 “1960년대 소설의 연애 전유 양상과 젠더” “해방후 대중 소설의 서사방식(상)-1970년대까지를 중심으로”, 이선미의 “청년 연애학 개론의 정치성과 최인호 소설” 연구를 통해 박계형의 작품에 대한 언급을 읽어낼 수 있었다.

조은정은 그의 논문에서 이 작품을 낭만적 사랑 혹은 판타지라고 말하고 있다.

김복순은 센티멘탈리즘, 몽상의 환상성, 눈물의 감상성 등으로 작품을 평하고 있다.

아울러 김복순은 코나투스적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는『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은 하이틴로망스의 기원이며 전반부가 낭만적 사랑을, 후반부는 군사주의 반공계몽의 논리로 순결의 문제가 초점화 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소설은 남녀의 사랑을 순백의 영혼의 결합으로 설정하고, 연애 감정은 불완전한 것으로 부부애는 완전한 것으로 설정하여 연애의 성취가 곧 결혼이라는 낭만적 사랑의 각본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김복순은 또한 낭만적 사랑이 문제시 되는 것은 근대 가부장제의 토대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즉, 박계형이 작품에서 남녀 간의 사랑을 지배자와 피지배자, 보호자와 노예구조로 환원하여 여성의 주체성을 탈각했다는 것이다. 여성의 수동성, 소극성, 의존성을 여성성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특히 김복순은 근대 가부장제가 혈통 순수성을 유지하기 위해 순결을 강조했다면 여성을 통제하려는 계몽 논리로 여성성의 순결을 강조하면서 전통과 여성을 결합시키고 있다고 비평하고 있다.

이선미는 그의 논문에서 박계형의 연애 서사는 주로 완벽한 아름다움을 상상하는 ‘감정’을 상품화하는 방식으로 남성성을 주조한다고 말한다. 즉 이 연애 서사에서 감정은 굉장히 중요한데, 이 감정은 완벽한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남성상을 통해서 생겨나는 감정이라는 것이다. 남성인물을 순수하고 완벽한 인물로 영웅화 시키는 방식을 다룸으로써 여성의 사랑의 마음을 희생적으로 설정하여 숭고하게 미화했다고 말한다. 즉 그 감정을 소비하는 것은 여성이라는 것이다. 상품화된 ‘감정’은 완벽한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남성상이기에 연애를 꿈꾸고 결혼을 앞둔 많은 여성들의 판타지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이 상품적 가치가 남성을 향한 감정이 되어 여성을 중심으로 한 젠더적 사랑관을 정립했다고 이선미는 보고 있다.

이상으로 기존의 연구방법들을 살펴보니 주로 낭만적 사랑의 한계와 판타지성 및 가부장제의 흔적이 있는 사건들, 상품화된 감정 및 젠더적 사랑관 등을 이야기 하고 있음을 파악알게 되었다. 시대적 아픔이나 문제의식 혹은 치열한 갈등관계 등이 미흡한 소설임을 대체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 문제제기와 연구방법

 

본 논문의 연구자는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의 캐릭터 특성 및 인물 묘사 방법을 분석하면서 캐릭터들이 제한된 범위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에 작품에서 캐릭터의 특성을 나타내는 부분을 직접 인용하여, 어떤 면에서 그러한 지 살펴볼 것이며, 그로 인해 작품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를 연구하려고 한다. 나아가 인물 묘사 방법에 대해 분석해 보고 그 방법이 인물에게 생명력을 잘 전달하고 있는지와 그것이 독자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어느 정도 인지 살펴보려고 한다.

 

Ⅱ. 본론

 

1. 캐릭터의 일반적인 용어 정의

 

캐릭터(character)를 인물 또는 성격으로 번역한다. 캐릭터를 인물로 볼 때, 작품 속에 등장하는 개개인을 가리킨다. 그러나 그 개개인은 모두 그 나름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 성격은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욕망, 관심, 감정, 의지, 꿈, 도덕성 등이 통합되어 있다. 그러므로 인물은 그러한 성격을 지닌 개인이라는 의미로 정의할 수 있다.

또한 캐릭터는 인물 또는 인물이 소유하는 속성과 관련을 가지는 말이다. 즉 캐릭터란 말 속에는 이중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하나는 특정한 작중 인물 개인을 지칭하거나 작중 인물들이 보편적으로 가지는 특성으로 그들의 심리체계, 감정양식,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행동 방식 등을 가리킨다. 결국 캐릭터는 소설에서 행동을 수행하는 성분이라고 규정될 수도 있을 것이다.

캐릭터라는 용어는 영어에서 원래 인물과 성격 두 가지 뜻으로 사용되었다. 일반적으로 캐릭터라고 할 때는 인물의 성격을 의미한다. 한 인물이 시간과 공간 속에서 어떤 행동을 하게 함으로써 인생의 의미를 내포시킨다. 소설의 캐릭터는 작품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생동하는 인물이 되어야 하며 그러하기 위해서는 인물의 설정과 성격의 발전에 리얼리티가 있어야 한다. 즉 인물은 행동과 플롯의 주체로서 구체적인 인생 의미, 곧 주제를 나타내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진실성이기 때문이다.

