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

2019. 5. 19. 오후 5:4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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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 

칠흑 같은 바다를 항해하는 군함이 있었습니다. 군함은 바다를 지나면서 정면으로 불빛을 비추며 빠른 속도로 전진하고 있었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가는데 맞은편에서도 불빛을 비추기 시작했습니다.

함장은 무전으로 신호를 보냈습니다. “빨리 서쪽으로 진로를 20도 전환하시오.”

그러자 그쪽에서 답신이 왔습니다.

우리는 그럴 사정이 아닙니다. 그쪽 함정이 동쪽으로 진로를 20도 전환하십시오.”

함장은 화가 나서 다시 무전을 보냈습니다.

난 이 배를 관장하고 있는 해군 함장이요. 어서 빨리 방향을 전환하시오.”

그러자 상대방에게서 다시 답신이 왔습니다. “저는 해군 일등병에 불과하지만 그럴 수가 없습니다.”

함장은 감히 어느 누구도 거역하지 못하는 자신의 권위에 도전한다고 느껴 화가 치밀어 올라 다시 무전을 보냈습니다. “자네 감히 내 명령에 불복종하는 것인가? 우리는 절대 방향을 바꿀 수 없다.”

마지막 무전이 그쪽에서 왔습니다. “그러면 할 수 없군요. 마음대로 하십시오. 여기는 등대입니다.” 

땅을 많이 가진 사람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찌나 자랑이 심한지 사람들은 그 사람의 거드름 피우는 모습을 싫어했지만 아무도 내색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루는 그 사람이 이런 자랑을 했다고 합니다. “당신이 아침에 일어나 하루 종일 걸어도 내 땅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오.”

자기 자랑이 심해 불쾌했던 한 사람이 어디론가 가서는 세계지도 한 장을 들고 왔습니다. 그 사람은 그 땅 부자 앞에 세계지도를 펴놓고는 이렇게 물었다고 합니다.

당신의 땅이 그렇게 넓다고요? 도대체 어딥니까? 한 번 짚어보십시오. 구경 좀 하고 싶군요.”

그러자 그 사람은 얼굴이 벌개져서는 부끄러움에 그 자리에서 도망치듯이 나갔다고 합니다.

자기 자랑이 지나치면 의도와는 달리 스스로 부끄러움의 나락으로 추락하고 맙니다. 겸손은 살아가는 동안 사람이 갖추어야 할 인생의 덕목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담스 밀러는 사람이 기본적으로 겸손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살아가는 동안 사람들에게 배워야 할 것이 나에게는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다른 사람들과 살아가면서, 나는 겸손이라는 중요한 하나의 덕목을 알게 되었다. 결국 나는 세상을 구성하는 하나의 입자(粒子)에 지나지 않는 존재이기에....

우리는 어느 자리에 위치해 있을 때 자칫 그 자리를 의식하여 오만방자(傲慢放恣)한다던가 허풍을 떠는 경우를 봅니다. 벼는 읽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했습니다. 원칙만을 앞세우면, 또 너무 과장하다보면 대세를 그르칠 수도 있습니다. 하느님보시기에 좋은 모습은 겸손의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성모님께서도 가브리엘 천사의 방문을 받고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라고 하셨습니다.

나의 일상 속에 해군 함장과 같은, 땅 부자와 같은 모습은 없는지 함께 성찰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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