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새벽에 길을 떠난다

2009. 6. 5. 오전 8:47:19

글자



 

▶ 다시 새벽에 길을 떠난다 제 몸을 때려 울리는 종은 스스로 소리를 듣고자 귀를 만들지 않는다 평생 나무와 함께 살아 온 목수는 자기가 살기 위해 집을 짓지 않는다 잠든 아이의 머리맡에서 기도하는 어머니는 자기 자신을 위한 기도를 드리지 않는다

우리들, 한번은 다 바치고 돌아와 새근새근 숨쉬는 상처를 품고 지금 시린 눈빛으로 말없이 앞을 뚫어 보지만 우리는 과거를 내세워 오늘을 살지 않는다 우리는 긴 호흡으로 흙과 뿌리를 보살피지만 스스로 꽃이 되고 과실이 되고자 하지 않는다

내일이면 모두가 웃으며 오실 길을 지금 우리 젖은 얼굴로 걸어 갈 뿐이다 오늘... 다시 새벽에 길을 떠난다 참 좋은 날이다 - 박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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