카실(R. V. Cassill)은 소설에서 형상화된 인물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소설에 있어서 캐릭터는 작위적 구조이며 캐릭터는 언어와 묘사, 행동, 대화, 장면과 타 인물과의 상호작용 등의 결합에 의해 이루어진다. 허구적 인물은 실제 인물과 같은 의미로 살아 있지 않고 평행적 의미로 살아 있다. 즉 캐릭터는 끝이 없는 사실의 세계가 아니고 작가가 그를 위해 만들어 놓은 환경 속에서 사는 것이라는 것이다.

 

이상으로 캐릭터에 대한 용어적 정의를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캐릭터는 존재의 전체를 통합하는 것에 나아가 행동까지 포함하며 생동하는 인물임을 알 수 있었다. 나아가 캐릭터가 다른 소설의 요소들과 결합되어 있고 작가가 만든 환경 안에 존재함을 알 수 있었다. 그럼 이어서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에 나타난 캐릭터 특성을 작품 인용을 통해 살펴보기로 하겠다.

 

2.『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의 캐릭터 특성 분석

연구자는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을 읽어나가면서 캐릭터의 특성을 나타내는 부분을 인물별로 인용하여 그 특성을 다음과 같이 살펴보려고 한다.

1) ‘한윤희’ 캐릭터

 

➀ "죽음, 살고 싶은 이들에게 그건 얼마나 잔인한 형벌일까! 마지막 남은 두 달... 서울을 떠나고 싶었다.. 지나간 아름다운 날들을 회상하고 싶었다."

위의 인용문은 한윤희가 자궁암으로 죽음을 앞두고 바닷가에서 조용히 쉬면서 지난날을 회상하고 싶은 부분이다. 한윤희 캐릭터는 죽음의 형벌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아름다운 날을 회상하는 것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➁ 치마저고리에 촌티가 흐르는 나는 예쁘게 리본을 매고 구두를 신은 동무들 사이에서 미운 오리새끼마냥 초라해 보였다.

이 부분은 한윤희가 어린 시절 범바위골을 떠나 서울 영등포 우신초등학교에 전학 온 후 모습을 나타내는 부분이다. 어린 윤희 캐릭터를 통해 그녀가 자존감이 좀 낮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왜냐하면 건강한 자존감의 소유자라면 치마저고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씩씩하고 건강하게 서울생활에 적응할 수도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➂ “아까 나를 내쫓고 경희에게 입술을 맞춰 줬죠? 그러려고 나보고 뻔뻔스럽게 나가라고 눈짓을 했죠?”(61쪽)

이 대화는 경희가 성호에게 버림받고 자살시도를 하여 입원한 병원에서 성호에게 한윤희가 내 뱉은 말이다. 이로써 한윤희 캐릭터는 자신이 원인이 되어 한 처녀가 생명을 버리려고 한 극한 상황에 처한 것을 이해하기보다는 그 와중에도 질투를 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한윤희 캐릭터의 마음에는 오직 성호라는 존재만이 절대적이라는 걸 알 수 있다.

➃ 물 심부름이나 그 외에 자자분한 건 모두 내가 나서서 했다. 공부를 하는 그에게 어떤 불편도 주지 않으려는 내 정성은 책에서 한시도 떠나지 않는 그의 집념만큼이나 대단했다. 그의 말 한 마디면 입의 혀처럼 돌아갔다. (77쪽)

이 부분은 성호가 사법고시 시험 준비를 할 때 한윤희가 옆에서 잔심부름을 하며 공존하는 내용이다. 성호의 말 한 마디에 입의 혀처럼 돌아갔다는 표현에서 한윤희의 존재감이나 주체성보다는 성호에게 예속된 캐릭터임을 엿볼 수 있다.

➄ 구릉처럼 스무드한 곡선으로 탐스러운 흰 앞가슴과 살찐 넓적다리는 만개한 백장미 꽃빛이었다. 거기 나란하게 뻗어간 매끈한 두 다리. 두 팔의 살결은 윤택 있는 명주결 같았다.(78쪽)

이 부분은 한윤희가 성호와 같이 살고 있는 초록지붕 저택에서 목욕을 하는 장면에서 본인이 자신의 몸을 두고 이렇게 묘사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로써 한윤희는 내적인 가치보다는 외적인 육체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존재임을 알 수 있고, 성호와도 육체적인 교류를 영적이고 지적인 교류보다 더 우위에 두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➅ 내가 원하는 건 성호였고 그와 즐겁기 위해 푸른 산도 찬란한 태양도 필요한 것이었다. 회색 바지에 장밋빛 블라우스를 입고 그의 곁에 따라서면 눈앞에서 햇빛에 번들거리는 나뭇잎 하나하나까지 무한한 생명의 약동 같이 느껴졌다.(103쪽)

