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쉬킨의 <대위의 딸>

2014. 1. 5. 오후 5: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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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쉬킨 <대위의 딸>            한 편의 연애시를 읽다                   불광중 사서 김미경

  대위의 딸 인물들은 모두 “표드르 안드레이치 그리뇨프”와 “마리야 이바노브나 미로노바”를 위해 존재한다. 두 사람의 사랑을 완성하기 위한 보조적 장치로 등장하는 인물들. 심지어 푸가초프까지 그렇다. 쉬바브린, 사벨리치, 그리고 주인공의 부모들 모두 그렇다. 이 정도 되면 이 소설은 연애시라고 할 수 있겠다.

악당이어야 할 존재 푸가초프가 주인공을 돕는 역할을 하는 부분에서 장난끼 어린 미소가 지어진다. 물론 토끼털 옷과 친절의 보답이라고는 하지만 그 정도의 낭만적인 기억을 갖고 있는 섬세한 사람이 악당이 된다는 장치가 좀 억지스럽다. 그들이 왜 요새를 점령할 수밖에 없었는지 전후 배경 설명이 없다. 치열한 사회의식이 아쉽다.

그럼에도 이 소설의 강점은 바로 여 주인공 미르노바의 강직함에 있다고 본다.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정조를 지키려고 하는 마음은 조선시대 은장도를 지닌 아녀자를 떠올리게 한다. 아울러 결혼에 대한 신중함과 보수성이 요즘 사람들에게 경종이 될 것 같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문체가 고골리에 비해 단순하다는 느낌이다. 아울러 깊이와 스케일 면에서도 무척 단조롭다. 스토리 중심의 이야기 전개는 흥미를 주고 있지만 심도 깊은 내면의 울림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어쩌면 인물이 너무 작위적으로 움직이는 것 같다는 생각에서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김동인의 인물과 비슷하다는 느낌이다. 작가에 의해 움직여지는 면에서. 좀 더 독립성과 개성을 갖고 움직여 준다면 훨씬 더 감동이 깊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통하여 변화된 내면을 생각해 본다. 가장 큰 변화는 사랑에 대한 일관된 신념이다. 이것저것 재보고 따지는 마음이 아니라 한 번 이 사람이다 싶으면 내면의 확신으로 진지하게 나아가는 그 마음이 아름답다. 아직 사람을 제대로 만난 적도 없는 마음에게 두 사람의 일관된 사랑은 잔잔한 울림으로 와닿는다. 고로 최선을 다해 사랑할 수 있는 한 가지 마음을 얻었다.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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