한윤희는 오직 성호라는 인물을 최고의 가치로 두고 있다. 심지어 산과 태양의 존재까지도 그와 즐겁기 위해 존재한다고 믿는 캐릭터다. 이는 우주 안의 존재하는 미약한 한 존재를 온 자연보다 더 우위에 둠으로써 빠지기 쉬운 함정이라고 생각된다. 이는 자신의 성장 뿐 아니라 대상의 성장까지도 막을 수 있다고 본다. 사랑은 내면에서 샘물처럼 솟아나는 것이며 사랑으로 인해 대상과 대상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가치있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 사랑이 대상 한 사람에게 국한되면 그 사람과 이별을 맞이하거나 그 사람이 죽음에 이르렀을 때 존재는 파괴로 치달을 위험이 있다. 그러니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대상과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 될 것이다.

➆ 성호가 싫다거나 민규가 성호보다 더 좋다거나 그런 감정의 한계는 없었다. 그저 성호도 좋고 민규도 놓치기 아까웠다. (115쪽)

한윤희 캐릭터의 사랑에 대한 일관성이 깨지는 부분이다. 왜냐하면 성호를 두고 사랑을 고백한 그가 이제는 민규도 놓치기 아깝다고 말한다. 사랑의 정의가 다시 내려져야 할 부분인 것이다. 자신 안의 감정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사랑이라기보다 감정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윤희는 감정적 사랑을 진행 중인 것이다. 사랑은 이런 감정의 문을 통과하여 투명한 일관성에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➇ 그는 온통 내 생활의 전부였던 것이다. 나는 그의 영혼을 먹고 자라는 버섯 같은 것이었다. 그의 존재 밑에서만이 호흡하고 자라고 사랑할 수 있는 생명체였다. 그가 없어진 지금 모든 건 같이 사멸해야 할 운명에 놓여 있었다.(120쪽)

한윤희는 자신의 존재감을 성호에게서 찾고 있다. 성호가 집을 나가 법원 가까이에 생활할 때 한윤희의 존재감은 없다. 성호가 집을 나간 근본적인 이유는 그녀에게 있었다. 그녀가 민규를 만나고 다닌 결과 배신했다고 믿었기 때문에 나갔던 것이다. 이 갈등을 해결하는 것도 그녀의 몫이지만 민규를 선택한 시간과 성호가 자신의 생활 전부라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즉 한윤희는 존재의 중심이 흔들리고 있다고 하겠다.

➈ 성호의 요구라면 지옥이라도 따라가고 싶은 달콤한 복종감 속에 묻혀 있던 내가 그가 완강하게 파헤쳐 왔다면 어떻게 떠밀어 버릴 수 있었을 것인가.(135쪽)

이 부분은 한윤희의 어머니가 결혼 전에는 순결을 지키라는 말에 대한 한윤희 캐릭터의 생각을 나타낸 부분이다. 이 부분 역시 한윤희 캐릭터의 흐린 성품이 드러나 있다.

➉ 이제까지의 내 생은 완전히 무너져 버리고 또 하나의 새로운 삶이 다가오고 있다는 의식이 막연히 불안했다.(141쪽)

신혼여행에서 한윤희가 성호와 첫날밤을 보내기에 앞서서 하는 생각이다. 비로소 한윤희 캐릭터가 자신의 존재감을 조금은 되찾을락 말락 하는 부분이다. 자신의 생이 무너지고 새로운 삶이 다가오고 있다는 생각은 이제까지의 남자에 의존하는 생각이 조금은 바뀔 수도 있다는 암시이기도 하다. 독자들은 ‘새로운 삶’이 어떤 삶일지 궁금해 하기도 하고 기대하기도 할 것이기 때문이다.

⑪ 숱하게 그의 체온이 닿았던 입술은 맑은 핑크빛으로 혈색을 띠고 검은 동공은 넘칠 듯한 환희로 생기있게 빛나고 있었다. 세수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도록 아름다운 얼굴이었다.(145쪽)

한윤희가 성호와 첫날밤을 보내고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모습이다. 육체의 합일과 더불어 영의 합일을 체험했으리라는 짐작을 하게 한다. 하늘이 인간에게 허락한 일치의 기쁨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서로에게 투명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⑫ 나는 틀림없이 내가 남겼을 그 빨간 앵혈이 부끄럽기만 해서 그의 가슴에서 얼굴을 쳐들 수가 없었다. 그 붉은 흔적은 신혼을 새운 이튿날 아침의 무엇보다도 귀중한 선물이었다. (147~148쪽)

이 부분은 신혼 첫날밤을 보낸 한윤희 캐릭터가 자신의 처녀성을 짐작하게 하는 ‘빨간 앵혈’에 대해 부끄러움과 아울러 귀중한 선물이라고 느끼는 장면이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귀한 몸을 잘 보존하였다가 하늘이 허락한 부부의 인연을 맺은 사람과 나눈다는 것은 분명 축복받은 일일 것이다. 다만 이 부분을 굳이 강조하려 한 한윤희 캐릭터가 오히려 부자연스럽게 와닿는다. 김복순은 기존연구에서 가부장제 이데올로기라고 평가하기도 하지만 본 연구자는 이 부분은 생명존중 사상과도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즉 결혼 전에 임신을 하면 보통 낙태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육체의 처녀성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마음일 것이다.

⑬ 보이의 전갈이 이북에서 쳐 내려와 지금 서울은 난장판이라는 얘기였다. 그날 밤 우리는 다시 한가로운 마음이 되어 바닷소리가 들리는 창가에서 감미로운 밀어와 따뜻한 애무 속에 사랑한다는 절실한 의미를 타오르는 불길에서 체험했던가 보다. 그게 설령 전화가 두려워 찾아갔던 피난길이었지만 사랑하던 우리들에겐 너무도 짙은 서정과 낭만이 피어오르던 밤길이었다. (149~154쪽)

한윤희 캐릭터는 한국전쟁이 일어난 상황에도 충북으로 피난하는 길목에서도 사랑과 낭만을 찾고 있다. 이는 한윤희 캐릭터를 창작할 때 일부러 그런 시대의식이나 현실의식 혹은 역사의식을 배제해 버린 작가의 의도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한 마디로 배경이 중시 되지 않은 인물의 심리 혹은 스토리 중심의 소설임을 짐작하게 하는 부분이 이 부분이다. 인물이 시대의 갈등과 부딪혔을 때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갈등도 배제되어 버린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는 인물의 생명력이 독자에게 전달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왜냐하면 보통 전쟁이 났을 경우 위협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서정과 낭만이 피어올랐다는 표현의 이면에는 인물이 제한된 범위 안에서 작가의 인형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⑭ “아직 새파란 신혼인데, 딱해라!” 모두들 신혼의 꿈도 채 깨기 전에 이런 나라의 환란을 당한 걸 딱해 했다. 그러나 내 마음은 그들의 생각처럼 따분하지도 섭섭하지도 않았다. 그저 성호의 곁이라는 것만이 흐뭇하고 즐거울 뿐이었다.(155쪽)

이 부분은 부산 해운대 신혼여행 중 발발한 한국전쟁을 피해 충북 외조모댁에 피난을 와서 힘들게 살아가는 부부를 보고 외숙모가 하는 말에 한윤희 캐릭터가 성호의 곁이라면 즐겁다고 말하는 장면이다. 이는 현실의 고통과 갈등을 잊게 하는 강력한 마취제가 바로 성호였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마치 마약같은 존재라고 해야 할까? 피난 생활 중에도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은 온전한 현실의식이나 공간의식이 멈춰버린 존재의 까마득함을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⑮ 그러나 내겐 그의 그런 불안이 스며오지 않았다. 어머니 품에 안긴 애기 마음처럼 보호롭고 평온했다. 여자와 남자는 그렇게 다를까. 남자는 환경이나 앞날에 대해 적극적인 책임감으로 무거워하지만 여자는 그저 의지하고 따르며 단순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래서 남편을 보호자로 두고 자기는 자진해서 피지배자라는 달콤한 노예로 만들어 아랫자리로 내려앉아서 만족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193쪽)

한윤희 캐릭터의 입에서 ‘피지배자 혹은 노예’등의 용어가 튀어 나오고 있다. 이는 작가가 일부러 이 캐릭터를 창작할 당시에 한 장치였으리라 생각한다. 사실 1960년대라고 해서 여자가 남자에게 의지하고 따르는 건 아니었을 것이다. 당시에 가난 때문에 혹은 가족을 살리기 위해 공장으로 취업하거나 식모가 되어 살아야 했던 고통의 여자들도 많았을 것이다. 이들은 남자에게 의존하기보다는 자신의 주체성을 키워 갔을 것이기 때문에 한윤희 캐릭터는

박계형이 생각한 캐릭터의 제한된 한 단면일 뿐이다.

⑯ 동아를 낳기 전에 둘로 갈라져 존재해 있었던 성호와 나는 우리들의 결합체인 동아를 유대로 완전한 하나로 연결되어 버린 것이었다. 허공에 떠 있는 것 같이 불완전하던 연애 감정은 애기를 낳고부터 차분하고 확고한 부부애로 변해 갔다. (214쪽)

한윤희 캐릭터가 아들 동아를 출산하고 이제 아이의 존재는 성호와의 완전한 결합의 증명으로 생각하고 있는 대목이다. 연애를 감정이라고 표현하고 부부애를 확고한 가치로 여기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부부가 되기 전까지의 모든 것들이 단순한 감정이었다는 것인지 되묻게 된다. 연애는 책임이 따르지 않는 감정이 우선이지만 사랑은 책임은 물론 욕망을 극복한 투명도가 높은 순수한 자기 증여이기 때문이다. 한윤희 캐릭터에게 성호와의 온전한 일치와 사랑이 정녕 아이여야만 했는지 묻고 싶은 대목이다.

⑰ 쉽게 삶을 체념하기엔 이제까지 살아 온 내 날들이 너무 즐거웠다. (233쪽)

한윤희 캐릭터가 죽음을 바로 앞두고 지난날을 추억하며 한 말이다. 삶의 즐거움과 죽음의 상관성을 생각하게 한다. 기쁨이 많았기에 오히려 죽음을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극도의 환희로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경지에 이르면 우리는 천국에 이르게 된다. 그 말은 이 세상과의 결별을 아쉬움 없이 하게 되고 내려놓을 힘이 생긴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한윤희 캐릭터의 특성을 나타내는 부분을 인용하여 연구자의 생각을 주장해 보았다. 한윤희 캐릭터는 성호가 미국으로 교환교수로 떠날 즈음에 원망하는 마음을 품고 있었다. 그 때 그와의 잠시 헤어짐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그를 떠나보낼 수 있었다면 자궁암이라는 병은 걸리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운명처럼 찾아든 병마는 이미 처음부터 그녀가 준비해온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물질적인 풍요로움으로 아버지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충분히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도 있었을 텐데 그녀는 결국 성호가 미국으로 떠난 후 자신을 돌보지 않고 팽개쳐 버린 것이다. 성호의 부재는 결국 그녀의 말처럼 죽음을 가져오고야 말았다. 단순함과 순수함으로 자신의 인생의 문을 닫아 걸어버리고 오직 성호에게 의존하면서 살아야 했던 캐릭터의 탄생은 생명력보다는 절망감을 느끼게 한다. 그럼에도 그녀의 마지막 가는 순간에 성호가 옆에 있어 주었다는 설정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2) 성호 (한윤희의 남편)

 

① “이제 윤희가 사라져 버렸을 때 내가 무얼로 어떻게 주체하며 살아갈 수 있겠소?”(11쪽)

“내 가장 즐거웠던 추억은 항상 당신과 같이 있었소.” (16쪽)

성호는 아내 한윤희의 죽음 앞에서 위와 같이 외치고 있다. 이로써 성호 역시 작가 박계형의 창작 범위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캐릭터임을 알 수 있다. 보편화하기 어려운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② “경희가 싫어서 그런가?” “그럼 안 만나지, 못 오게 하면 되겠지?” (51쪽)

“윤희는 내 예쁜 아내가 될 텐데 왜 그럴까?”(51쪽)

“난 너를 떨어져서는 못 살아. 우린 너무 오래 정이 들었다. 이제 너를 떼놓고 다른 여자에게 마음이 옮겨지질 않아.”(55쪽)

“윤희의 사람이 되기 위해서 훌륭해지고 싶은 거야.”(84쪽)

“윤희는 내 아내가 되는 거야, 내 모든 성공은 너를 위해서야. 제발 조그만 오해도 하지 말아요.”(96쪽)

위의 대화 내용 등을 볼 때 성호 캐릭터는 윤희를 위해 자신의 자유를 스스로 접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경희와의 만남도 포기하고, 밑줄에서처럼 윤희에게 익숙해진 삶에서 다른 삶으로 옮겨가기를 단념하고 있다. 또한 ‘윤희의 사람이 되기 위해 훌륭해지고 싶다’는 말 속에서 오직 제한된 관계 안에서 움직이는 캐릭터의 특성을 발견할 수 있다. 생명력 있는 캐릭터의 모습을 발견하기 힘든 것은 갈등해결 과정이 너무 작위적이기 때문이다.

③ 그 철저한 인내와 노력은 놀라웠다. 어쩌면 그렇게 모든 걸 초월하고 집념할 수 있을까(91쪽)

성호 캐릭터가 인내와 집념이 강하다는 면을 발견할 수 있다. 사법고시를 한 번 실패하고 반드시 붙겠다는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④ “경희는 호철이가 데리고 왔어. 내가 부른 손님이 아니란 말야. 온 사람을 떠밀 만큼 내가 잔인해지길 원하나 윤희는? 그리고 지금 그렇게 행복한 우리는 좀 더 관대해져야 하는 거야.”(95쪽)

이 부분에서 성호 캐릭터는 윤희에게 자신들이 지금 행복하므로 관대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오직 성호 한 사람만을 독점하려는 윤희 캐릭터에 비해 성호 캐릭터는 주변 사람을 조금은 수용할 마음이 있음을 알 수 있다.

⑤ “바보, 넌 몇 백 배 더 예뻐. 그렇게 요란스런 치장을 한 경희보다 이렇게 얌전히 한복을 입고 있는 윤희가 얼마나 더 예쁜지 몰라.”(96쪽)

경희는 치장을 하였고 윤희는 한복을 입었다. 외모로 아름다움을 판단하고 있는 성호 캐릭터의 특성이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성호 캐릭터의 발언을 통해 윤희라는 캐릭터가 얼마나 외모 콤플렉스에 빠져있는 지를 간접적으로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성호 캐릭터의 입에서 발언하는 격앙된 목소리를 통해 윤희 캐릭터의 아름다움을 부각시키기보다는 오히려 더 초라한 자존감을 보여주고 있다.

⑥ “좋은 학교 안 가면 어때? 고등학교를 졸업하거든 그냥 결혼해 버릴까 하고 생각 중인데” “윤희는 어차피 내 아내가 될 사람이니까 내 말을 들어요. 남편이 될 내가 일류 대학 나온 신부가 필요 없다면 그만 아냐?”(98쪽)

성호 캐릭터는 여자의 자립심이나 독립심 혹은 자존감 같은 걸 인정할 수 없는 입장이다. 사실 1960년대의 여성에 대한 일반화된 생각을 반영한 것일 수도 있겠다. 성호 캐릭터는 당대 여성에 대한 편협한 고정관념을 대신하여 드러내고 있다. 특히 작가가 창조한 캐릭터들이 자율성을 지니지 못하고 한계 안에서 작가에게 조종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⑦ “그 녀석보다 내가 더 좋다고 말해 줘!” (116쪽)

다른 여인을 사랑하게 될 때까지는 다시는 너를 보지 않겠다 -성호-(120쪽)

“윤희, 내 말 들어요. 이제 다시는 이렇게 찾아오지도 전화를 걸지도 말아요. 난 바쁜 사람이니까.”(123쪽)

이 장면은 윤희가 민규와 바람을 피우는 것을 성호가 알게 된 후 이별을 선고하고 집을 나간 결과 윤희가 성호의 직장에 찾아간 장면이다. 성호 캐릭터는 윤희에게 달려들어 민규보다 더 성호가 좋다고 말해 달라고 재촉한다. 이부분은 성호 캐릭터의 조급함이 드러난 장면이다. 넓은 시야와 관점보다는 눈앞의 것에 흔들리는 성호 캐릭터의 특성이 잘 드러났다.

⑧ “윤희를 아끼고 싶어. 더 아름다운 밤을 위해 아직 참아 두는 거야.” 성호는 자기의 귀중한 소유물을 아끼고 싶은 심리 속에 있었던 것 같다. (133쪽) “윤희, 부끄러워할 거 없소. 우린 부부가 된 거야. 순결한 사람들의 결합이니까 그만큼 오래고 한결같은 것이 될 게 아니겠소?” “그건 순결한 사람들만이 남길 수 있는 자랑스런 붉은 훈장이야. ”(147쪽)

성호 캐릭터의 특성 중 여자의 순결을 중요시 여기는 내적 속성이 드러나 있다. 반면에 여자를 귀중한 소유물로 생각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윤희는 그에게 동등한 동반자로서의 존재보다는 그저 귀한 소유물이었던 것이다. 아울러 첫날밤에 이불에 남겨진 붉은 흔적을 훈장이라고 표현하는 성호 캐릭터의 특성은 1960년대 사회가 순결을 부부의 최고의 가치로 생각했음을 엿볼 수 있다. 캐릭터가 자연스럽지 않고 무언가 계몽적인 사고의 흐름을 대변하고 있다.

⑨ 당신과 내가 젊고 같이 있는 이상 비극은 없어요. 게다가 우리들의 변함없는 바람벽이 되어 주실 어른들이 계신데 무슨 걱정이에요? (191쪽)

“행복의 조건을 갖춘 사람들의 생의 욕구는 극심한 거요. 내게도 사랑하는 당신이 있기 때문에 죽음과 불안의 위협이 없는 평화로운 터전을 더욱 갈망하고 있는 것이오. 쓸쓸하고 황막한 주변이 불안하다는 거요.” (192쪽)

성호 캐릭터는 부모님에 대해 의존적임을 알 수 있다. 부모님은 이제 돌봐 드려야 할 대상으로 변화된다. 그리고 아내 윤희 캐릭터 역시 죽음으로 떠나갈 것이다. 이때 그가 홀로 일어설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올 것인가, 성호 캐릭터는 어떻게 다시 홀로 설 수 있을 것인가?

⑩ 그의 그 강물의 방향 같이 돌이킬 줄 모르는 내게 대한 사랑은 일종의 숙명 같은 것이었다. (227쪽)

윤희가 보는 성호 캐릭터의 특성인데, 이는 일반적인 여성들의 환상임에는 틀림없다. 누군가로부터 강물의 방향 같이 쏟아지는 숙명 같은 사랑을 받아보고 싶어 하는 일반 여성 군중들의 심리를 대변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3) 윤희의 어머니와 아버지

① 건실하고 정직한 성격에 대범하고 야심이 큰 아버지(26쪽)

② “설령 성호의 행실이 글렀대도 너는 주제넘게 상관할 필요가 없는 거야. 다시는 그 애를 볼 때 그렇게 맵살스런 얼굴을 하지 말아요. 내 눈까지 거슬릴 때야 정씨 아주머니의 마음이 얼마나 섭섭하겠니? 옛날처럼 다정하게 지내줘라.”(67쪽)

③ “그러나 결혼할 때까지는 깨끗한 사이로 지내라.”(107쪽)

④ “식도 올리기 전에 배가 불러 있으면 얼마나 창피할까 그 꼴을 생각해봐요. 우리 한씨 집안에 아직 그런 해괴한 일은 없었으니까 신중히 생각해서 행동해라.”(134쪽)

⑤ “올라가서라도 아쉬운 게 있거나 돈이 필요하면 곧 이리로 연락만 해 주면 내가 즉시 준비해 보내마.” (216쪽)

윤희 어머니 캐릭터는 딸 윤희에게 지켜야 할 도리를 알려주는 역할을 하도록 창작되었고, 윤희 아버지 캐릭터는 딸을 무조건적으로 밀어주는 존재로서 이 또한 성호 캐릭터처럼 일반적인 여성들이 희망하는 캐릭터의 특성을 갖고 있다. 즉, 경제력이 있고 사나이다운 대범함과 정직까지 있으며 무조건적인 관심을 언제까지나 가져준다는 면에서 그렇다.

4) 경희

① 부드럽고 윤기 나는 긴 머리채가 허리까지 내려와 출렁이는 처녀였다. 인형처럼 예쁜 얼굴에 음악과 학생이라 그런지 말하는 목소리가 구르듯이 고왔다.(46쪽)

② 그래도 경희는 거의 매일 찾아왔다. (53쪽)

③ “성호씨, 내가 왜 싫어졌어요? 제가 뭘 잘못했어요?”④ “내가 싫죠? 지금 내가 싫어 죽겠죠? 그러니까 성호씨는 나를 떠밀어 눕힌 거죠? 내가 성호씨 손을 붙잡은 게 싫어서 손을 빼버렸죠?” (58쪽)

경희 캐릭터는 자신을 아끼지 않는 한 남자에게 집착하여 목숨까지 버리려는 사람으로 그려지고 있다. 그러면서 차분하게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기보다는 감정에 격해져서 질문을 쏟아 붓는 모습에서 마치 성호 캐릭터가 윤희 캐릭터에게 달려들며 쏟아 붓던 특성과 닮아 있다. 즉 인물의 격한 표현 면에서 경희와 성호 캐릭터의 특성이 비슷하다는 것은 작가의 손놀림에 의해 인물들이 움직이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

5) 치안대원

① 낡은 배추색 군복을 입은 인민군과 치안 대원이라는 얼굴이 누런 사람이 총을 메고 동네에 나타났다.(161쪽)

② 치안대원들은 대부분이 지게꾼이나 머슴들 출신이어서 말들이 야비하고 우둔하고 잔인했다. (162쪽) 코가 길고 얼굴에 개기름이 흐르던 30대의 사나이였다.(162쪽)

③ 햇빛에 단 하얀 자갈들이 구르는 냇가를 바라보고 있는 그의 옆 볼은 누렇고 거칠었다.(174쪽)

치안대원 캐릭터는 부정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얼굴이 누렇고 거칠거나 개기름이 흐르며 야비하고 잔인한 모습이다. 이는 창작자가 생각하는 악의 표상을 대변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6) 성호의 어머니

① 몸이 약하고 내성적이었던 부인은 갑자기 벌어진 사태에 당황해서 무조건 아버지에게 의뢰하려고 했다.(31쪽)

성호의 어머니 캐릭터는 정적이다. 특별한 특성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아들을 믿고 의지하며 윤희의 아버지를 신뢰하는 존재이다.

7) 충북 외조모댁 사람들

①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는 건 가장 강력하고 굳건한 투자다.(188쪽)

충북 외조모댁 사람들 외할머니, 외삼촌, 외숙모 이 캐릭터들은 윤희 부부에게 더없는 생명의 은인으로 그려지고 있다. 윤희가 치안대원에게 끌려가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실감나는 연기를 해 보인 면에서 훌륭한 조력자라고 할 수 있다.

8) 윤희의 자녀 동아와 세령

① 동아가 아빠를 많이 닮은 편이라면 세령이는 얄상하고 얌전스런 용모였다.(226쪽)

윤희의 자녀의 캐릭터는 외양묘사와 감정 중심으로 간단히 서술되어 있다.

이상으로 캐릭터의 특성을 잘 나타내는 부분을 중심으로 분석하고 그 캐릭터가 생명력을 잘 전달하고 있는지 혹은 작품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등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다음으로 작가가 인물을 어떻게 묘사하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3. 인물 묘사 방법과 독자에게 미치는 영향력

각 인물의 성격은 섬세한 묘사보다는 직접적 서술과 대화로 거의 이뤄져 있다. 인물들이 격한 감정에 휩쓸렸을 때 그 표현 방식이 윤희, 성호, 경희 세 사람 모두 비슷함을 다음 예시에서 볼 수 있다.

-윤희: “아까 나를 내쫓고 경희에게 입술을 맞춰 줬죠? 그러려고 나보고 뻔뻔스럽게 나가 라고 눈짓을 했죠?”(61쪽)

-성호: “경희가 싫어서 그런가?” “그럼 안 만나지, 못 오게 하면 되겠지?”(51쪽)

“그 녀석보다 내가 더 좋다고 말해 줘!” (116쪽)

-경희 “내가 싫죠? 지금 내가 싫어 죽겠죠? 그러니까 성호 씨는 나를 떠밀어 눕힌 거죠? 내가 성호 씨 손을 붙잡은 게 싫어서 손을 빼버렸죠?” (58쪽)

각 인물들의 말투가 자율성보다는 비슷한 어조로 거듭 반복되고 있어서 작가의 명령에 부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이 작품은 각 인물의 묘사방법이 그림을 보듯이 상상력 있게 그려지기보다는 일기형식의 직접 서술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간혹 대화가 들어간 부분도 억지로 짜 맞춘 성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세 젊은이는 대부분 갑자기 격하게 반응을 하여 앞뒤가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반면에 부모세대의 인물 묘사는 개성이 없고 작가 뜻대로 움직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는 독자에게 낭만적 사랑이라는 비현실적인 부분으로 지나치게 치우치게 하는 결과를 가져다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부모님의 무조건적인 보호와 묵인 하에 벌어진 윤희와 성호의 연애를 통해 ‘사랑의 환상’을 품게 하고, 윤희 캐릭터의 극단적인 질투를 합리화하게 만들고 있다. 이로써 당시 여성 독자들은 성호 캐릭터의 극진한 사랑에 환상을 품고 열광했을 것이고,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나 문단의 주목을 받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한국전쟁 혹은 사회적 상황에 대한 치열한 묘사는 단순화 되어 있거나 인물들의 부속품처럼 작용하고 있다는 면에서 인물 일생의 개연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Ⅲ. 결론

 

박계형의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을 읽고 캐릭터의 특성 및 인물 분석 방법과 독자에게 미친 영향력 등을 중심으로 소논문을 진행해 보았다. 문학사에서 다뤄지는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의 연구논문이 많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1960년대 소설의 특징을 거론할 때 몇 군데 언급되곤 하였다. 기존 연구자들은 이 소설을 연애 소설 혹은 낭만적 사랑, 센티멘탈리즘, 환상적 사랑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현실의식이나 비판의식 혹은 인물들의 갈등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으며 다만 세련된 문체와 가부장제 중심의 순결 강조 등을 단점으로 삼고 있다. 이에 본 연구자는 이 작품에서 캐릭터의 특성을 드러내는 부분을 인용하여 그 부분이 의미하는 바와 작가의 인물 묘사 특성을 분석해 보았다. 한윤희는 주로 서술을 통해 자신의 캐릭터 특성을 드러냈으며, 질투가 심하고 성호의 사랑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한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성호는 낭만적 사랑의 본령인 캐릭터로서 어떤 상황에서든 한윤희를 사랑하고 책임지려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에 경희라는 인물이 들어감으로써 남녀 주인공의 사랑을 더 확고히 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치안대원이 후반부에 등장하면서 윤희가 성호 없이 잠깐 독립적인 행동을 하게 되지만 그도 무척 부자연스럽고 인위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 외 성호의 어머니와 윤희의 부모님은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며 사업도 번창하고 전쟁 중에도 갈등 한 번 없이 매끄럽게 인생을 살아가는 캐릭터이다. 전체적으로 볼때 캐릭터들이 작가가 설정한 범주 안에서 오밀조밀 움직이고 있어서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가 형제들』의 인물들처럼 다성악적인 역할은 하지 못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아가 인물의 목소리 역시 비슷비슷하여 각자 특별한 개성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라디오 소설로 방송되고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반향을 일으켰으리라 짐작된다. 나아가 낭만적 사랑을 꿈꾸는 많은 여학생들에게 적잖은 영향력을 주었을 것이다. 현재적 의미로 이 작품을 논할 때 이 작품은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의 필요성과 시대적 사회적 배경에 대한 기본적인 언급 및 그 안에서 작가의 목소리를 최소화 하고 각 캐릭터들이 생명력을 갖고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으로 종합해 볼 수 있겠다. 끝.

※ 참고문헌

 

[주요 참고문헌]

박계형, 『머무르고 싶었던 순간들』, 삼육출판사, 1992.

 

[단행본]

김종회 신덕룡 심상교, 『문학의 이해』, 한울아카데미, 2007.

문덕수 신상철, 『문학 일반의 이해』, 시문학사, 1994.

이재인 한용환 우한용, 『현대소설의 이해』, 문학사상사, 1996.

한용환, 『소설의 이론』, 문학아카데미, 1995.

 

[논문]

김복순, “1960년대 소설 연애전유 양상과 젠더”, 대중서사연구 제19호,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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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화, “1960년대 연애서사와 여성주체”, 한국문예비평연구 2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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